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식은 여행심리, 국내도 해외도 망설임뿐… 겨울, 우리가 바라보는 자유의 풍경

연말 한파가 걱정을 살포시 안고 다가온다. 수능이 끝났지만, ‘53%’에 달하는 국민이 올해 겨울 여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연말과 새해가 다가오면 공항과 터미널은 열띤 기대감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2025년의 겨울 풍경엔 예전의 설렘과 다름없이 찾아오는 망설임이 더 깊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겨울 국내 여행을 꿈꾸는 이들마저 10명 중 3명꼴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또박또박 ‘왜’라는 질문을 건넨다.

서울 시내 거리의 겨울 풍경을 떠올린다. 창문 너머 희미하게 스며드는 차가운 햇살, 딸깍이는 코트 단추 소리에도 설렘보단 묵묵함이 깃든다. 한 해의 고단함이 어깨에 내려앉은 시대, 바깥보다 집 안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여행업계는 해마다 거듭되는 ‘뉴노멀’에 적응하느라 분주하다. 국내에서조차 움직임이 더뎌졌다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다. 설문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높은 물가와 부담스러운 여행비를 손꼽았다. 오르는 항공료, 숙소 가격은 물론, 어디든 떠나기 위한 ‘심리비용’이 더해진다. 바쁜 일상 끝 출발선에 서는 순간, 엷은 불안이 덧입혀진다. 올 겨울은 최근 대두된 ‘불확실성’의 연장선이다. 대외환경의 급변, 경기 둔화, 사회적 불안 요소 등이 여행심리를 한 겹 더 얼어붙게 한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자유의 관성, 그 틈에서 한국인의 여행관은 점점 수동적이고 신중해진다.

국내도 이렇거늘, 해외로의 발돋움은 더 주춤하다. 현지 정치·치안 불안에 환율까지 오르니, 설렘이나 모험 대신 더해지는 걱정. 각종 SNS와 여행 리포트엔 “예전 같지 않다”라는 체감이 줄을 잇는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붐비던 홋카이도, 후쿠오카, 방콕 골목도 사진 한 장 너머로 ‘썰렁’한 기운이 전해진다. 항공 예약률은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진짜 ‘여행’이 아니라 “꼭 가야 하는 출장이나 인연”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그 본래 의미가 어딘지 흐릿해졌다.

하지만 미묘한 희망의 징후도 있다. ‘소확행’ ‘근거리 힐링여행’ 등 새로운 이동의 패러다임이 나타난다. 먼 곳이 아니더라도, 집 근처 호텔에서 짧은 하룻밤 머무르기, 소도시의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등이 자신만의 속도로 자리잡는다. 거리 두기가 해제된 뒤, 심리적 거리감은 여전히 남았지만, 여행과 휴식의 개념은 더 섬세해지고 있다. 혹독한 겨울 바다, 산책로를 걷는 커플, 찐한 국물 요리 한 그릇의 온기에서 일상의 새로운 감각을 찾으려는 시도들. ‘멀리’가 아니라 ‘가깝지만 낯선’ 곳으로의 작은 이동이 무게 중심을 차지한다.

여행업계 역시 변화하는 흐름을 읽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과거처럼 대량 단체상품을 기획하기보다는, 개개인 맞춤형 소규모 테마여행이나 취향 공유 플랫폼을 내세운다. 지역관광 자원도 다양화되어 서울 근교?강원도의 한적한 펜션과 온천, 경상도 어촌 마을 등 새로운 명소 발굴이 활발하다. 이처럼 생활력과 취향의 교차점에서 ‘한국인다운 여행’이 조금씩 업데이트되고 있다. 동시에, 예약률 저조에 대한 우려 속 동시에 “내년 봄엔 다시 움직임이 살아날지” 여행업계의 숨은 기대감도 느낄 수 있다.

여행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익숙함을 넘어서는 용기, 다시금 설렘을 복원하려는 마음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라나길 희망한다. 여행을 일상 속 작은 선택으로, 계절과 일상, 그리고 사람 사이의 새로운 연결로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는 거리의 차가움마저 자연스레 녹아내리는 자유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여행의 계절이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작게 품어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열’ 식은 여행심리, 국내도 해외도 망설임뿐… 겨울, 우리가 바라보는 자유의 풍경”에 대한 4개의 생각

  • ㅋㅋ 집콕에서 맘 편하게 유튜브 랜선여행 보는 게 훨 여유롭고 저렴한건 팩트! 진심 요즘 방값, 항공료 보면 입 딱 벌어짐…🛫💸 공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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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가고 싶긴 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죠. 물가 올라서 금방 결정도 못 하겠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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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가는 게전에 다시 방탄소년단 콘서트 ‘줍줍’하는 게 더 빠르겠다… 환율이 이 모양이니 해외는 꿈도 못꾼다… 국내도 가격 실화냐? 그냥 집에서 랜선여행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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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물가, 치안 다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 맞죠. 그래도 근거리 짧은 여행으로 힐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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