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1번 영구결번에게 담긴 야구장 위의 각인…그들의 플레이, 그리고 시대를 잇는 진정한 레거시

야구장의 패턴은 경기마다 흙과 잔디에 새겨진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 숫자 하나—‘21’—처럼 시간을 관통해 그 의미를 남기는 것은 흔치 않다. 최근 KBO리그에서 21번이 또 한 번 영구결번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와 뿌리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뉴시스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21번은 리그에서 가장 상징적인 번호로 남았으며, 각 구단이 이 번호에 담은 의미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최고 선수’, ‘팀의 정신적 지주’, ‘후배를 이끌어갈 전설’이라는 공통분모를 만든다.

21번 영구결번은 KBO의 전설들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해태(현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그리고 최근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까지, 각자 시대에서 21번은 마운드 중심에 서 있었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단지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선동열이 남긴 신화적 투구—전성기 0점대 평균자책, 특유의 위력적인 강속구와 제구, 그리고 진정한 ‘에이스’의 리더십—은 오늘의 야구팬에게도 여전히 교과서로 손꼽힌다. 롯데의 최동원 역시 1984년 한국시리즈 4승, 9이닝 209구 영웅서사와 특유의 뜨거운 승부욕으로 부산 야구의 함성과 땀이 스며든 21번을 만들어냈다. 오승환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감의 상징으로서 부동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영구결번 선포는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구단과 리그의 권위, 선수와 팬이 공유하는 상징성까지 모두 포괄한다. 몇 해 전만 해도 KBO 구단의 영구결번 선정 기준과 절차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금은 명확한 평가 시스템 도입과 공정한 검증 절차를 통해 선수가 영구결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철저히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승부조작, 도박 등 선수의 도덕성 훼손’ 여부도 반드시 고려된다. 야구장은 날마다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지는 곳이지만, 단 한 사람의 번호가 영원히 보존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후배 선수들은 영구결번된 선배의 플레이 영상을 반복해 돌려보며 경기 운영, 위기 대처,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이는 단지 개인의 영예에 국한되지 않는다. 발전하는 리그에서 영구결번의 의미는 기업의 전통, 구단 문화, 지역 팬덤의 정체성까지 포괄한다. 한때 보스턴 레드삭스의 ‘9번 테드 윌리엄스’나 뉴욕 양키스의 ‘3번 베이브 루스’처럼 글로벌 프로스포츠계도 구단의 정체성과 전설 선수들을 연결짓는 수단으로 영구결번을 적극 활용했다. KBO 역시 21번처럼 특별한 번호가 갖는 사회적, 문화적 울림을 더욱 강조해야 할 단계에 이르러 있다. 실제로 최근 영구결번을 기념하는 경기에서는 해당 선수의 명장면이 상영되고, 후배 선수들과 가족, 팬들이 함께 헌정 영상을 시청한다. 야구장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만큼이나 뜨겁고, 번호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다시금 운동장을 휘감는다.

현대 야구에서 번호의 중요성은 표면적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비 포지션별 번호 사용이 잦아지는 경향 속에도 21번의 아이덴티티는 변함없다. 야구 초창기에서 최근 오승환의 뒷문 수호신 등장이 그 증거다. 네트워크 시대, 팬들은 선수의 플레이스타일 분석, 세부기록, 인터뷰 등 다양한 각도로 영구결번 선수들과 소통한다. 영구결번 이후에도 21번 레거시가 GRIT(집념), 강한 멘탈, 팀 승리의 압도적 책임감과 직결되는 이유다. 이러한 전설적 플레이 스타일은 현재 선수단만이 아니라 유소년 야구, 초중등부 지도 현장, 심지어 2030의 e-스포츠 야구 게임 내에서도 여전히 롤모델로 남는다.

각 구단은 영구결번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감성적 남발, 성적 우선의 단순명예화 문제점도 경계할 부분이다. 비단 평균자책, 세이브, 승리 수 등의 통계치에 국한된 평가보다는, 선수의 리더십, 팀 내 영향력, 스포츠맨십, 구단 발전 기여도 등 입체적 접근이 필수다. 미국과 일본 등 메이저리그의 선례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다만 KBO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동반되어야, 영구결번의 권위가 살아난다.

이제 야구장에 새겨진 숫자 ‘21’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점철된 야구 정신의 휘장이다. 선수, 구단, 팬 모두가 이 상징적 번호에 담긴 이야기를 계승하고 발전시킬 때 KBO리그는 더욱 성숙한 야구 문화를 완성할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마운드에서, 덕아웃에서, 혹은 관중석에서 ‘21번’을 마음에 새긴다. 단순히 유니폼 한 구석에 박힌 숫자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영속성과 긍지, 그리고 변하지 않는 도전정신임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킨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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