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과 ‘사커’의 미묘한 파장: 트럼프 발언 뒤짚어 본 글로벌 축구 정체성 논쟁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축구의 명칭을 ‘사커(Soccer)’에서 ‘풋볼(Football)’로 바꿔 부르자는 발언을 하며, 미국 내 오랜 ‘축구 명칭 논쟁’에 불을 지폈다.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 공개석상에서 “미국도 축구를 세계 대부분 국가처럼 ‘풋볼’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밝혔다. 수십 년간 미국은 자국에서 미식축구(NFL)를 ‘풋볼’로 부르고, 세계인이 알고 있는 축구(Football)는 ‘사커’라 명명해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 사회 한복판에서 ‘이름의 정체성’이 스포츠 문화를 흔드는 전술적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본인의 언어 선택 논란은 이전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왔지만, 이번에는 발언의 맥락을 스포츠 프레임 안에서 해석해야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미국 내 축구 붐은 최근 수년간 급격히 확대됐다.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이적, 유럽 스타들의 잇따른 MLS 진출, 월드컵 북중미 개최 준비 등은 미국 풋볼(사커)의 위상 변화에 방점을 찍는다. FIFA와 UEFA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축구 인구는 이미 야구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유소년 시스템과 여성축구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다수는 ‘사커’라는 용어에 익숙하며, 이는 미식축구(NFL) 기반의 종교적 스포츠 열기와 결합되어 용어 혼재 현상을 만들었다.

이번 트럼프 발언이 흥미로운 지점은 정치인의 이슈 참전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스포츠의 용어와 문화가 어떻게 국가 정체성과 연결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보드마커’로 표현하자면, 트럼프가 던진 ‘풋볼’ 카드 한 장이 미국 내 축구 전술판의 선수배치 자체를 흔들고 있다. 동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축구 강국에서는 ‘풋볼’이란 단어에 깊은 역사성과 일체감을 부여하지만, 영국 일부와 미국, 호주 등지에서는 ‘사커’가 단단히 뿌리내렸다. 이는 실상 영국에서 19세기 후반에 ‘Association Football’을 줄여 ‘Soccer’라고 칭한 것이 미국에 퍼진 결과다. 즉, ‘풋볼’ vs ‘사커’ 논쟁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축구 구심점이 어디에 있는지, 그 주도권을 둘러싼 정체성 싸움의 한 단면이다.

MLS, USSF(미국축구협회), 현지 팬덤의 온도차도 분석이 필요하다. MLS 구단들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수익 다변화를 위해 이미 ‘풋볼’ 용어 사용을 점진적으로 시도 중이다. 최근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그룹은 공식 SNS에서 ‘Football Club’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반면 학부모, 학생선수, 그리고 전통적 미식축구 팬들은 ‘풋볼’이란 용어를 NFL의 문화적 상징자산이라 여기며, 혼동을 우려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관점에서 봐도, ‘football’이라는 단어 채택이 미국 스포츠 브랜드 파워의 리브랜딩 전략과 맞물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매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 10대 스포츠 뉴스 사이트 중 절반은 3년 사이 ‘Soccer’ 사용 빈도가 20% 가까이 줄었고, ‘Football’ 표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축구 위상과 유럽 및 남미 리그와의 네트워킹 효과가 반영된 현장 데이터다.

글로벌 축구계의 관점에서, 명칭 논쟁은 문화적 주도권 쟁탈전 이상의 전술적 가치가 있다. 현대 전술에서 포지션의 이름, 역할의 정의가 스쿼드의 방향성을 결정하듯, 스포츠 용어는 그 사회의 스포츠 전략을 정의하는 잉크다. ‘축구’라는 운동 자체가 과거 전쟁의 축소판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지금은 언어적 전장도 현대사회의 전술지도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최근 유럽 진출의 벽을 넘으며, 점차 ‘풋볼’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티안 풀리식, 웨스턴 맥케니, 타일러 아담스 등 젊은 미국 대표팀 스타들은 이미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도 ‘풋볼’을 자연스레 구사한다. 현장에서는 용어의 전환이 선수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더 깊게 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논쟁은 단순히 트럼프의 돌출 발언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경제적, 문화적, 전술적으로 미국 축구가 변곡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월드컵 공동개최(2026), 대형 유럽 클럽의 미국 시장 진출, 아카데미 시스템 재편 등 대형 이벤트마다 ‘축구 vs 풋볼’ 논쟁은 반복될 것이다. 전 세계가 ‘Football’이라는 용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한, 미국만이 내세우는 ‘Soccer’의 고립성은 점점 해소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전환이 시간 문제일 것이며, 이는 미국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전술적으로 완벽히 조율된 팀으로 성장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용어 하나가 선수들의 멘탈리티와 조직문화까지 바꾼다는 스포츠계 명제가, 이제 미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다만, 이 변화가 필드의 전술적 혁신만큼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장의 감독, 선수, 팬덤, 그리고 언론이 공감대를 이뤄낼 때 비로소 미국 축구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한국 역시 ‘킥앤러시’에서 ‘빌드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며 성장해온 경험이 있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뿐만 아니라, 용어의 전장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미묘한 게임을 주목하면서, 미래의 미국 축구가 어떤 마스터플랜을 그려나갈지 기다려본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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