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의 내란재판부·법왜곡죄 위헌성 경고, 사법 독립 파장 심화

법관대표회의가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 및 이른바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 헌법상 재판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대립하는 입법·사법 간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사법 독립 문제다. 법관 이익이나 내부 결속을 넘어, 법원 조직의 중추 기구인 대표회의까지 제도적 저항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주요 사안 두 가지, 내란 사건만을 담당하는 별도 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시도다. 전자는 최근 정치세력의 사법부 활용 움직임과 직결된다. 내란 관련 사건들이 형사, 보안 등 개별 재판부에 분산됐다는 지적에서 출발하나, 특정 사건·정파에 초점을 맞춘 편향 논란, 법정 독립 파괴 우려가 동반됐다. 실제로 2024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내란 관련 수사,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위 관련 판결 등에서 법원의 정치화 논쟁이 치열했다. 내란 전담부 신설은 일견 사건의 전문성이나 속도 제고론이 있지만, 실제론 정치적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시키는 구조적 위험을 키운다.

두 번째 논란, ‘법왜곡죄’ 신설 논쟁이다. 이는 ‘판사가 법리를 명백히 어기면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논지다. 물론 폐쇄적 법원 조직에 대한 통제 수단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법조인, 야권만이 아니라 상당수 보수학계와 법관들도 “입법부가 판사 양심을 심각히 압박해 사법부 기능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실질적으론 판결 결과에 따라 판사를 처벌하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이른바 ‘법관 문책’, 유신 헌법 하의 통제형 법원 경험에 기인하는 전망이다. 입법부 개입이 사법부 독립성·중립성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이미 역사로 증명된 바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견제와 균형 틀은 명료하다. 사법이 정치의 도구가 되면 의회의 폐단만큼 위험하다. 이번 대표회의 결정은 일종의 내부적 ‘비상벨’ 신호다.

정치권의 태도도 극명히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사법신뢰 제고, 내부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률가 권한 축소’, ‘법조 내 기득권 혁파’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독립 붕괴”, “정치재판 통제수단”이라고 연일 비판한다. 시민단체들 역시 ‘양측 모두 견제와 책임을 강조하나 실상은 권력지형 싸움’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정부 입법 통과 여부는 올해 국회 법사위, 본회의 협상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입법부가 사법부 판결에 대해 직접 형사제재를 의미하는 조항을 둘 경우, 이는 범국가적인 법치 위기이자, 분립주의 붕괴를 시사한다. 실제 미국·유럽 보수 진영 대다수도 입법부 사법통제권 강화에 극히 신중하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을수록 이런 시도가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중요한 점은 법관회의의 공식 선언이 국회와 행정부 모두에 심각한 경고라는 점이다. 기존의 법관 평의회 등 소극적 저항을 넘어서 전국적 사법조직이 직접 정치사안에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은 드물다. 이는 단순 법제 논쟁을 넘어, 권력 분립의 기본 질서 논쟁으로 옮겨졌음을 방증한다. 각종 여론조사와 법조계 설문조사 결과, 법왜곡죄 신설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해 판사들 70% 이상이 부정적이다. 사회 각계 일각에서는 “정치권력 견제라는 미명 하에 사법을 조각내려는 역행”이라고 본다. 국민 신뢰 회복, 사법 책임성 제고 등의 문제는 진정한 내부개혁이 아니라 권력 간 건전한 경계 설정으로 귀결돼야 함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법관대표회의의 집단행동은 단순한 관행 저항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의 ‘최후 보루’로서 정치-사법 권력 균형의 상징적 저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도 이번 문제에 있어 ‘합리적 신중함’보다 ‘단기 정치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감각이 절실하다. 사법의 정치화는 결국 사법불신, 권력 집중, 국가 질서 혼란으로 이어진다. 국민적 신뢰로 뒷받침된 사법의 독립이 무너질 때, 정치가 얻는 이익은 일시적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성급한 입법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총체적 숙고와 절제된 권력 행위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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