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논란, 정치와 사법의 경계에서 균열음 커진다
국회에서 내란·외환 등 중대범죄 전담재판부 신설 법안 처리 문제가 변곡점에 도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강한 비판이 이어지며, 당 의총에서 “의총도 안 거치고 법사위가 독주한다”, “이 탓에 윤석열 대통령만 ‘꽃놀이패’를 쥐는 셈”이라는 직격탄성 발언들이 쏟아진 배경에는 제기되는 사법 중립성 훼손 논란과 정치적 유불리 계산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법무부와 여당 법사위가 추진한 ‘내란·외환 전담재판부’ 신설 법안은 특정 정치적 사건, 특히 내란이나 외환죄와 관련한 사법 절차를 더 엄격히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2023년 대규모 시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촉진된 사회 불안을 고려할 때 사법부의 대응 강화 요구는 일정부분 설득력을 지닌다. 문제는 제도 도입 과정과 실효성, 그리고 결국 사법권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최소 토양에 미칠 여파다.
8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당내 중진까지 가세해 “왜 원내지도부는 당론 형성도 없는 법안을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일방 상정하려 하는가”라는 비판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내란음모죄 등 정치적 폭발력이 큰 사건에서 특정 재판부에 집중 권한을 부여할 경우, 법원이 정치적 압력이나 사회적 여론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법원의 독립성 확보와 사법 신뢰 담보가 절실한 시점이기에, 해당 법안의 처리 과정이 더욱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여권은 공식 입장에선 “사법체계 개선과 중대범죄 대응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실상 당 내부에선 “윤석열 정부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담합적 논의 없이 무리하게 절차가 진척될 경우 조용한 내분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야권은 “정권 보위용 법안”, “정치재판의 합법화 시도”라며 강력 반대한다. 민주당은 “검찰 출신 대통령 아래 법원까지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선을 긋는다. 양진영 모두 근본적 신뢰 부재에 기인한 경계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타사의 관련 보도 및 전문가 분석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동아일보(2025.12.08), 한국경제(2025.12.07)와 같은 주요 매체들도 법안 신설이 용의주도한 ‘정치-사법 직결구조’를 촉진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법조계 역시 “체계적 심리와 빠른 판결은 장점이나, 특정 사건 편중으로 인한 불공정 우려 해소가 선결 조건”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형 사법 시스템 특성상 내각-사법부 협치가 현저히 취약한 상황에서, 무리한 전담재판부 신설 시 사회적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사 제도 사례를 보면, 일부 유럽국가(예: 독일 국민법원)에서 도입된 내란·국가안보 전담재판부는 철저한 견제장치, 직업법관 임명 균형, 사법의 정치중립 장치가 병행됐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기존 정치·사회 신뢰구조와 큰 차이가 있어, 졸속 도입은 오히려 사법 신뢰 추락의 단축키가 될 수 있다. 만약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특정 정파 혹은 현 정권에 일시적 유리함만 남기고, 사법 독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예로 남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절차적 정당성 부재와 여론 흐름을 외면한 정책은 비단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적 신뢰를 토대로 한 제도 도입이 아니면, 어떠한 합리적 명분도 실질 효용을 발휘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사법의 독립과 객관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균열이 가는 순간, 그 책임은 결국 전체 정치권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 위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