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공개법, 사회적 공포에 기댄 즉흥 정치의 민낯
2025년 12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조진웅 미성년자 폭행사건 이후 나경원 의원이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미성년자라도 공직자일 경우 흉악범죄 시 신상 공개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각종 미디어가 일제히 조명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단순히 한 사건의 여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법의 형평성, 정치권의 책임 전가 문제로 비화된 셈이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미성년 공직자, 즉 연령에 상관없이 청소년이더라도 공직 수행 중 흉악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진웅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해당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현행법상 미성년자 신상 비공개 원칙이 도마에 올랐다. 여론의 분노에 편승해 각종 포털과 SNS에서는 “무엇이 진짜 정의인지”라는 근본적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치권의 동선에는 일관성과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법안은 공직자라는 단어 하나로 소년범 전체가 아닌 특정 집단만을 겨냥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즉각적 정치적 이득, 표심 관리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직설적으로 말해, 대중적 분노의 파고에 기대 법과 제도를 손쉽게 고치려는 시도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다. 조진웅 사건 외에도 최근 강서구 묻지마 폭행(2025년 11월)이나 인천 집단폭행사건(2024년 말)처럼, 미성년자 흉악범죄가 반복적으로 이슈화될 때마다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도, 실효성 있는 대안은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이 현실이다. 미성년자 형사처벌 강화 논란은 2000년대 후반부터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법무부가 지난 2023년 12세 미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법기관조차 반복된 정치권의 ‘임기응변 입법’에 피로감을 드러낸다.
진보진영, 시민사회의 시각도 엇갈린다.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소년범죄 신상공개가 낙인효과와 2차 피해, 궁극적으로는 범죄 방지에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이번 법안은 공직자 신분을 기준으로 차별적 적용을 꾀하면서, 사실상 본질을 흐리고 있다. 공직자라서 처벌이 더 무겁다는 논리라면, 다시 한번 사회적 계층이나 집단의 구분, 낙인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형법의 평등원칙, 실질적 정의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
미성년 범죄 신상공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강력범죄가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고, 공직자 신분의 도덕적 책무 역시 무겁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과 구조적 맥락을 파헤치는 일이다. 교육현장은 최신 정책 방향과 달리 빈부, 지역, 가족해체 등 소년범죄의 구조적 요인을 방치하고 있다. 저출산-청소년복지 예산은 줄고, 복지 행정은 어디까지나 땜질식이다. 결국 정치권은 근본 해법 대신, 언론의 낙인과 신상공개, 즉각적 감정대리로 대중을 호도하는 편리함을 선택한다.
국회와 정치인들은 특정사건 발생 후 여론 반응에 따라 수시로 입법안을 내놓는 관행,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 없이 위기감에 편승하는 즉흥성을 끊지 않는 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신상공개 확대가 돌이킬 수 없는 2차가해로 이어지고, 낙인찍힌 청소년이 촉법소년 커뮤니티로 흘러드는 부작용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경고되고 있다. 결국 진실은 언제나 구조 안에 있다. 법안으로 드러난 정치의 즉흥성, 반복되는 공포 마케팅, 책임 떠넘기기를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분노 대신, 시스템-예방-복귀라는 치밀한 설계와 감시가 더욱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