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펼쳐진 ‘신간 맛집’의 소박하지만 깊은 실험

어떤 새해도 성큼 와 있었고, 한겨울 도서관의 창 너머에는 흰 눈이 나뭇가지에 달콤한 설탕 옷이라도 걸쳐놓은 것처럼 소박하게 내리고 있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2025년 12월, 따듯한 변화의 소식을 여행자처럼 우리 곁에 안기게 했다. ‘우리동네 신간맛집’—이 소박한 어휘 속에는 도서관이 작은도서관 16곳에 신간도서를 나누어주는 사업이 숨겨져 있다. 2023년, 첫 발을 내디딘 이 사업은 올해 최다 예약 신간 380여 권을 지원하며, 책이란 선물의 새로움을 변두리까지 골고루 전하다.

이른 겨울날 도서관의 복도는 어쩐지 더 포근해진다. 작은도서관마다 흩어지는 ‘신간맛집’의 노란색 리본 스티커, 그리고 아이와 어른의 손끝에 닿는 갓 인쇄된 종이 냄새. 이것은 단순히 책 몇 권을 보내주는 일이 아니라, 막 피어나는 이야기를 마을 구석구석과 나누는 문화 운동이다. 실제로 작은도서관을 방문하는 파주 시민들은 대형 도서관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친근함과 소통의 즐거움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인기 순위로 선정된 신간 도서를 골고루 보급하고, 독서문화프로그램과 연계해 ‘책 읽는 마을 공동체’의 온기를 점점 피워내는 것이다.

파주에 한해 40여 개 작은도서관이 들어서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주민들에게는 신간 구입 예산의 벽이 크다. 대부분 작은도서관은 동네 엄마나 주민 커뮤니티가 손수 운영해오는 곳. 이런 상징적인 공간에 기억나는 신간책 한 권을 들여놓는 것이 곧 공동체 문화의 새 옹이점이 된다. 아이는 학교에서, 노인은 커피를 홀짝이며, 엄마는 늦은 오후에 이 ‘맛집’의 신간을 찾으러 들른다. 각자에게 맞는 서적이 그들의 일상에 새로운 대화와 상상력의 불씨가 되니까. ‘우리동네 신간맛집’은 단순한 지원 정책이 아니라, 파주라는 지역사회 내에서 책이 마중물처럼 맥박을 틔워내는 상징이 된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아직 이런 형태의 신간 지원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정착하지 못했다. 서울 일부 자치구 및 경기 광명시 등에서 지난 2~3년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체로 ‘신간입고일정 안내’나 ‘순회북카트’ 등의 소극적 프로그램에 머물렀다. 시민참여형 도서관, 신간희망도서 비치 등은 전국적으로 성장중이긴 하나, 올해 파주시의 ‘신간맛집’ 사업처럼 작은공동체 중심의 맞춤 지원과 감성적 접근을 연계한 사례는 여전히 귀하다. 대한민국의 독서문화 기반이 더 넓어지고, 지역분권의 새 틀 속에서 도서관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문화생산과 촉진의 근거지가 되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파주시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물보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책이란, 누군가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로 먹는 마을 밥상’처럼, 신간도서는 주민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 중앙도서관의 올해 ‘신간맛집’은 짧지 않은 시련과 예산 문제를 넘어 일꾼들의 손길로, 그리고 독서자들의 수줍은 미소로 완성됐다. 어느 마을에서든 새로 들어온 책 냄새가 가득한 서가에 발길 닿는 주민들이 늘어난다. 삶의 리듬은 천천히 변화하지만, 변방의 작은도서관 한 켠에서 트렌디한 신간 한 권이 새로운 꿈과 고요한 용기로 자라난다는 믿음. 이 조용한 혁신이야말로 진짜로 우리 사회의 문화적 근육이 단단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거대한 서점 체인을 통하지 않고도, 마을 독립서점들과 해당 도서관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지역 내 작은도서관의 신간 도입이 이루어지는 점, 또 프로그램 공지나 교육 등이 디지털 플랫폼과 연계되어 젊은 층의 참여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 역시 감각적인 기획으로 손꼽힌다. 실제 참여 주민들의 자발적 SNS 콘텐츠 업로드, 동네카페에서의 작은토론회 등 파주 신간맛집은 동네 청춘과 아이, 중장년 세대를 수평적으로 잇는다.

도시에는 언제나 더 거창한 이벤트와 더 화려한 뉴스가 넘치지만, 살아있는 문화란 결국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번지는 일상의 감동에서 비롯된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의 ‘우리동네 신간맛집’이야말로 이 겨울, 지역 곳곳에 퍼져나가는 따뜻한 잉크 한 자락이다. 작은 책이, 그리고 그 책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러분의 동네에도 크고 은근하게 피어오르기를.

— 정다인 ([email protected])

파주에서 펼쳐진 ‘신간 맛집’의 소박하지만 깊은 실험”에 대한 4개의 생각

  • 작은도서관 활성화 참 좋은 정책입니다😊 과학책도 많이 신청됐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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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맛집 이름 센스 대박이네요!!😀 이런 문화 계속 이어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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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도서관 신간 들어오면 소리 나게 달려가야 이득임ㅋㅋ 슬슬 예약 시스템도 경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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