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야구’에 끝은 없다—박준영·김민범이 남긴 전력, 그리고 파이터즈가 갈 길

뜨겁게 달아올랐던 겨울 전지훈련의 분위기. 파이터즈 구단은 이번 오프시즌 내내 특유의 ‘스피드 앤 파워’ 야구로 정규시즌 내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중심에는 박준영·김민범 두 베테랑 투수의 흔들림 없는 이별 행보가 있었다. 이번 전력 분석에서는, 두 선수의 마지막 불꽃이 얼마나 강하고 뜨거웠는지, 그리고 그 퍼포먼스가 파이터즈에 남긴 실제 전술적 자산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2025시즌 내내 박준영은 1선발과 2선발을 오가며 경기 초반 안정적 리드를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그의 주무기 체인지업은 올 시즌 피홈런을 크게 줄였고, 7회 이후 결승점 상황에서도 세컨드볼로 바뀌면서 기존 ‘패턴 노출’ 약점을 명확히 교정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6km/h로 측정될 정도로 체력 관리에 성공했고, 특히 좌우 타자별로 볼배합을 과감하게 조정했다. 올 시즌 3점 이하 실점 경기 비율이 74%에 달했다.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 특히 3회 이후 한 번씩 빠지는 구속 저하 구간에서도 빠른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았다는 점이다. 상대 3번~5번 중심타선을 상대로도 볼넷 비율이 1.8%에 머물렀으며, 선발 평균 이닝도 5.8이닝까지 끌어올렸다.

김민범 역시 중간계투진의 전형을 새로 쓴 투수다. 오프너 콘셉트로 활용되면서 불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야구의 핵심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략 시점을 앞당기는 슬라이더 중심의 초반 볼배합과, 6~8회 길게 끌어가는 체력 분산법, 마치 ‘루키 시즌’처럼 거침없는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시즌 세이브 10개, 홀드 23개, 평균 자책 2.29라는 수치는 자신만의 존재감을 설명한다. 세컨드볼(커브) 위주로 타자 몸쪽을 적극 공략, 인플레이 타구를 줄이고, 위닝타임에 단 한 번의 실투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연투가 계속된 8월에도 그의 월별 피OPS(.624)는 팀 내 불펜 중 최상위권이었다. 물론 때로는 과감한 승부구가 한계로 드러났지만, 오히려 수비 포지션 분산과 불펜 투수 체력 안배라는 큰 그림에서 김민범은 시스템 전체의 든든한 중심축이었다.

파이터즈는 경기 초중반 안정감과 불펜 구동력이라는 야구의 두 상반된 축을 동시에 확보했다. 바로 박준영의 이닝이터 본능과 김민범의 스윙밸런스 책임감이 조화된 결과다. 낡고 헐거운 투수진, 그리고 수비 집중력 저하로 허덕였던 지난 3년간과는 차원이 다르다. 박준영의 버티는 투구와 김민범의 다기능 불펜 자원이 조합되며, 올 시즌 경기 당 실점 3.42점—리그 2위 수치로 그 우수성이 입증됐다. 주목할 점은 그들이 이별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 팀 전체 훈련 분위기를 바꿨다는 점이다. 박준영이 남긴 루틴 중심 훈련법, 김민범이 전파한 멀티플 불펜 세션은 젊은 투수진에게 확실한 DNA로 남았다. 실제 포스트시즌 파이터즈의 불펜진은 이전과는 상반된 견고함을 드러냈으며, 내야 수비력도 동반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야구계에선 두 선수의 이탈을 두고 다소 회의적인 시선도 공존했다. 파이터즈의 투수 운용법이 너무 기계적으로 개인 역량에 의존하지 않느냐, 불펜진 세대교체가 제 때 이뤄질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는 분명하다. 시즌 마지막 20경기, 선발·불펜진 평균 WHIP는 1.14로 마감됐고, 팀 전체 상대오차득점률도 0.09에 불과하다. 이는 동기간 리그 1위를 뜻한다. 시스템이 선수 한 명에 기대기보단, 그들이 만든 문화의 지속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체계적 불펜 교체, 세심한 수비 조직, 그리고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 세 가지 관성은 두 베테랑의 전술이 퍼져나간 결과다.

팀 해체 수준의 여파는 없을 전망이다. 박준영의 직구 패턴 확장은 이미 젊은 좌완 류지호, 우완 신유성에게 흡수됐고, 김민범의 불펜 멀티세션은 벌써 차세대 셋업맨들에게 전수됐다. 경기 중반부터 후반으로 이어지는 파이터즈의 투수 리듬, 단순히 한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신인, 그리고 2군 콜업 선수들까지 훈련 효율과 경기 집중도 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테랑의 이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별을 앞둔 두 투수가 이끈 야구적 내공, 그리고 파이터즈의 논리적 전술 업그레이드는 그 이상의 의미로 남는다. 단순한 스타 선수의 퇴장이 아니라, 구단 전체의 ‘플레잉 콘셉트’까지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자극제였다. 수치와 흐름, 그 어떤 탑다운 지시가 아니라 현장 속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흡수한 땀과 피가 야구장을 뒤덮는다. 이 문화가 지속되는 한, 파이터즈는 불꽃야구의 철학과 결과—그 두 가지를 계속 겸비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불꽃야구’에 끝은 없다—박준영·김민범이 남긴 전력, 그리고 파이터즈가 갈 길”에 대한 9개의 생각

  • 이런 전력 분석 기사를 보면 정말 프로야구가 시스템적으로 발전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특히 박준영의 변화구 패턴, 김민범의 멀티 불펜 운용법!! 사실상 KBO 투수진 전술의 표본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젊은 선수들이 이걸 얼마나 빨리 내재화할지가 관건이겠죠. 파이터즈 프런트진 입장에선 고참들 퇴장 이후 세부 데이터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2군 콜업 선수 훈련 루틴까지 체계화된다면 내년에도 재도약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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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전력 분석이 이 정도로 세밀해진 거 보면 시대가 변하긴 했군요. 박준영 슬라이더 진짜 쩔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선수 계속 나왔으면~ ㅋㅋ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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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기사 계속 부탁드려요ㅋㅋ 전술 디테일 보는 맛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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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정리된 기사네요… 팀내 분위기 변화와 투수진 성장 트렌드도 명확히 짚어주셔서 흥미롭습니다. 현장 취재 기사 자주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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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팀이란 게 한두 명에 좌지우지 안되지만, 이런 베테랑의 전술이 젊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빨리 녹아들지가 관건이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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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관적인 수치에 기반한 퍼포먼스 분석 좋아요. 실제로 팀 전체 밸런스와 세부 전력 구성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유지되는 점 높은 평가를 합니다. 세대교체가 정착되면 향후 파이터즈가 꼭 KBO 강팀으로 우뚝 서리라 생각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현장감 있는 기사 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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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박준영 없으면 초반 이닝 걱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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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펜진 멘탈케어 잘하자~😸전 새 선수 기대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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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영-김민범 라인업 빠지면 초반엔 흔들릴듯🤔 하지만 시스템 전수가 진짜라면 내년쯤엔 또 다른 파이터즈 보는 거 아닐까 싶네요. 데이터 야구 신세대답게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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