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없는 덫, 2030 젊은 세대를 옭아맨 ‘숨은 당’의 역습

부드러운 한겨울 저녁, 따스한 조명 아래서 후루룩 국수를 삼키던 장면을 떠올려본다. 늘 그렇듯, 인생의 풍경은 평범한 식탁 위에서 펼쳐진다. 우리는 ‘단맛’ 하면 종종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20·30대 건강 이슈의 그림자는 더욱 조용하고 낯익은 음식에서 피어난다. 단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안심했던, 소위 ‘저당’이라 믿었던 음식들이 사실은 혈당관리의 숨은 복병임이 드러났다.
지방의 맛과 감칠맛,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자주 찾게 되는 배달 음식, 국수, 빵 그리고 흰쌀밥. 달콤하지 않아 경계심 없이 먹는 식품들, 이들이 20·30대 당뇨 인구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우리 밥상은 생각보다 더 많은 당류와 정제 탄수화물로 가득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30대 제2형 당뇨병 환자 수가 2배 이상 늘었고, 전체 환자의 약 15%까지 젊은 층이 차지한다.
이 젊은 당뇨의 설계자는 단연코 ‘하얀 음식’ 계열이다. 하얀 밥, 흰 국수, 식빵, 베이커리류, 밀가루로 만든 면과 튀김의 유혹. 단맛을 굳이 첨가하지 않아도, 이 안에 든 정제 탄수화물은 몸속에서 빠르게 당으로 전환되어 순식간에 혈당을 올린다. 이렇게 급작스런 혈당 스파이크는 췌장과 인슐린 기능에 무리를 초래하고, 서서히 대사증후군의 문을 연다. 한 끼의 작은 선택이 쌓여, 인생의 어디쯤선가는 건강이라는 큰 풍경을 바꿔놓는 셈이다.
외식·배달 문화의 확산, 바쁜 일상에 밀려 집밥을 놓친 2030의 식탁은 빠르고 간편한 음식들로 대체된다. 하지만 영양표의 회색지대, ‘숨은 당’의 존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달지 않은데 왜 혈당이 오르냐는 물음에 전문가들은 ‘정제 탄수화물의 마술’이라고 말한다. 하얗게 도정된 쌀과 밀가루는 섬유질이 거의 제거되어, 속도감 있게 혈당을 끌어올린다. 설탕 한 스푼 넣지 않아도, 국수 한 그릇이 때로 아이스크림 한 통의 혈당 영향을 남긴다는 연구들도 있다.
나에게도 국물을 후루룩 넘길 때의 소확행이 있다. 그 끝에 오는 포만감은 마치 따스한 이불처럼 포근하다. 그런데 그 안에 깃든 정제당의 그림자는, 식사의 기억과 별개로 몸 한구석에서 조용히 이쑤시개를 들고 혈당 수치를 찌른다. 요즘 20·30대는 어릴 적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과 메뉴 앞에 놓여 있고, 미디어는 매일같이 화려한 먹방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속에 감춰진 설탕과 전분의 함정에 대해선 그 누구도 쉽게 말해주지 않는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살피면 이 현상에 대한 실증이 더욱 분명해진다. 2023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발간 자료 역시 20·30대 젊은층 당뇨 환자가 10년 전보다 80%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한국영양학회 역시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컵밥, 즉석 국수·볶음밥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간편식’의 반복적 섭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달된 포장 기술에 가려진 또 다른 진실, 각종 첨가물과 액상과당, 고탄수 식품은 단맛 없는 중독을 만든다.
여행길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지방의 향토음식이나 맛집 국수 한 그릇, 혹은 유명한 빵집의 슈크림빵. 먹을 때는 정겨움과 설렘이 교차하지만, 정제 탄수화물과 감춰진 당류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음식이 문화이자 기억이라 말하지만, 때때로 건강을 침식하는 역사의 단면이 되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오늘의 식탁을 다시 바라본다. 밖에서 먹는 음식, 하얀 쌀밥부터 베이커리, 면과 분식, 편의점에서 집어드는 각종 간편식 속에 진짜 삶을 담으려면, 결국 나와 내 건강을 타협하지 않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야 함을 느낀다. 음식의 온기와 사회적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으나, 내일도 현재의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 끼를 따뜻하게 다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이 곧 나 자신이 되고, 먹는 순간이 소중한 기억이 되는 그날까지.
하얀 음식이 만들어내는 ‘무색의 단맛’에 휘둘리지 않는 삶. 20·30대 젊은이들의 식탁에도, 조금 느리더라도 건강한 변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단맛’ 없는 덫, 2030 젊은 세대를 옭아맨 ‘숨은 당’의 역습”에 대한 3개의 생각

  • 진짜 너무하네요. 고작 국수나 빵 먹으면서도 병 걱정해야한다니, 젊은 세대 바쁜데 뭘 먹잖아요? 첨가물, 정제 탄수화물 피하라 해도 싸고 빠르고 맛있는 게 다 그거라는데… 결국 건강 챙기려면 비용도 시간도 더 쓰라는 거죠. 자기계발 기사들이 늘 한숨만 늘려요. 쓴 웃음 밖에 안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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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선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식문화나 배달에 익숙한 청년층이 특히 더 신경 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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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수화물 덜먹는법 좀 쉽게 알려줘요…암튼 충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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