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⑤]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

의류의 설계 방식과 철학이 이제 거실의 소파, 침실의 침대, 집안의 가구들로 이동했다는 기사 제목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가구업계의 최근 변화상, 특히 디자인계의 트렌드는 마치 패션쇼장을 연상케 한다. 텍스타일의 유연성과 기능이 목재, 금속, 플라스틱과 혼합될 때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입을 수 있는 삶의 무대’가 된다. 일상 공간이 확장된 감각의 영역으로 이동 중이다. 실내장식의 경계가 의복의 경계처럼 모호해졌다. 실용성과 심미성의 균형, 그리고 감촉·색감·비율에 대한 미묘한 집착이 자연스레 전이되고 있다.

글로벌 가구 시장에서는 이미 패션·인테리어 융화 바람이 뚜렷하다. 무인양품, 이케아 등에서 의류 컬렉션의 색상 팔레트를 가구 패브릭, 쿠션, 러그, 커튼에 적용해 소비자의 내부 감각을 자극한다. 프라다처럼 하이 패션 브랜드는 물론 파일럿 컬렉션을 통해 가구 디자인 시장에 뛰어들고, 가구 기업들은 반대로 옷감·의상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딱딱하게 고정된 틀로 여겨졌던 가구 속에, 옷처럼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는 원단과 디테일이 더해진다. 2025년 현재, 국내외 가구 박람회장의 추세 역시 공간의 ‘입체적 드레이핑’과 ‘볼륨감’이라는 키워드를 필수 조건으로 삼고 있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이 흐름의 실용적 이점이다. 코로나와 거리두기를 거치며 생겨난 ‘홈 라이프’의 확대가 공간에 대한 개인의 주도권을 강화했다. 옷을 갈아입듯 가구의 룩을 언제든 교체 가능한 모듈형 구조, 손쉽게 세탁되는 텍스타일 커버,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조합하는 컬러 레이어링 등이 수요와 만났다. 일상 변화에 대응하며 소비자는 과감히 가구를 ‘코디’하고, 자신의 개성·삶의 궤적을 집에 투영한다. 이런 현상은 2030 MZ세대 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까지 폭넓게 번져맞닿는다. 운동복의 기능성/우븐 자켓의 여유로움을 테이블·체어·조명에까지 옮기는 식이다. “적응성”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시대의 취향이다.

디자인 철학의 진화에는 이유가 있다. ‘환경 친화적’ 측면에서 소위 서스테이너블 패브릭과 리사이클 소재, 그리고 자원선순환적 제조공정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 트렌드를 이끄는 에르메스의 오브제 컬렉션이나 가구 벤처들의 친환경 패브릭 채택 사례 등을 보면, 명백히 패션계의 소재혁신이 가구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기능성과 취향, 지속가능성을 모두 잡아야 살아남는 시대적 조건이 된 것이다. 디자인 학계에서는 이 같은 ‘카테고리 월경’이 단순히 집 안 ‘미적 유희’를 넘어, 개인 정체성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빛, 온도, 촉감, 움직임 등 감각의 총집합이 공간과 개체, 즉 집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동시에 소비 트렌드의 분화가 뚜렷하다. 홈오피스, 1인 가구, 넓은 평수와는 거리가 먼 고밀도 주거환경, 디지털 가전과 결합된 융합 가구, 이 모든 세분화된 수요가 “의복처럼 다기능적이며 상황가변적인 가구” 디자인을 자극한다. 유연한 소재의변주와 함께, 컬러풀한 패브릭·테크니컬 패턴이 대세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간 자체가 퍼포먼스 무대처럼 기능하기 시작했다. “내 공간을 입다”는 컨셉은 단지 시각적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생활의 리듬·습관·문화 전체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욕구임을 뜻한다.

이런 경향은 이미 국내 인테리어 브랜드 에스하우스, 사운드프루프, 르마블 등에서도 뚜렷하게 읽힌다. 큐브형 모듈 소파, 패딩 침대, 패브릭 아트월, 라이트 컬러의 울 믹스 러그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전시회와 소셜미디어에서의 주목도 또한 급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융합 디자인이 ‘단순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루틴과 맞물려 가구·주거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올 거라고 진단한다. 패션·가구의 경계 해체, 공간에서의 자기표현, 환경감수성의 조화, 이 모든 키워드가 2025년 새로운 생활 디자인의 기준점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패션의 언어로 집을 설명하는 시대, 그 관점에서 우리는 늘 변화하는 삶의 패턴에 민감해야 한다. 집은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니라 ‘살아내는 곳’, 그 자체가 하나의 몸짓처럼 사회와 소통하는 개체가 됐다. 디자인의 이동은 새로운 일상, 그리고 우리 사회의 감각적 변주의 도약이다. (

[디자인 트렌드⑤]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에 대한 4개의 생각

  • 사실상 홈퍼니싱 업계도 기후 위기, 환경 외치면서 소비 부추기는 거죠. 본질은 안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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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이제 집도 패션 아이템 됨? 이케아 걱정해야겠다🤔 내 방인데 런웨이로 바뀔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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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중엔 AI가 집 옷 골라주는 시대 올 듯🤔 신기하다 진짜. 트렌드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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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스타일 바뀌는 건 좋은데, 매년 유행 바뀌는 패션처럼 가구도 금방 싫증나진 않을지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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