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⑤]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

2025년 겨울, 디자인계는 패션과 인테리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결정적인 변곡점을 목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양한 글로벌 컬렉션과 국내외 가구 박람회에서는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이라는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된다. 패션 브랜드들이 주도한 소재·색상·질감의 실험이 이제 가구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역으로 가구 자체가 하나의 ‘입는 디자인’처럼 수용되는 양상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생활패턴이 디지털·하이브리드화하고, 공간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 개개인의 감정과 직결되면서, ‘살아있는’ 공간, 즉 개인의 개성을 반영한 인테리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0년대 중반 이후 “홈-라이프”와 “워라밸” 트렌드가 집 안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패션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의 표현’이 거실·침실·주방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제 소파 하나, 조명 한 점마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코드로 진화했다. 이 변화의 물살을 탄 건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다. 아르마니 까사, 라프 시몬스×카시나, 구찌 데코 라인은 패브릭(벨벳, 실크)·패턴(체크, 로고플레이)·심지어 재봉마감까지 패션의 기술과 디테일을 가구 디자인에 반영한다. 특히 2025 S/S 밀라노, 파리 디자인 위크에서 확인된 풍경처럼, 끼워 맞추기식 협업이 아니라 ‘일관된 미학’으로 가구 자체를 다시 쓰는 시도가 릴레이된다.

국내에서는 젊은 창작자들과 중견 인테리어 브랜드들이 유연하게 움직인다. 패션에서 흘러들어온 트렌드에 인테리어 현장의 노하우를 입히며 ‘모듈러 가구’의 유행, 패딩·트위드·데님 등 텍스타일 소재 활용, 심지어 명품 백의 금속 디테일까지 응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트렌드가 단순히 표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본질(구조·기능)까지 손댄다는 것. 의류업계의 ‘맞춤형’ 문화가 가구 주문제작 시장(커스터마이징)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소비자는 거주 공간을 ‘잠자는 곳’이 아니라 ‘입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응용 분야도 넓어진다. 호텔과 F&B, 리테일의 플래그십 매장, 심지어 공유오피스까지 이러한 경향이 확산되어, 브랜딩과 패션이 물리적 공간에서 직조되고 있다.

디자인의 경계를 흐리는 이 흐름 뒤엔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진화가 있다.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패브릭의 도입, 3D 프린팅을 통한 곡면+각진 형태 혼용, 가변 조명 등 패션에서 시작된 실험이 집 안 곳곳을 차지한다. 동시에 소비자 역시 패션의 ‘시즌 제’를 인테리어에 적용·도입하며, 이사나 계절에 따라 집의 분위기, 가구의 배치, 텍스타일까지 유연하게 바꾸는 일이 평범하게 됐다. 홈 인플루언서와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 SNS 트렌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버핏 소파’, ‘바지 주름 쇼파’, ‘드레스 거울’ 같은 이름의 제품을 화제로 만든다. 이 모든 장면에서 소비자의 힘, 즉 ‘각자 살고 싶은 대로 공간도 옷처럼 입는다’는 집단 심리가 필연적으로 확산된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특별함과 차별성을 내세우는 사이 패션·인테리어 시장 모두 과도한 트렌드 소비, 소위 ‘FOMO(Fear of Missing Out)’가 만연해 본질은 잊히고, 외피만 추구하는 ‘표면(피상) 소비’로 흐르는 역풍 역시 현실이다. 친환경, 윤리적 생산을 말하며 대중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럭셔리 브랜드의 한정판 마케팅과 새로움의 강박이 평범한 소비자에게는 거리감을 키우기도 한다. 또, 의류의 패스트 패션화처럼 ‘인테리어의 패스트 트렌드화’는 자원 낭비와 생활의 불편까지 유발할 소지가 있다. 결국 디자이너와 제작자, 소비자 모두 ‘경계 허물기’의 본뜻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공간에 들어서면, 우린 ‘옷처럼 보이지만 안락한 의자’, ‘셔츠의 단추로 닫는 수납장’을 본다.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디자인, 변형과 변주가 가능한 유연함, 기능과 정체성을 모두 담는 설계 방식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취향’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요구된다. 산업계는 ‘따라하는 협업’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는 ‘적층(積層) 디자인’으로 진화해야 한다. 독자가 책상 앞에서, 혹은 소파 위에서 스스로 묻기를 바란다. 지금 내 공간을 채우는 의자와 조명, 그리고 그 위에 앉은 내 모습은 과연 누구의 뜻, 어떤 취향의 결과일까. 융합의 시대, 패션과 인테리어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새로운 주도권은 보다 분명히 소비자 자신에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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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렌드⑤]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에 대한 9개의 생각

  • 패션 따라 디자인 바꾼다고 진짜 더 살기 좋아질까요? 왜 꼭 비싸야 멋있다는 건지.!! 이런 거 보면 진짜 서민은 그림의 떡이네요!! 신상품, 명품, 협업… 결국 돈 많은 사람들 위한 유행만 생기죠. 가구도 유행지나면 다 버려지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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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도 모방, 가구도 따라쟁이!🤣🤣 뭐가 originality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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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가구 보면 점점 재밌어지는 건 사실이죠ㅋㅋ 디자인 혁신 좋은데 가격도 혁신 좀… 비싸서 못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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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류 따라가는 인테리어?!! 한철 장사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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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가구 너무 예쁜 건 맞아. 근데 왜 내 방엔 항상 평범한 책상뿐이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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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테리어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개성이나 창의성이 중요해진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가 소비의 과잉을 부르는 건 아닌지 좀 걱정스럽군요. 세련됨과 실용성, 환경까지 아울러 고민해야 할 시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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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진짜 이제 집에 교복 대신 쇼파 유행 바꾸는 시대네 ㅋㅋ 과몰입 금지~🤔 매번 바꿀 돈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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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기하긴한데, 결국 광고랑 마케팅이 전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돈없는 사람은 패션이든 가구든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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