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태리 식문화를 한국에서…CJ푸드빌 새 외식 브랜드 ‘올리페페’

촉촉하게 비 내린 초겨울, 서울의 한복판에 모던하면서도 익숙한 편안함이 스며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CJ푸드빌이 새롭게 선보인 외식 브랜드 ‘올리페페’가 그 주인공이다. ‘Olive’와 ‘Pepe’라는 두 이탈리아어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공간은, 이름만큼이나 가벼운 유희처럼 신선하고 정감 있게 다가온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 미세하게 노릇하게 구워진 포카치아가 식탁에 오르자, 따뜻한 오븐의 향과 바스락거리는 질감이 손끝에 스며든다. ‘올리페페’가 내세우는 첫 인상은 이탈리아 현지 감성을 익살스럽게 해석한 세련된 무드. 어둡지 않으면서도 깊은 초록과 크림색, 빈티지한 원목 테이블과 무심하게 올려둔 패브릭 러너,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잔잔한 재즈 선율까지. 손님들은 언젠가 이탈리아의 골목에서 잠깐 머물렀던 파스타집을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메뉴에는 계절감이 묻어난다. CJ푸드빌의 오랜 경험과 재료 선별력, 그리고 한식의 풍미를 자연스럽게 더한 점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상큼한 감귤과 신선한 바질, 부드럽게 익힌 닭가슴살이 어우러진 샐러드에서는 겨울의 상쾌함과 건강한 한 끼의 무게감이 동시에 전해진다. 올리브유의 고급스러운 향이 남긴 여운, 시트러스 드레싱의 가벼운 산미가 무채색의 겨울을 부드럽게 밝혀준다.

주방에서는 여유 있게 면이 펄펄 끓고 있고, 적당히 물기 머금은 파스타가 넓은 그릇 위에 소박하고도 풍성하게 담겨나온다. 인기 메뉴인 블랙 트러플 오일 파스타는 진한 향과 담백함, 그리고 씹을수록 살짝 느껴지는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일상을 벗어난 여유를 선사한다. 두툼한 포르치니 버섯 리조토, 은은하게 치즈가 감도는 크림 파스타, 그리고 품격 있게 구워낸 이탈리안 미트볼까지. 각 메뉴는 이국에서 온 듯하지만, 익숙하고 온화한 조리법을 가미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안락함을 전한다.

‘올리페페’가 강조하는 ‘Feel Local, Eat Italy’의 기치처럼,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그냥 들여오기보다는, 한국인의 일상과 기호, 그리고 식재료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안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CJ푸드빌이 이전에도 ‘뚜레쥬르’, ‘빕스’ 등 대형 F&B 브랜드에서 다양한 맛 실험을 선보여온 만큼, 이번 올리페페 역시 국내 외식업의 트렌드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무엇보다 따뜻한 조명의 조도,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색감, 그리고 미소 띤 직원들의 태도까지. 음식 외의 섬세한 터치가 이 공간을 더 빛나게 만든다.

최근 몇 년 새 이탈리안 다이닝 트렌드는 많이 대중화됐다. 그러나 ‘올리페페’는 그저 이국적이고 고가의 음식을 내놓기보다는, 일상 속 가벼움과 신선함, 그리고 소소한 이탈리아의 여유를 식탁 위로 불러낸다. 실제로 오픈 당일 매장에 모인 젊은 손님들은 익숙한 파스타나 피자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조합의 샐러드, 직접 손질한 수제 파스타에 호기심을 보였다. 누군가는 평범한 식사가 새로운 영감이 되고,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되어 준다 말한다. 기자 역시 한 점 한 점 음식에 칼을 댈 때마다, 이곳만의 ‘몰입’과 여유 속에서 천천히 맥주잔을 돌려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첫인상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외식 업계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신(新) 이탈리안 레스토랑’ 홍수 속에서, 무늬만 현지식인 메뉴들이 차별성을 잃기 쉽다는 우려는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여러 외식 대기업들이 ‘정통 이탈리아’ 경험을 앞세워 오픈한 레스토랑 다수가, 어느새 한국식 ‘퓨전’ 형태에 머문 점도 빈번하다. 그러므로 올리페페가 앞으로 얼마나 ‘진짜’ 이탈리아와 한국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지, 그리고 대형 브랜드다운 품질관리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바쁜 오후 어느 한때, 창밖 거리로 겨울 해가 기울고 사람들 사이 소박한 웃음이 번진다. 음식의 향이, 공간의 온기가, 일상에 작은 휴일처럼 방울진다. 올리페페가 한국 도시의 평일 식탁에 던지는 이 한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르포]이태리 식문화를 한국에서…CJ푸드빌 새 외식 브랜드 ‘올리페페’”에 대한 4개의 생각

  • panda_laudantium

    드디어 CJ가 본격 이탈리안 푸드로 치고 들어왔군요. 이제 이탈리아 현지인들 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해진다. 한국식 이탈리안의 종착역인가, 진짜 혁신의 출발선인가? 메뉴 이름에 또 무슨 신박한 한글화가 들어갈지도 기대 중입니다. 그나저나 대기업 브랜드의 연출력이 정말 공간부터 재료까지 좌지우지하는 세상… 올리페페, 맛 뿐만 아니라 진짜 분위기도 좀 살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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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_laboriosam

    파스타 먹으러 새로운 곳 찾던 중이었는데!! 여기 꼭 들려봐야겠네요~ 조명 분위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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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또 대기업 감성 파는 거지ㅋㅋ 공간 인테리어랑 메뉴 이름만 번듯하게 바꾼다고 현지로 변하나? 맛 아니라 분위기 마케팅에 속는 거 아닐까 걱정됨. 결국 어쩌다보면 다 똑같이 변해버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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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페페? 듣자마자 시도때도 없이 새 브랜드 내는 CJ 생각나서 피곤하다… 파스타 하나 먹으려다 또 실망 안했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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