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그림자와 권력의 무게, 그리고 문화의 뒤안길
흐릿한 겨울 아침, 눈길을 사로잡는 보도 하나가 조용히 세상의 문을 두드린다. 김건희 씨—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라는 무게를 지닌 한 여자가, 화려한 귀금속과 예술품, 가방을 둘러싼 사건의 중심에 섰다. 총 3억 7천여만 원, 적어도 열한 점의 고가 품목들. 금빛 목걸이와 손목 위에 걸쳐졌을 시계, 그리고 무심한 듯 미소 짓는 명품 가방. 모나지 않은 일상 속 등장한 이 ‘소유물’들은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누군가의 바람과 청탁이 덧입혀진 권력의 증표였다.
올겨울, 검찰이 아닌 김건희 특검이 펼친 수사의 지도 위에 ‘나토 3종 세트’라는 명칭처럼 이 장면은 화려하게 각인된다. 2022년 3월 15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 사업상 편의와 가족의 공직 임명—현실적 욕망과 정치적 유대가 ‘물건’과 한순간에 엮인다. 바삐 지나쳐갔던 그날이, 두 해가 흐른 후 문화부 뉴스의 굵은 선으로 남았다. 목걸이의 무게만큼이나, 사적 인연과 공적 권력이 내포하는 상징은 묵직하다.
시간이 흐르고, 김건희 씨의 손에는 이배용 이사장으로부터 온 금거북이, 서모 씨의 고가 시계, 김상민 전 검사에게서 건네받은 이우환 화백의 그림. 이물감 없는 채로 권력의 자장 안을 유유히 지나쳐온 사람들과 예술품들이 한순간 모여, 어떤 스토리가 완성된다. 고가의 ‘그림’ 한 점에는, 문화와 권력의 경계가 모호한 채 섞여 있다. 검찰이 한때 무혐의 처분했던 디올백 사건마저도, 이번엔 특검의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알선수재 혐의와 청탁금지법 위반—단어들은 무겁게 내려앉는데, 그 이면엔 여전히 여러 겹의 은유와 함의가 깃들어 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바로 ‘알선수재’. 공무원이 아님에도, 공무원의 직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유혹과, 실제 주고받은 금품의 궤적이 검은 잉크처럼 종이를 적신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사건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 녹아 있는 ‘관계와 선물’의 문화를 닮았다. 실은, 예술과 정치, 경제와 인간적 관계가 서로 우아하게 엇물려가는 공간에서, 명품 목걸이나 시계는 예술작품이면서 동시에 거래의 언어였다. 이 모든 것이 비밀스럽게, 혹은 대담하게 펼쳐져 온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김건희 씨를 둘러싼 사건들은 결코 하나의 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진법사와 통일교, 또 다른 귀금속과 명품들이 엮이는 별도 사건들이 평행선을 그리며 공존한다. 그라프 목걸이, 샤넬 가방, 그리고 현존하는 문화재적 가치의 화려한 작품들. 사건이 불거진 그 순간에도, 예술과 권력, 그리고 우리 사회의 욕망은 섬세하게 맞물린 시계를 돌린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왜 우리는 이런 사건에 자꾸 눈길을 빼앗길까. 누군가는 ‘정치’라 부르고, 누군가는 ‘문화의 타락’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일상의 미세한 구석, 선물과 청탁, 친절과 탐욕이 교차하는 삶의 원무대에서 태어난 그림자다. 그 그림자는 흑백이 아닌 잿빛. 범죄와 무죄, 청탁의 명암을 단순하게 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진정으로 우리를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미묘함’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 수수에 직접 가담한 정황을 확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등, 사람과 직위의 이동마다 살포시 얹혀 있던 선물의 흔적을 외면할 수 없다. 연말엔 명품 가방만큼 마음속을 무겁게 만드는 이 ‘관계의 퍼즐’—문화와 권력의 부스러기들이 유령처럼 맴돈다.
유력 인사와 예술이 한 쌍의 ‘소유’로 얽힐 때, 한국적 현실은 자주 오묘한 감정을 남긴다. 예술품은 순수함을 대변하는 동시에 권력의 대화수단이 된다. 목걸이가, 그림이, 시계가 ‘문화’와 ‘특권’을 멀게도, 가까이도 만든다. 금빛으로 장식된 사건의 파장이 언젠가 잦아들더라도, 우리의 내면에는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 남는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예술의 순수함은 온전한가, 우리는 이 반복되는 뉴스들 사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문화와 권력 사이를 걷는 이 오랜 줄타기가 여전히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차갑게 빛나는 목걸이와, 무심한 듯 걸친 가방,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전해진 그림 한 점. 정치는 멀게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의 문화와 생활 한복판에 파고든다. 오늘의 뉴스가 하얀 눈발처럼 흩날릴 때, 이 땅의 예술과 사회는 또 한 번 그 그림자 속에서 무엇을 품을지—그 상상은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진짜로 충격입니다!! 나라 위해 뭘 남기시려고 이런 선물을 다 받으셨는지…더 밝혀져야 한다고 봅니다!
ㅋㅋ이쯤되면 명품협찬 아닙니까? 권력은 진짜 무섭다…금고 열면 뭐 또 나올까 무섭네
세상아 어쩌다가 이리됐니?? 뉴스도 이젠 연예기삽니다ㅋㅋ 부끄러움은 누가?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모두가 평등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슈가 반복되면 국민 신뢰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또 금품, 또 특검… 문화적 퇴보라는 생각밖엔.
권력자의 주변인, 그리고 그 주변인에게 흘러가는 값비싼 선물들. 한 점의 그림과 시계에 엮인 청탁의 그림자, 한국 사회의 오래된 풍경이 이 기사에서 또다시 반복됨을 느낍니다. 예술이 정치를 정당화하고, 정치가 예술의 가치를 타락시킬 때, 우리는 무엇을 문화로 기억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네요.
명품이 권력의 패스포트로 쓰이는 이 씁쓸한 현실. 정치, 경제, 예술까지 얽혀있는 모습이 참 복잡한 사회네요. 반복되는 사건에 무뎌질까 두렵지만, 여전히 할 말이 많은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