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기의 시대’ 퇴장…미국인들이 소파 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미국인들, 이제 집 꾸미기 그만둔다고?’라는 질문은 이 시대 미국 가계의 균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계 인테리어 시장을 선도하던 미국 소비자의 변화는, 팬데믹을 거치며 촉발됐던 ‘홈 인테리어 붐’이 불과 3년 만에 복고풍처럼 시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최근 데이터는 이를 명확하게 뒷받침한다. 2025년 크리스마스 직전, 2023년 대비 미국 내 리빙 및 홈데코 시장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 소비자는 더 이상 거실의 소파나 침실 벽지를 바꿀 생각이 없다. 심지어 업계 최대 유통기업 홈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도 2024년 이어진 부진을 인정했고, 이케아마저 신장률 둔화를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은 자취를 감추지 않아, 생활 필수품과 대출금리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갉아먹었다. 거품처럼 부풀었던 DIY, 친환경 데코, 북유럽풍 미니멀리즘… 모두 지갑이 얇아진 미국인들 앞에선 사치가 돼버렸다.
실제 팬데믹 한복판이던 2020~2021년 미국 인테리어 소매시장은 12%가 넘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교외 이주와 리모델링 수요, 원격근무용 사무공간 확충이 시장을 끌어올렸다. 그때의 열기는 지금과는 딴판이다. “앉을 소파만 튼튼하면 충분하다”, “제일 싼 페인트로 벽 좀 칠하고 만다”는 식의 소비 심리가 강해졌다. 임대료 폭탄과 생활물가, 로켓처럼 솟은 대출금리가 가정 경제를 짓누르며, 남는 돈으로 집을 꾸민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양한 분석기관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인테리어 시장의 축소’를 지적한다. 케이프코드 스타일, 미드센트리 모던, 힙스터풍 ‘파자마 홈오피스’ 등의 트렌드는 과거형이 됐다. 리빙브랜드들은 재고를 떠안은 채 할인 판매에 몰두하고, 전문 인테리어 업체나 건자재 유통사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부동산시장 침체와 맞물려 ‘집은 천천히 고친다’는 인식 변화도 크다. 이 와중에 성장하는 건, 중고가구 직거래 플랫폼이나 렌탈서비스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서구 중산층 소비의 구조적 재편과 연결된다. 거두절미하고, 인테리어 자체가 ‘필수재 소비’에서 ‘사치품 소비’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도래한 것이다. 미국인의 집은, 더 이상 표현욕구의 캔버스가 아니라 위험한 경제 환경을 버티기 위한 ‘쉘터’로 변신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와 빅데이터 역시 ‘홈인테리어 노하우’ ‘셀프수리’ ‘저가 가구’ 검색량이 급등한 반면, ‘럭셔리 리빙’ ‘프리미엄 홈데코’는 역성장세를 보인다.
미국 인테리어 시장의 침체는 글로벌 산업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제 공급망에선 미국발 수요 감소로 동아시아 가구·자재 업체의 수출길이 좁아졌다. 국내 인테리어 업계도 ‘북미 사장님’ 바이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업계의 마케팅 전략은 ‘실용’과 ‘가격 경쟁력’ 쪽으로 전환된다. 초고가 프리미엄, 감성 소비 대신 ‘1달러짜리 접이식 테이블’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공산이 크다.
물론 모든 소비 성향이 ‘집 꾸미지 않기’로 돌아선 건 아니다. 1인 가구, 홈 오피스족, 온라인 창업자 등 특정 계층의 틈새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을 직격탄으로 받은 미국 중산층의 변화가 산업 판도를 결정한다. 인테리어를 백화점 쇼핑처럼 즐기던 시기는 끝났다. 미국인도 이제 ‘만족해야 할 때 만족한다’는 교훈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시장 분석가들은 2026년까지 미국 홈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 둔화, 구매력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청년 세대에게 ‘내 집을 내 취향대로 꾸민다’는 로망은 한낱 그림의 떡에 가깝다. 인테리어 산업의 대응 역시, 예전식 감성 타령이 아니라 ‘지갑 사정’에 맞춘 실용주의 마케팅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이제 ‘집 꾸미기 그만둔다’는 것은 미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도 비슷한 흐름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높은 금리, 실질임금 하락이 맞물린 ‘2020년대 중반’의 소비 문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단면. 미국의 시들해진 인테리어 열풍은, 산업 구조변화의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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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꾸미기의 시대’ 퇴장…미국인들이 소파 위에서 내려오는 순간”에 대한 9개의 생각

  • 돈 없으면 무조건 실용으로 가는 거지. 인테리어고 뭐고 다 허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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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꾸미기 유행도 결국 경제따라가는거… 이게 자본주의 현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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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에 벌써 이런 기사 나온다니!! 미국 따라 배울 게 없다!! 다 똑같이 가난해지는 중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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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남는 건 집값 걱정뿐… 미국도 이 꼴이라니. 요즘 집꾸미기 글 보면 다 광고던데 먼가 ㅋ 시장 망했단 증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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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테리어 붐 한때 유행하다 식었다고 얘기 나오는데, 그때 새로 산 소파들은 어디 갔으려나? 🤔 중고시장만 호황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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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인테리어가 이제 특권이냐?? 미국 따라 우리나라도 곧 이꼴 🤔 아마존 중고시장만 신났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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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을 꾸민다는게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오네요… 팬데믹 특수 지나고 모두 현실로 돌아온 걸까요. 경제상황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다니, 앞으로의 인테리어 산업도 방향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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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돈이 진리지… 이불만 좋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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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꾸미는 재미따윈 이젠 안녕… 돈 없는 세상, 참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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