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볼게 성심당뿐이라고?…진짜 대전을 걷다, 진짜 여행을 맛보다
겨울 공기가 차분히 가라앉은 대전역에 내리면, 흔히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성심당이다. 뿌리깊은 빵 냄새, 늘어진 행렬, 반죽 위로 흘러내리던 달콤한 소스처럼 대전에서의 하루를 단번에 상징하는 존재. 하지만 정작 대전시를 여행해본 이들은 그 거리마다 녹아든 이야기가 얼마나 다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단골처럼 들르던 부르스러움 속에서 우리는 대전만의 ‘숨은 코스’를 발견하게 된다.
그저 명소만을 대입하듯 따라가는 여행은 어쩌면 대전에게 실례일지도 모른다. ‘볼 게 없다’, ‘성심당 아니면 무슨 재미?’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대전은 대답하듯 작고 조용한 골목의 벽화, 향긋한 어제 오후의 커피 한 잔,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진 옛 철길의 흔적을 보여준다. 은행동의 레트로 감성 카페 골목은 주말이면 젊은이들로 다시 태어난다. 빈티지 소품들 사이로 비치는 오후 햇살, 변하지 않은 흑백 사진 속의 대전 풍경, 이 골목은 기억과 현재가 얽힌 타임슬립이다.
유성온천도 빠질 수 없다. 먼지가 내려앉은 듯한 바람이 일 때, 온천물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겨울 대전의 진짜 온기를 전한다. 피부에 닿는 물방울은 그 자체로 도시의 시간과 공기를 모두 담은 듯하다. 조용한 온천 찜질방에 앉아, 창밖으로 흔들리는 은행잎을 바라보다 보면 이곳이 왜 전국 최고의 힐링 명소로 꼽히는지 공감하게 된다.
여행에서 맛을 빼놓을 수 없다. 튀김소보로만이 아닌, 대전 현지 맛집들은 골목마다 제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중앙시장에 들어서면 들썩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향신료, 장칼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늦은 점심을 즐기는 손님들의 삶이 만난다. 그 옆으로 천굴마을집과 같은 노포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진다.
도시의 풍경은 높은 빌딩과 빠른 교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덕연구단지나 KAIST 근처 카페골목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는 이들의 뒷모습, 늦은 오후 수업을 마치고 동료와 나누는 작은 웃음소리, 연구실에서 밤새운 흔적 위에 선한 빛이 든다. 첨단이 일상에 스며드는 곳, 이는 대전만의 일상 풍경이다.
최근 여러 여행 플랫폼들이 추천하는 대전 명소는 오히려 조금 낯익다. 해외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국내 만점코스’로 대전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지금껏 놓치고 있던 평범한 하루의 즐거움이 담겨 있다. ‘스타의 집’이나 소제동 문화 예술의 거리 등 각자의 추억을 쌓아가기에 좋은 곳도 많아졌다. 그저 대전역 앞에서 유명 빵을 사는 일상을 넘어 대전이라는 도시의 결을 바꿔줄, 조용하고 내밀한 시간들이 더 많이 튼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전은 ‘볼 게 없다’는 익숙한 말 속에서 오히려 가장 많은 것을 품고 있었다. 오래된 찻집에 들러 시간의 흐름을 마셔도 좋고, 작은 수목원 산책로를 따라 계절을 맞이해도 충분하다. 겨울 문턱을 앞두고 펼쳐진 대전만의 마을 축제와 공연, 크고 작은 문화 프로그램까지, 이 도시는 사실 당신의 상상보다 더 깊고 오래 준비된 놀이터다.
빵 한 조각에 만족하지 마라. 어쩌다 한 번 접속되는 여행의 도시가 아니라, 일상과 유휴 시간 사이 어디엔가 온기와 이야기가 남아있는, 그런 장소가 바로 오늘의 대전이다. 도시의 맛과 쉼, 문화와 골목을 나란히 경험해 보고 싶다면 그 두근거림을 따라 무심한 듯 펼쳐진 소도시의 특별함을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여행은 멀리 가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낱낱의 생생한 하루, 작은 골목에서 시작되는 긴 여정이 있기에, 대전은 오늘도 단 하나의 목적지를 넘어 수많은 이야기를 점점 더 품어간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대전까지 가서 빵만 먹고 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간식 먹은 거지 ㅋㅋ 온천-시장-골목은 확실히 루트 좋네요. 다음 여행지로 저장합니다. 나중에 현지 노포에 대한 심층 취재도 한번 해주세욬ㅋㅋ
솔직히 대전 지나가는 도시였는데 자세히 읽으니 생각 바뀜. 성심당은 솔직히 명성값 하는 빵이고, 온천에다 중앙시장까지 코스가 채워져 있다? 다음엔 일부러 들러볼만함. 단, 관광 안내판은 좀 더 세련돼졌으면…
성심당 얘긴 지겹지 않냐? 대전 사는 친구 불쌍하단 생각 들더라. 가면 볼 거 더 없는 줄 알았더니 오늘 기사보고 생각 좀 바꿈ㅋㅋ 그래도 빵 하나 먹으러 간건 맞지? 다른 맛집도 쫌 알려줘라 길치도 찾기 쉽게~
대전=빵집, 이 프레임 너무 정해진 듯. 온천, 노포 코스는 신선하네요. 나중에 진짜 만점 여행이 될지 확인해 보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