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력, ‘가속화’ 선언의 의미와 숙제

한국 원자력 정책의 중대한 기로에서 조현 외교부 1차관이 미국 외교정책위원회(CFPA) 대표단을 만나 원자력 등 첨단기술 협력 ‘가속화’를 강조했다. 이는 최근 국내외 에너지 안보 위기, 글로벌 탈탄소 경쟁, 그리고 미중 전략 경쟁의 병행 압력 속에서 한미 간 정책 공조 강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차관은 금번 회동에서 ▲한미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 ▲원자력, 안보, 경제 첨단 분야 협력 강화를 양측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자력 협력이 가장 전면적으로 언급된 점이 주목된다.

최근 미국은 자국 내 원전 르네상스를 표방하며 동맹국과의 에너지·기술 공급망 구축을 연계하고 있다. ‘첨단원자로(AMR)’,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의 글로벌 주도권 선점이 목표다. 한국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차세대 원전 기술력 확보와 수주 기회를 확대하려는 입장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처럼 첨단 산업 ‘블록 단위’ 재편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연합 협력은 경제적·외교적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 협력은 단순한 기술연구나 상업적 의미를 넘는다. 이면에는 ▲미국의 Used Nuclear Fuel 재처리 금지 원칙 ▲한국의 열망(핵주기 기술 내재화 및 수출 자율성 확장) ▲핵확산방지체제(NPT) 부담 등 복합적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현장 전문가들, 국내 원자력계는 여러 차례 한미 ‘123협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기술주권을 지키면서도 확실한 파트너십 활용이 과제다. ‘가속화’라는 표현 이면에 한미 간 실질적인 바이든 행정부 요구(규제 준수, 안전기준 협조 등)와 한국 입장(차세대 원전시장 진출, 부품·연료 국산화)이 정확히 조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 격화, 러시아·중국 원전 수주시장 장악, 글로벌 원전 공급망 혼란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국끼리 ‘공급망 벨트’를 구축해 중국·러시아 영향권을 차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중견국 입장은 복잡해진다. 선진국은 기술·연료 공급, 재정·투자 주도권을 과도하게 쥘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독자적 원전 사업(수출, 운영, 인력양성 등) 기반이 약한 국가들은 의존성이 심해질 수 있다. 한미 협력 가속이 ‘기술-안보-경제’ 삼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 검증이 필수적이다.

정치적으로는 국회 대립, 국민 여론 분열도 변수다. 원자력 산업 내 오랜 ‘탈원전 vs 친원전’ 갈등, 사용후 핵연료 처분 정책 미비, 실질적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한미 고위급에서 정책 ‘합의’가 나와도, 국내 실무·산업력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해외수주 기회도 잡기 어렵다. 원전산업 해외진출 시 미국의 투자·기술·규제 틀이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오히려 리스크가 증폭될 여지도 있다. 실제 미국은 ‘탈러시아·탈중국’ 기조 속에서도 동맹국 시장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조율력, 협상력, 기술경쟁력 세 축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단기적 파트너십은 구조적 종속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역대 정권 모두 원자력 협력을 단기성과 목표로 내세웠으나 체계적 후탄(後彈)이 부족했다. 대형 원전 수주, SMR 등 신사업 진출, 한미공조 체계 발전은 모두 각국 산업 현장 내 깊은 혁신과 장기적 정책일관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에너지탄소중립 정책, 원전 기자재·부품 국산화 등도 양국 협력의 진정한 뿌리로 작용해야 한다.

조현 차관의 말처럼, ‘가속화’만이 해답이 아니다. 구체적 실행력, 실질적 이해관계 조정, 산업현장 기반 강화 없이는 원자력 협력의 미래도 요원하다.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 기술주권 수호, 국가안보 방어라는 세 개의 목표를 모두 충족시키는 길은 쉽지 않다. 한미 협력의 양적 확대에 매몰되기보다는 내용과 구조, 전략적 ‘역학 변화’를 정확하게 짚고 가야 한다. 결국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지, 아니면 기존 의존관계 재탕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정책 조율과 산업적 준비에 달려 있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한미 원자력 협력, ‘가속화’ 선언의 의미와 숙제”에 대한 5개의 생각

  • 가속화라… 뭔가 빠르게 한다고 좋은 건 아닐텐데😅 리스크 잘 관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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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들끼리 쇼하는 것 같아요😑 진짜 국민을 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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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력 가속화라… 결국 말만 번지르르🙄 무슨 실익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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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 협력한다고 북한 전기도 들어오냐? 드립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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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원자력은 외교 쓸모품 되는 거 아닌지 싶기도 해요. 양국 진짜 서로 신뢰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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