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친환경차 대전환—글로벌 자동차 시장 구조의 격변 예고
중국 정부가 2040년까지 신규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HEV),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산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에너지절약 및 신에너지차 추진에 관한 지침’ 발표를 통해 자국 내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 목표를 대대적으로 천명했다. 2023년 기준 중국 승용차 신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한 비율은 약 35%. 한 해 3000만 대 가까운 자동차가 팔리는 세계 최대 시장에서 15년 만에 두 배를 훨씬 넘는 비중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드라이브는 기술 혁신, 정책적 보조, 내부 공급망 육성 등 다층적 전략에 기반한다. 현지 업계 1~2위 기업인 BYD, 길리, 샤오펑은 전기차 생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배터리 및 전장 부품 분야에서는 CATL, CALB, SVOLT 등 토종 기업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중간재 자급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원재료 확보를 위해 남미, 아프리카 등과의 자원외교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기술력 확장과 친환경 생산 공정의 내재화가 병행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의 세대별 확산 속도는 상이하다.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BYD, 상하이자동차(SAIC), 니오, 샤오미가 테슬라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도 토요타, 혼다와 같은 외국계 브랜드에 맞선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이 본격화된다. 수소차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인센티브와 시범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다. 중국은 BEV(배터리 전기차) 위주에서 각 기술의 상호 보완, 미래 산업 확장의 다각화를 노리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및 EU는 자국 내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하는 한편,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밀려드는 수출 공세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본격화한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중국산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가격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들의 장기 전략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과 유럽 완성차 업계 역시 전통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속도를 한층 높이기 시작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이 가진 시장 규모의 압도적 효과는 명확하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내수 시장에서 빠른 정책 실험과 업체 육성, R&D 집중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유일한 국가다. 한편, 급속한 친환경차 보급 과정에서 충전 인프라 문제와 배터리 재활용, 중소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 압박 등 구조적 취약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충전소 부족, 표준화 문제, 중고 전기차 잔존가치 하락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자동차 및 전장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불가피하다. 현대차, 기아 등은 전용 플랫폼 고도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신기술 합작투자 등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가격 경쟁력 및 생산 구조 개선이 절박하다. 배터리 소재 조달, 희토류 외교,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다양화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전망이다. 동시에 중국산 부품·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기술 냉전, 탄소중립 정책 압박,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2040년 친환경차 전략은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넘어 자국산 산업 내재화 및 글로벌 표준 주도권 확보라는 국가적 기대치까지 동반한다. 주요 시장의 정부 규제, 소비자 인식 변화, 자원외교의 복합적 변수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그러나 변화의 파고에 올라탈지, 쇄국적 무풍지대에 머무를지는 각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선택과 시행착오에 달려 있다.—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