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의 총선 공식화: 정당성 확보 시도와 민간인 희생의 정치적 의미
미얀마 군사정권이 2025년 총선을 앞두고 재외국민 투표를 개시했다. 이는 형식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듯한 행보다. 그러나 같은 시기 군정은 반군지역에 폭격을 감행, 민간인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정의 입장은 ‘민주적 전환 의지’를 반복하지만, 현실은 무력과 공포에 의한 통제다. 민주선거의 외관 뒤에 숨겨진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근본적 문제는 군정이 건재한 한 미얀마 내 진정한 시민사회와 정치적 다양성의 가능성이 봉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선은 군부 권력의 지속을 위한 연출된 쇼일 뿐, 실질적 권력구조 변화는 기대난망이다.
미얀마 군정의 전략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 2021년 쿠데타 이후 국제적 고립과 경제위기에도 불구, 군정은 선거 프레임을 내세우며 정치적 생존을 꾀해왔다. 재외국민 투표 역시 내부 반발과 유혈사태를 뒤로한 채, 외신과 국제사회를 향한 ‘개방성’ 신호로 활용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군정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국경지 반군 지역에서는 인권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카렌·카친 등 소수민족 자치구에서의 무자비한 폭격과 민간인 피살은 단지 무력 충돌을 넘어 집단적 공포정치의 단면이다. 국제 NGO와 구호단체들도 현장 접근을 거의 차단당했다. 군정의 이번 투표 정책은 자신들이 ‘정상 국가’임을 선전하며, 실상은 내치에 집중해 공포정치의 공간을 넓혀간다.
여기서 한국의 외교와 다자 질서 속 미얀마 사태의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얀마 군사정권의 민주 억압을 규탄하고, 국내 체류 미얀마인 인권 보호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 중국·미국 전략적 균형에서 미얀마와 아세안 전반에 대한 실질적 외교 레버리지는 제한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민주국가들도 반복적으로 제재를 발표했지만, 중국·러시아의 군사 및 경제적 지원으로 군정체제의 붕괴는 요원하다. 미얀마 사태는 국제사회의 역할 한계를 노정한다.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이견으로 합의된 실질적 행동을 못하고, ASEAN도 ‘비간섭 원칙’에 갇혀 있다. 군정이 외견상 정당성 확보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국제사회가 성명에 그치고 실효적 조치를 하지 않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군정에 시간만 벌어준 꼴이다.
미얀마의 권력지형은 여전히 군부를 정점으로 반군세력과 시민저항 세력, 그리고 복잡한 소수민족 지대가 병존한다. 각 반군진영의 세력구도도 단순치 않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조직, 그리고 현지 주민들이 이합집산하는 와중에 군정의 강경책은 오히려 저항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민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권력기반도 내부 균열 조짐이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군정 중심의 권력 시계추가 쉽게 흔들릴 조짐은 없다. 국내외 언론 각종 보도는 ‘신뢰할 수 없는 선거, 폭력의 악순환, 고립의 심화’라는 배열을 반복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부터 소셜미디어까지, 이번 투표 국면의 이중성, 즉 정당성 가장과 실상 악화의 모순이 다시 부각된다.
이번 사태를 한국 정치와 국제 현실에 대입한다면, ‘민주적 외피를 쓴 권위주의적 통치의 지속’이라는 경고신호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형식보다 실질이다. 군정이 내세운 선거는 국제사회와 내외 정치세력에 던지는 메시지이지만, 실질 권력 분산이나 시민 참여와는 동떨어져 있다. 한국 내에서도 권력집중과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미얀마 사태는 타산지석이 된다. 국내 정당과 국회, 대중은 ‘정책의 외형’과 ‘실질적 변화’ 사이의 괴리를 신중히 검증해야 한다. 미얀마 군정이 보이는 권력 거버넌스의 단면은 국가의 존립과 국제질서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민주화의 역진은 타자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끝내, 미얀마 군정이 시도하는 선거 프레임의 흐름은 정치적 연기일 뿐이라는 점을 현시점에선 분명히 해야 한다. 부정의와 폭력 속에서 치르는 선거는 그 자체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 민간인 희생이 반복되고 인권의 근간이 파괴되는 한, 그 어떤 절차적 외피도 국제사회와 시민의 양심을 속이지 못한다. 한국 정치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을 다시 점검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 의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 사태는 무관심과 방관이 초래한 절망적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