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공장’의 종말, 그 이면에 숨겨진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피닌파리나(Pininfarina)의 ‘그루질로(Gruzzolo) 자동차 공장’은 전 세계 자동차 애호가와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공장’으로 손꼽혀왔다. 2025년 12월, 이 상징적인 공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본래 피닌파리나는 1930년에 설립된 이래,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등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대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독보적인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집약해온 바 있다. 그루질로 공장은 단순한 생산 시설이 아니라, 자동차와 건축, 문화가 만나는 복합 공간으로 기능하며, 공장 건물 자체의 미적 가치와 친환경 설계, 생산방식 혁신으로 국제적 모범사례로도 평가받았다.
폐쇄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강타한 전기차 전환 바람과 이에 따른 생산설비의 현대화 필요성이 꼽힌다. 피닌파리나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 로우볼륨(저량 생산) 맞춤형 고급 승용차를 생산해왔으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EV(전기차) 대중화 흐름, 대량표준화 플랫폼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에 적응하는 데에 한계를 겪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유럽연합(EU) 신차 등록의 25%가 완전 전기차였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전동화 라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아웃소싱 생산을 담당하던 피닌파리나 등 전문 제조사들의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 내 고용, 관련 공급망, 이탈리아 특유의 자동차 설계 및 디자인 유산을 감안했을 때, 그루질로 공장의 폐쇄는 단순 경제적 구조조정 이상의 문화적 상실로 비쳐진다.
현재 유럽 내 전통적인 소규모 자동차 조립 및 디자인 전문업체들은 시장 재편과 친환경정책 강화, 그리고 생산자동화 투자가 병행되면서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반면 미국·중국계 대형 자동차 그룹들은 소프트웨어 및 전기모듈 통합, 공급체인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춰 대형화와 표준화에 주력 중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상하이와 베를린, 텍사스에서 신규 ‘기가팩토리’ 건설을 통해 4차산업혁명형 자동차 공장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다. 피닌파리나의 전통적 자동차 공정과 미학, 건축이 하나로 녹아든 공간은 이런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 ‘장인정신 유지’라는 가치가 시장 요구와 얼마나 괴리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한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이상의 변화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의 유럽 내 경제적 생태계, 부품 클러스터 그리고 지역 문화 정체성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피닌파리나 공장이 수십 년간 지녀온 ‘자동차 양산의 미적 기준’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점차 글로벌 스케일의 효율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로봇 기반 최첨단 생산력에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분위기다. 기계와 인력이 격돌하던 벨트컨베이어의 시대가 저물었듯, 아름다운 공장과 공생하는 유럽식 자동차 산업의 한 시대가 실질적으로 막을 내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구조 변동에 서로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BMW는 오래된 역사적 공장지를 박물관 또는 첨단 R&D센터로 탈바꿈시키고 있고, 일본 도요타 역시 스마트공장 전환에 공을 들이면서도 유산 보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중국계 부품업체들은 현지화·전기화·친환경생산 대응에 매진, 자동차 산업 패권을 위한 치열한 재편전이 한창이다. 피닌파리나공장과 같은 사례는 산업의 대전환이 건축, 일자리, 로컬 브랜딩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나아가 전통과 혁신 사이 균형 난제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선명하게 던져주고 있다.
토리노 그루질로에서의 쇳소리는 잠들지만, 자동차 공장의 정의와 역할, 그리고 문화적 의미는 변화의 기로에서 다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미래는 디자인 훼손 없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모빌리티 허브, 더 나아가 우주항공·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의 확장까지 요구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산업 논리와 기술 혁신의 실질적 생존력은 그 아름다움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이 변화의 파고 속에서, 각 국의 자동차산업은 어떤 ‘공장’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오늘날 ‘아름다운 공장’의 의미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 고다인 ([email protected])


헐;; 공장도 트렌드타나 ㅋㅋ 이제 다 스마트팩토리지 뭐
와 진짜 빠르게 바뀐다는 생각밖에 안 듦. 첨단기술이 다 해먹네 이제.
옛날 감성이 전기차 혁신 앞에선 어쩔 수 없나봐요. 첨단기술이 전통을 밀어내는 게 전 세계 추세지만, 한편으론 그 유산을 어떻게든 남겨두려는 시도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같은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도 찾아야겠죠. 공장이 없어져도 그 미학과 의미가 IT,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 새겨지길 기대해봅니다.
산업혁신이 누구에겐 기회지만, 한쪽에선 진짜 문화적 손실… 다들 첨단, 첨단 하는데 결국 추억도 효율에 흡수되는 건 현실이네… 누가 공장 미학 가치 지켜줄지 함 보자, 한숨만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