글로벌 미디어 환경 속에서 부상하는 청주의 지정학적 문화 가치

국내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청주가 부각되고 있다. KBS 뉴스는 <드라마·영화 속 그곳…청주, 촬영 명소로 주목>을 통해, 청주가 최근 주요 영상 콘텐츠의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 단순한 무대 제공을 넘어 콘텐츠 제작사와 지자체의 협력, 촬영 인프라 확충, 지역 정체성 재구성 등의 복합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으로 최근 흥행한 로맨스,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이 청주의 구도심, 낡은 골목, 현대적 건축물, 자연 경관 등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에 힘입어 관광객의 발길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을 보다 넓은 국제관계적 맥락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국가 내 소비를 넘어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치열하게 각축 중이다. 할리우드, 유럽의 주요 도시, 일본 교토 등도 이미 영화 관광지로 정립되어 왔으며, 그 배경지의 선정과 활용에는 힘의 논리와 국가 전략이 내재되어 왔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한류를 선도하고, 그 촬영지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 문화 산업 고도화, 지역 정부의 적극적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임을 거시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특히 청주시는 최근 촬영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 강화, 로케이션 행정 지원 시스템 구축, 기획 단계부터의 협업 강조 등 다각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국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의 지리적 선택은 단순한 미적 취향을 넘어서 국가 문화 파워의 확장과 직접 연결된다. 문화유산, 현대성, 도시의 스토리텔링 역량이 경쟁적으로 소구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드라마와 영화 속 청주는, 단순한 도시 풍경을 넘어 한국적 정체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세계에 발신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 도시의 문화 경제적 부상과 수도권 집중 해소,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내 정치경제적 관점 역시 청주 사례에서 읽힌다. 이는 분석의 시각을 한국 내적 구도에만 둘 것이 아니라,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과의 협업이나 외국 제작사 로케이션 유치 등 경쟁의 장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선진 도시 사례를 보면, 영국의 옥스퍼드, 프라하, 케이프타운 등은 단발적 촬영 유치를 넘어 장기적 문화-관광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강화, 지역사회 재정립으로 이어졌다. 청주가 단기적 주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문화 경쟁 속에서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장소 대여’에서 벗어나 지역 예술계, 청년행정, 스타트업 등과의 창의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나아가 범국가적 차원의 문화콘텐츠 전략, 지리·정치·역사에 기반한 브랜딩이 병행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촬영 명소화와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마련될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은 동북아 문화 구도와 미·중 대립 구도 사이에서 소프트파워로서 K-콘텐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문화강국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질, 글로벌 파급력, 제작 인프라 혁신은 이미 주요 경쟁자의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주의 사례를 통해 본 지역 콘텐츠 메카화는 궁극적으로 한류의 경제·지정학적 기반 강화라는 큰 퍼즐의 한 조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에도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촬영지 관광 활성화로 인근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청년 일자리 창출, 도심 재생, 지역 예술가와 협업 기회 확대 등 동반 성장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화,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따른 골목길 원주민 갈등, 미미한 경제적 효과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는 양상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관찰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청주의 경험을 정책적 지속가능성, 사회적 포용성, 문화적 정체성 확립의 관점에서 꾸준히 점검하고 실질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결국, 청주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대한 미디어 생태계 내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이를 발판으로 대한민국이 새로운 문화강국 구도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분석이 요구된다. 촬영 명소화의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글로벌 도시 간 힘의 논리와 역사 속 문화 정치학의 흐름 위에서, 청주의 문화지정학적 수도로서의 도약 가능성을 면밀히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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