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펀드 운용사 선정과 한국 벤처생태계의 국제화 전환점

한국벤처투자가 2025년 12월, 총 7,214억 원 규모의 글로벌펀드 조성을 위해 6곳의 운용사를 선정했다. 머니투데이 및 복수의 산업전문지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선정된 운용사는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SBI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소프트뱅크벤처스, 데브시스터즈벤처스 등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10월 한·미, 한·이스라엘, 한·일 등 다양한 글로벌 벤처 조성 트랙을 공모 형식으로 진행했고, 각각의 운용사들은 해당 트랙별 투자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최종 선정됐다.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급에 속하는 이 조성은, 글로벌 스타트업·벤처 투자 생태계와의 교류, 한국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원천 확충이라는 실질적 목표와 맞물려 새로운 정책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운용사 선정의 가장 큰 특징은 다국적 네트워크와 글로벌 투자 경험을 두루 고려했다는 점이다.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은 이미 미국·동남아·이스라엘 등지에서 활발한 벤처투자 실적을 쌓아왔다. 각사를 중심으로 한 해외 파트너십 구조, 현지 딜소싱 역량, 글로벌 유니콘 육성 경험이 중요한 심사 척도로 작용했다. 특히 팁스(TIPS) 프로그램 등 창업 초기 투자 확대 정책과 연계해 ‘국내 벤처의 글로벌 유니콘 전환’이라는 국가적 전략 목표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올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트업 투자 위축, 밸류에이션 하락, 금리 인상 등 변수로 당분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임에도 벤처펀드 자금의 ‘글로벌화’라는 정책적 신호를 확고히 일관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아시아 지역 벤처펀드의 성적표는 최근 엇갈리고 있다. 일본계 자본이나 홍콩·싱가포르 기반 대형 VC들은 ‘디지털 전환’, ‘제조-서비스 융합’, ‘친환경·그린테크’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해외 진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생태계 내수 위주와 일부 ‘IT플랫폼 편향’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직접적으로 조성하는 글로벌펀드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싱가포르 등 혁신클러스터에의 직접 진출뿐 아니라, 국내 창업기업의 글로벌 공동 R&D, 현지화 투자 확장, 후속 투자 유치력 강화를 실질적으로 꾀하려는 방향임을 알 수 있다. 올해 발표된 “K-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와 병행 추진되는 이번 정책은 단순한 자본 유입을 넘어 규제개선, 투자-인력 이동 자유화, 현지 VC와 공동운용을 아우르는 포괄적 글로벌화 지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한국벤처투자와 정부의 글로벌펀드 조성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분명하다. 실제로 유럽 시장의 경우, 2023~2025년 사이 벤처펀드 수익률이 크게 출렁이면서 펀드 선정 및 투자 이후의 체계적 사후관리, 글로벌 벤처 생태계 파트너십의 질적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도 해외 성장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 관리, 글로벌 벤처법인들과의 연합 투자 구조 속 신뢰 체계 구축이 관건이라는 보도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정책 당국은 투자 이후 실질적 현지시장 진출까지 유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각 펀드 운용사의 실적평가와 중간 성과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내 벤처펀드 정책이 지난 10년 동안 다수의 내수 주도형 유니콘을 배출하는 데는 성과를 보였으나,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출구전략 측면에서 해외와의 경쟁력이 미진했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결국 한국벤처투자의 글로벌펀드 운용사 선정은, 벤처 생태계가 단순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확장,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 단계로 넘어가는 역사적 분기점이자, K-테크·창업 정책의 질적 도약을 가늠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정책은 자본동원과 ‘글로벌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함과 동시에, 실제 현지 시장 적응, 구조적인 투자 회수 환경 구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혁신 경쟁력이 핵심인 미래 경제 환경에서, 벤처펀드 글로벌화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이끌 전략인지, 아니면 단기적 자본 확충에 그칠지 냉정한 인식과 후속 정책점검이 절실하다. 향후 각 펀드운용사들의 성과와 글로벌벤처 성공사례의 가시적 변화가 이 정책의 장기적 평가 척도가 될 것이다.

— 이한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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