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오래된 테크닉’ 다음은 무엇? 분자요리의 현재와 소비자의 새로운 욕망
이번 주 요리 오디션에서 흑백요리사의 탈락은 방송 내외부로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분자요리에 대한 혹평과 함께 평가단은 ‘오래된 테크닉’, ‘감흥 없는 재현’에 방점을 찍었다. 소위 칼과 불 대신 비이커와 액체질소, 과학적 접근이 한 시대를 휩쓴 분자요리가 ‘신기하다’는 호기심을 넘어선 지 이미 10년, 흑백요리사의 플레이팅마저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한 순간, 우리 소비자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분자요리는 미식문화와 기술이 교차하는 최전선에 서 있었지만, 201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전성기는 확실히 저물었다. ‘분자의 분해와 재조합’이 구미를 당기던 시절은 신기술 실험실에 가까웠다. 잔에 담긴 거품과 젤리화, 연기와 질소 쇼, 그 모든 것이 ‘맛’보다 ‘경험’의 새로움을 자극하며 관능적 소비의 전형이 됐다. 하지만 2020년대 식문화는 단순한 ‘오락성 실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가 찾는 식탁은 경험과 감각, 그리고 정서의 균형을 요구한다. 예기치 않은 조합, 일상을 뒤흔드는 순간보다 ‘공감’, ‘흔적’, ‘이야기’가 각광받는다.
소비자 심리를 들여다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025년, 음식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는 ‘회귀’와 ‘컨텍스트’다. 포스트-팬데믹 시대, 사람들은 아늑함과 진정성, 그리고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원한다. 분자요리가 지닌 실험적 이면은 새로운 세대에게, 어딘가 ‘의식적’이고 ‘연출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소비 경향의 탈권위화 흐름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셰프나 전문가의 ‘놀람’ 유도보다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북돋우는 스토리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번 오디션에서 흑백요리사가 직면한 벽 역시 이 시대 정서를 압축한다. 과거에는 맛과 실험성의 이분법 대신 오감과 예술적 테크닉이 곧 혁신이었다. 지금은 ‘와, 이런 것도 돼?’가 아니라, ‘나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나’, ‘얼마나 진짜 내 기억을 관통하는가’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 변화의 흐름은 분자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변화하는 소비자 집단의 욕망 자체에 기인한다. 경험경제의 언어가 바뀌고, 호기심의 무게추가 ‘신기함’에서 ‘공감’으로 이행한 것이다.
분자요리의 존재감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최신 레스토랑에서는 미니멀리즘, 지역 식재료 중심의 새로운 분자요리를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더는 ‘이것이 과학이다!’라는 대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삶과 연결된 세련된 연출’이라는 새로운 필터 아래에서 조명된다. 맛 자체의 본질이 다시 강조되면서 플레이팅, 비주얼, 스토리, 기법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트렌드가 떠오른다. ‘오래된 테크닉’이라는 혹평 앞에서 다른 요리 장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색 중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레스토랑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밥, 배달, 편의점 간편식까지 최근의 트렌드는 ‘웰빙’이나 ‘헬시 플레저’, ‘나만의 레시피’ 같은 가치 지향적인 소비로 흘러왔다. 요리 방송이나 SNS에서 소비자들은 “보고 따라 하고 싶다”는 자극 대신 “이게 내 이야기”라는 공감대에 열광한다. 이러한 심리는 곧 시장의 소구 포인트 자체를 바꾼다. ‘누구나 셰프’의 시대에 분자요리의 기존 패러다임은 더 이상 대중적 궁금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최근 미식 분야의 여러 현장을 살펴봐도 흐름은 같다. 북유럽, 일본, 미국 동부의 선구적 셰프들도 분자요리 기법의 단순 재현보다는 각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기억, 자연적 식재료를 더 깊게 파고든다. 프랑스에서도 한 때 최고의 분자 셰프로 군림했던 이들은 지역 농장, 유산균 발효, 멘붕을 일으키는 신소재보다 발효와 숙성 같은 전통적 조리법과의 결합에 눈을 돌렸다. 세계 어느 미식 현장에서도 ‘분자요리 upcycling’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새로움을 넘은 ‘의미의 재발견’이다.
흑백요리사의 탈락이 주는 메시지, 그 너머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현실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기술적 한계에 머무르는 순간 트렌드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건 소비자 욕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센스와 감각의 전쟁터에서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이야기, 스타일, 경험 속 삶의 공감을 원한다. 가장 혁신적인 요리는 언제나 식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대의 감성을 담아 피어난다. 분자요리의 다음은, 그리고 미식의 미래는, ‘우리’라는 공동감각 안에서 시작된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과학 같은 요리도 결국 사람 마음 못사로잡으면 끝… 분자요리 요즘은 그냥 옛날 얘기임ㅋㅋ 대중 입맛 어디로 튈지 누가 알았겠냐구요…
어릴 땐 분자요리 영상만 봐도 ‘오~신세계!!’ 하고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음식 본질이 최고네요. 요샌 집밥도 진화하는 시대니, 흑백요리사님도 레시피 방향성 다시 잡으셔야 할 듯!! 그놈의 컨셉, 이젠 너무 인위적이야… 세상은 바뀜🔥
요새 요리방송 보면 너무 과한 연출만 보여서 좀 아쉽습니다ㅋㅋ 아무튼 좋은 기사 잘 봤어요~
분자요리 1세대 때는 반짝했지. 소비공감 시대엔 오히려 뉴스타일이 필요함. 흐름 진짜 변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