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을 흔드는 작은 변화, 간식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3학년 윤아는 점심시간이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 어머니에게 ‘간식 뭐 줘?’를 묻는다.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 한 번 이상 간식에 손이 간다는 어른들도 많다. 이제 간식은 단순한 ‘끼니 사이의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상, 사회의 건강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한국인의 식탁에는 과거엔 없던 간식이라는 문화가 점점 커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간식 지출은 꾸준히 상승했다. 바쁜 직장인은 출근길 편의점에서 간편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학생은 버블티 한 잔, 치킨집 튀김 간식까지 챙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매 끼니를 ‘식사’로 구분하던 가족들은, 이제 간편하고 달콤하거나 짭짤한 것을 ‘간식’으로 자연스레 소비하게 됐다. 여기에 ‘홈카페’, ‘집콕 간식’, ‘혼밥족’ 등의 신조어가 유행하며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식습관이 자리잡았다.
오늘 만난 직장인 김정인(36) 씨는 “점심 후에 당 떨어질까봐 군것질을 꼭 챙기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바쁜 택배기사 박민수(43) 씨 역시 “시간이 없어서 밥은 식기 전에 허겁지겁 먹고, 나머진 간편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며 웃었다. 우리의 일과와 피로,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속 남들과의 연결은 작은 간식 하나로도 위로가 된다는 시대다.
그러나 이런 간식 문화의 확산이 사회 건강에는 어떤 의미를 던질까. 최근 대한비만학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4명 중 1명은 하루 에너지 섭취의 35% 이상을 간식에서 얻는다. 그중엔 초콜릿, 탄산음료, 튀김류 등 고당·고지방 식품이 다수다. 실제로 ‘간식’의 식단을 보면 식사보다 더 열량과 당분이 높을 때도 많다. 소아비만과 당뇨병, 심혈관 질환까지도 이에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한편으론, 간식이 심리적 안정과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양사 이지나 씨는 “어른·아이 모두에게 간식이 스트레스 해소나 사회적 교류, 감정 조절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만족감을 전한다. 문제는 양과 질, 그리고 간식이 식사의 본질을 대체하거나 왜곡하는 상황이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폴바셋 커피와 에그타르트’, ‘흑임자 아이스크림’, ‘수제 견과류바’ 같이, 건강함을 내세운 간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합리적 선택과 만족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간식 소비 증가의 배경에는 ‘빨라진 일상’과 ‘소비사회’의 흐름이 있다. 직장·학교·가정에서 지속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규칙적인 식사 시간뿐 아니라 끼니의 의미 자체가 희미해진다. 그 틈새를 메운 것이 편리한 간식, 그리고 대량생산·포장·유통의 발전이었다. 식품업계는 빠르게 반응했다. ‘스낵바’, ‘헬스 샌드위치’, ‘칼로리 조절 간식’ 등 건강을 앞세운 상품으로 시장 파이를 키웠다. 사회가 부산스러워질수록 ‘간식’의 산업도 커져왔다.
이렇다보니 현대인들의 고민은 ‘먹는 즐거움’과 ‘건강’의 틈새 어딘가에 있다. 중년 주부 정미선(48) 씨는 “아이들 간식 챙겨주다 보면, 옛날 떡이나 고구마 같은 건강식보다 포장된 과자나 음료를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교직에 있는 고형수(54) 씨는 “학생들에게 가끔 ‘깡’이나 ‘쫀드기’ 대신 견과류 바를 권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변화의 여지는 곳곳에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우리 식습관에서 ‘간식’이 어떤 위치에 자리를 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한 ‘군것질’로 소비되던 간식. 지금은 식생활의 일부, 감정을 조절하는 미묘한 장치, 혹은 사회적 연결의 매개체가 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먹으며 웃는 시간도, 혼자 커피와 디저트로 위로받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균형을 잃으면, 간식은 건강의 적신호로 둔갑할 수 있다. 가족·공동체·학교·업계가 함께 책임의식을 나눌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옛말이 아니다. 식습관 조절의 주체는 여전히 개인이지만, 이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의 역할이 커졌다. “내일은 아이랑 군고구마라도 삶아봐야겠다”는 엄마의 다짐처럼, 소소한 실천들이 모여 건강한 식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간식’으로 대표되는 작은 변화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과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보듬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평소 아이들 식단에 신경을 쓰는 입장에서 간식 종류가 지나치게 다양하고 자극적인 점이 걱정됩니다. 물론 즐거움이 중요하지만, 식습관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 모두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여행 가서 현지음식 먹다보면 한국 독특한 간식 문화가 더 와닿음. 근데 포장지 화려한 거에 자꾸 홀려서 정신차리면 군것질 하고 있더라. 이대로면 어른애 할 것 없이 다들 ‘간식세대’ 인증인 듯. 식사도 챙기고 가끔은 전통 간식도 먹으면 좋겠음!
결국 또 돈벌이 아닌가🤔
어릴 때는 엄마몰래 먹던 간식, 이젠 대놓고 먹다가 부모님도 같이 드시네. 시대가 변해 감수성도 변했다는 증거 아닙니까🤔
솔직히 마트 가면 간식 코너가 주식 코너만큼 큼. 별 생각 없이 집었다가 다음날 몸무게보고 현타와서 또 다이어트 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