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너머의 진실, ‘퀴어(2025)’에서 발견하는 오늘의 공기

한겨울 저녁, 불 꺼진 극장 복도에 발을 들인다.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퀴어(2025)’의 첫 장면. 조용한 도심 골목을 걷는 인물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거리의 소음이 작게 깔리고, 마치 관객도 그 뒤를 따라 걷는 느낌, 익숙한 풍경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선 공기가 흐른다. 영화 ‘퀴어(2025)’는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서 출발한다. 감독이 고른 시점은 마치 현장급속보의 질감이 있고, 핸드헬드 촬영 느낌마저 살아 있다. 뉴스 현장의 생생함, 거리감 없이 다가서는 렌즈의 집요함이 작품 전편을 밀고 올라간다.

2025년, ‘퀴어’라는 키워드는 한국 영화계에서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감상이나 변두리에 머물렀던 이 이슈가 본류로 들어왔다. 통계청 인구조사와 주요 포털의 트렌드를 보면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매년 30% 가까이 늘고 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퀴어(2025)’는 벌써 수많은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자유란 무엇인가?”,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거대한 흐름을 담아, 길거리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가듯 감정의 기복이나 선택의 순간들을 단도직입적으로 포착한다. 대화는 명확히 들리지만 자막 처리가 익숙하게 남아, 마치 다큐멘터리 클립을 보는 착각마저 자아낸다.

시청각적 레이어를 들여다보면 긴장과 환대, 거부와 연대의 흔적이 교차한다. 주요 장면마다 도시과 사람, 목소리와 침묵, 갑작스런 폭우와 맑아지는 하늘 등 자연스러운 변화가 반복된다. 주인공은 편견과 일상을 번갈아 걷는다. 극 중 실제 뉴스 출연 장면이나 SNS 실시간 방송 장면이 삽입된다. 언론의 보도 관행이 이들의 삶을 얼마만큼 뒤흔들었는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비춘다. 영화의 핵심은 플래시 같은 화면, 바쁜 도심, 단속의 눈길, 그리고 손끝에 닿을 듯한 진심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퀴어 서사를 본 건 흔치 않다. ‘퀴어(2025)’는 미묘하면서도 솔직하다. 영화연구자 김민정은 “한국의 퀴어영화는 더 이상 숨지 않는다”는 평을 남겼다. 확실히 이 영화는 이전 세대의 검열과 자기검열을 실감나게 흔든다. 극장 밖에도 여진은 남아 있었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 순위에서도 ‘퀴어(2025)’에 대한 언급이 쇄도한다. 익명의 관객들은 작품의 용기와 치열함, 그리고 여운 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상처를 떠올린다. 키워드로 좁히면 ‘현실성’, ‘용기’, ‘연대’, ‘고독’, ‘분노’ 같은 감정이 번진다.

정치권, 언론 등 여러 집단의 반응도 상반된다. 보수적 입장에서는 “경계를 허무는 실험일 뿐”이라는 평가, 진보적 문화계에서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증언하는 기록”이라는 해석이 맞선다. 하지만 영화가 던진 장면 하나하나, 구체적인 인물의 시선과 동선이 오히려 복잡한 논쟁 이상의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가령 길거리 키스 장면에서 뒤돌아보는 행인, 쓰러지는 무지개 깃발, 경찰의 추적,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서 흘러나오는 혐오와 응원의 메시지 등, 이 모든 것이 하나된 현장의 순간처럼 화면에 쏟아진다. 기자 자신의 손끝에 닿는 공기마저 느껴지는 밀착 촬영은, 영화를 보는 관객을 외부자가 아닌 순간의 목격자로 바꾼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해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퀴어(2025)’는 덜 꾸미고 덜 견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헐거움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숨결 같은 진심, 절실함이 더 크게 울린다. 최근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한국 사회 내 퀴어 영화의 방향성에 중요한 이정표”라는 평을 남겼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한국의 도시와, 변화하지 않는 통념 사이의 틈을 포착한 ‘퀴어(2025)’의 힘은 바로 현장에서 도출된 사실성과 긴장감에서 나온다.

영화를 나선 후, 극장 밖 공기는 생각보다 차갑다. 무거운 질문이 남지만, 동시에 작고 미묘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흔적도 감지된다. 이 영화는 더 이상 거대한 주제를 휘두르지 않는다. 단 한 명의 목소리, 단 한 장면의 진실이 더 넓은 의미로 울려 퍼지는 순간이 아주 선명하게 남는다. 소수에서 다수가 되고, 변두리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변화의 시작점. ‘퀴어(2025)’는 질문을 던졌고, 답은 이제 관객과 사회 모두의 몫일 것이다. 백하린 ([email protected])

카메라 너머의 진실, ‘퀴어(2025)’에서 발견하는 오늘의 공기”에 대한 5개의 생각

  • 이젠 뭐든 퀴어만 붙이면 화제냐 ㅋㅋ 현실감 떨어진다

    댓글달기
  • 진짜 요즘 영화계 변화 빠르네. lgbtq이슈 피할 수 없는듯. 다들 생각 어케함?

    댓글달기
  • 요즘 이런 영화 더 필요함! 현실감 최고👍

    댓글달기
  • 이런 소재로 진짜 이렇게 영화 찍어줘서 감동이네요!! 다양성이 점점 커지는 거 실감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댓글달기
  • wolf_Congress

    와진짜 한국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 시대네 ㅋㅋ 뭐든 트렌드화 되는 건 빠름;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