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AI, 사람을 위한 연결고리 될 수 있을까

아주 오래전, 서울 외곽의 한 노인은 동네 의원에서 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마저 위로받았다 합니다. 세월이 흘러 이젠 병원 접수부터 진료 안내까지, 모두 기계음이 대신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 이면에는 누군가가 놓치는 감정이, 혹은 질문 하나 건넬 용기조차 없던 이들의 위로받을 기회마저 사라지진 않았나 문득 생각해봅니다.

오늘 소프텍코리아와 양지병원이 손잡고 ‘헬스케어 AI 상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기관은 각각 AI기술력과 의료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빠른 상담 체계를 만들겠다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혁신적인 변화이고, 언뜻 기대감이 앞서긴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외 병원에서도 AI를 활용한 상담 시스템 도입이 잇따르고 있고, 이미 몇몇은 간단한 문진이나 증상 체크, 진료 예약까지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바쁜 의료진 대신, 복잡한 기록과 환자 관리도 AI가 똑똑하게 처리해주는 시대. 많은 환자들은 이젠 “몇 번 진료실로 가야하나?” 보다 “내 고민, 잘 알아주려나?”에 더 궁금증을 가집니다.

수도권 외진 곳에서 홀로 사는 박순애(가명) 할머니는 자주 병원에 갈 일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의료진의 얼굴도 보기 어려워졌을 때,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기계 앞에서 멈칫거리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 키오스크, 챗봇 상담이 많지만, 할머니는 복잡하고 빠른 화면에 자신이 할 말이 전부 전달되지 않을까 늘 긴장합니다. 그래서 AI 상담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 기술이 가장 이해받기 힘든 사람까지 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얼마전 만난 양지병원 간호사 김진화 씨는, 자주 야간 응급실에서 일합니다. “피곤해도 환자분들 걱정, 질문, 또 가족들이 물어오는 걸 다 받아주다 보면 몸이 힘들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병원 현장의 현실은 간호사-환자 모두가 시간에 쫓 얽매이며, 짧은 만남에서 핵심만 묻고 떠나야 합니다. 여기서 AI가 도움을 준다 해도,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그치면 오히려 인간관계의 온기만 빼앗는 건 아닐까요?

AI 의료상담 서비스, 진짜 과제는 데이터입니다. 소프텍코리아는 ‘국내 의료에 맞는 자연어 처리’를, 양지병원은 ‘현장 적용’ 능력을 내세우지만, 실상 환자 개개인의 언어 습관, 이해력 차이, 문화까지 반영할 준비가 다 되었는지는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미국에서 도입된 AI 상담도 의료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등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AI 상담이 오진 가능성을 대폭 낮춘다는 근거는 아직 미흡하다”, “상담 중 환자 정서·비언어적 신호 인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러모로 기술보다는 사람, 경험, 그리고 세심함이 필수인 분야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반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AI가 담당하게 되면서, 보다 중요한 진료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단 평가도 있습니다. 최근 인터뷰한 한 대학병원 IT전략실장은 “고질적으로 짧은 상담시간, 촉박한 업무를 AI가 보조하면 적어도 1인당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겠죠”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AI는 사람을 위한 도구라는 본래 가치를 잊지 않아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고령층과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접근성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AI상담이 또 다른 벽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오프라인 지원, 헬프데스크 운영, 휴먼 터치가 남아야 한다는 사회복지 전문가의 의견도 새겨야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지방병원에서는 AI상담 시스템 도입 후, 70대 이상 환자의 진료 예약률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모든 사람을 늘 배려하는 건 아니기에, 우리는 기술과 인간, 그 사이의 균형점을 꾸준히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AI가 인간 언어의 따스함, 환자의 불안감, 의료진의 현장 압박까지 두루 이해하는 날. 상담의 첫 마디부터 마지막 문답까지 따뜻함이 흐르는 헬스케어가 가능할까요? 우리는 그 질문의 답을 이제 막 찾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혁신과 온기 모두를 지켜내는 길 위에서 계속 고민할 때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헬스케어 AI, 사람을 위한 연결고리 될 수 있을까”에 대한 3개의 생각

  • 이제 병원도 사람 안 보고 다 기계만 상대하겠네. 진심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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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율 좋아진다지만, 결국 의료 민감 정보 다 넘기는 거 아닌지🤔 신뢰 문제 해결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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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모든 이들의 삶을 아우를 수 있으려면, 기술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최근 늘어나는 디지털 복지 논의처럼 의료 현장 역시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접근성이 보장되어야겠지요. 헬스케어 AI는 결국 사람을 위한 도구라는 점,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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