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현재를 증명하다: 제33회 대산문학상의 의미와 문화적 좌표
2025년 12월 8일,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한 제33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이 서울에서 엄숙하게 개최됐다. 대한민국 문학계의 연말 항로를 설정하는 이 시상식은 한 해의 심혈을 기울인 작가들과 평론가, 그리고 출판계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이정표다. 기사(중소기업신문)는 올해 수상 작가들과 작품의 면면, 그리고 수상식 현장의 다채로움을 전하며, 문학상이라는 사회적 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묘사한다. 각 부문별로 등단 수년 차의 젊은 신예와 중견, 원로 작가들이 고르게 선정되어 – 소설, 시, 희곡, 번역 부문 – ‘세대간 공존’과 ‘문학의 다양성’이라는 올해 심사 방향의 뚜렷한 색채를 드러냈다.
대산문학상의 의미는 단순히 상금 혹은 명예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문학창작 환경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동시대적 주제를 담아내는 문학의 ‘사회적 장치’로서 기능한다. 실제로 수상작들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 모순, 문학의 경계 실험 등, 한국 문학이 직면한 여러 숙제를 들춰내면서도 탁월한 완성도로 언어의 가능성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소설 부문 수상작은 청년 실업과 가족해체,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구조속 인간 상실을 한 문장 한 문장에 절절하게 담아 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장르와 소재 모두에서 실험적 소설들이 두드러진 반면, 시 부문에서는 여전히 언어적 절제와 삶의 미학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미감이 강하다. 이는 대산문학상이 ‘혁신’과 ‘정통’ 사이에서 섬세하게 균형추를 맞춘 결과다.
기존 타문학상과의 차이도 주목된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과 달리, 대산문학상은 번역 부문까지 시상 범위를 확장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고찰을 실천으로 옮긴다. 번역상 후보들은 한국문학이 외국 독자와 만날 때 발생하는 의미의 변형, 문화차이로 인한 해석적 난점 등을 고민했다. 제도적 차원에서, 새 번역 인력과 과감한 미디어 확장까지 지원하는 대산재단의 노력이 국내 전체 문학계에 긍정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환호 속의 아쉬움 역시 뚜렷하다. 문학상 심사체계에 대한 신뢰 보강이 늘 요청되고, 작품선정시 공공성·사회성에만 집중할 경우 문학 고유의 형식적 혁신이나 사유의 깊이가 도외시될 수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수상작에는 대중적으로 회자된 저명 작가보다는 신예나 젊은 여성 작가가 대거 포함되었는데, 이는 문학장의 세대교체현상이나 페미니즘, 젠더 담론의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수상 인터뷰 역시 소외된 자의 목소리, 디지털 환경이 문학에 끼친 영향, 코로나19 이후 독서문화를 둘러싼 문제의식 등 오늘의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교차로를 대변한다.
정부정책 및 민간재단 지원환경 변화도 시상식의 맥락을 특정한다. 2025년 현재, 정부 출판진흥기금 삭감 및 각종 인문예술예산의 감소 기조에도 대산재단은 후원 및 연구지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왔으며, 이번 문학상 시상식도 그 점을 재확인시켰다. 여러 문학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정치적 변동 속에서 문학상 제도가 미래 한국문학의 생태계를 떠받칠 근간임을 거듭 강조한다.
또다른 관점에서는, OTT·스크린 산업의 확장 속에 문학의 역할, 콘텐츠 확장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작들 중 일부는 이미 영화·드라마 판권 계약 등이 논의되는 중인데, ‘문학의 스크린 진출’ 현상이 그만큼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존 관객이던 독자와, 스크린 기반의 시청자 간의 접점이 어떠한 새로운 서사 자원을 만들어낼지 기대와 우려가 병존한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CJ ENM과 대형 출판사, 그리고 OTT 서비스가 손을 잡은 공동 프로젝트들 역시 한국문학 IP의 미래 가치를 예증한다.
끝으로, 대산문학상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 사회에 ‘문학을 왜 읽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작가와 독자, 평론가와 미디어, 그리고 산업계가 한 곳에 모여 축제를 거행하는 그 순간, 문학은 여전히 오늘의 삶을 비추는 거울임을 증명한다. 한국문학의 내일을 이끌어낼 신선한 에너지와 문제의식, 그리고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문학상이라는 제도를 둘러싼 치열한 고민의 순간—이 모두가 오늘의 수상식을 특별하게 만든다. 대산문화재단의 지난 발자취와 결과물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를 위한 한국문학의 새로운 도약 역시 함께 기대해 본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