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칼럼]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슬로건이 최근 사회 곳곳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개인의 선택권 보장’을 내세워 유연근무제 확대, 해고 요건 완화, 임금 체계 개편 등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중은 이 논리가 합리적 권리의 확대인지, 아니면 노동 환경의 악화로 가는 길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프레임 뒤에는 근로조건 악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담 전가라는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 여러 사례를 보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자유’가 아니라 불안과 압력의 강화로 체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김지연(가명) 씨는 최근 업무량 조정과 일정 변경에 쫓기고 있다. 회사는 ‘선택 근로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 자율성을 강조했으나, 실상은 기존 인력을 줄이고 남은 직원들이 추가 업무와 밤샘 근무를 분담해야 했다. 김 씨는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기 힘들고, 일정이 바뀔 때마다 불안하다”며 “‘선택’이라고 해도 회사의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청년층 또한 마찬가지다. 플랫폼 아르바이트 종사자 박성민(24세)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말과 달리, 실제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리한 시간대 배정이나 급여 협상에서 ‘선택권’은커녕 생계에 쫓기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현장 노동자가 제기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준다.

정부와 일부 유력 언론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두고 ‘선진국식 근로 환경’ 또는 ‘세계적 추세’라는 논리를 반복하지만, 주요 OECD 국가의 경험을 살펴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독일·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인정하더라도 사회적 안전망과 소득 보전, 근로자 참여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반면 한국은 일방적인 유연화와 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파견 확대로 인한 비정규직 증가, 결속 약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노동시장에 대한 상대적 투자와 복지 수준은 여전히 낮아, 정책이 선언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동 정책을 단순히 ‘자유’의 이름 아래 포장하는 것은 구조적 권력 관계를 은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노동현장에서 근로자가 자신의 노동 조건을 진정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고용 불안이 일상화된 현실, 집단교섭력이 약한 비정규직·청년·여성 근로자의 경우, 사업장이나 계약 조건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심층 취재에서 만난 야간 경비 노동자 이철현(가명)은 “밤을 새는 게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아도, 이게 아니면 당장 월세를 내기 힘들다. 자유보다는 필요에 내몰린 선택”이라 고백했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가 아닌 ‘강요된 선택’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회학자들과 노동연구자들은 정부와 시장이 주장하는 ‘노동 선택의 자유’ 담론에 대해, 경제적 약자일수록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성과가 전체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 없이 진행되는 변화는 오히려 사회 전체의 불안정과 양극화를 키운다. 202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단시간·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청년층 고용의 질이 개선되지 않은 채, 노동의 자유-불안의 증폭만 반복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단기적 효율성 외에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할 현실에 직면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고용관계가 유연해질수록, 생산성 하락·노동시장 이탈·소득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도 비례한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에서도 코로나 이후 불안정 노동 확대가 사회적 갈등과 저출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바 있다. 복지선진국은 노동 유연화와 복지·사회보험의 맞물림, 근로자 참여권 확대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접근을 취한다.

‘노동 선택의 자유’ 프레임을 둘러싼 여러 주장은, ‘누구에게 어떤 자유가 제공되는지’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선언적 자유만 강조된다면,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이는 단지 노동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자유’라는 단어에 가려진 노동의 현실을 직시할 때, 진정한 ‘선택의 자유’란 다층적·실질적 사회적 권리 체계와 맞물려야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독자의 다양한 고민과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한 정책 논의가 필요할 시점이다. 현장의 변화를 세밀하게 살피고, 제도와 현실이 정교하게 연결되도록 지속적 감시와 집단 논의가 요구된다. 앞으로도 노동과 복지, 사회적 약자를 둘러싼 이슈를 심도 있게 취재하고자 한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김광호 칼럼] ‘노동 선택의 자유’라는 거짓”에 대한 7개의 생각

  • tiger_cupiditate

    아니 자유래놓고 현실은 다 눈치에 등골 브레이커지… 선택할라하면 언제 잘릴지 모름 ㅋㅋ 우리나라 노동환경 언제 좋아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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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선택의 자유는 그냥 사장 마음대로 해고의 자유 아님??!! 요즘 이런 말만 들으면 웃기기도 하고 좀 화도 나고 ㅎㅎ 진짜 약자들만 더 힘들어지는 구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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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에 나온 콜센터 사례 너무 공감돼요. 결국 선택의 자유라는게 현장에서는 말뿐인 경우가 많죠. 시스템 보완 없인 의미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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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새로운 용어로 포장하지만 결국 불안정 노동만 확산되는 것 같네요. 유럽처럼 사회안전망도 같이 논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내 현실에 맞는 정책 대안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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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의 자유라… 결국 사측에 유리!! 본질은 변한 게 없음!! 약자만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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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경험이 중요한데, 이런 심층취재 기사 자주 보고 싶네요. 정책 마련될 때도 실제 목소리가 반영되길!!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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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_necessitatibus

    ㅋㅋ 웃프네 진짜. 선택의 자유 말은 거창한데 쓸 데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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