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코스닥, 성장 신화와 투기성의 기로에서 한국 시장이 맞이한 과제
한국 증시, 특히 코스닥이 ‘단타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를 인용하면, 해외에서 유례없는 혁신과 기업가치를 창출해낸 테슬라가 우리나라 기업이었다면 과연 지금의 성공 신화를 이룰 수 있었겠느냐는 논쟁이 제기된다. 테슬라 주가가 한때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음에도 실적 개선, 시장 신뢰, 국가적 지원 아래 장기적 성장이 가능했으나, 국내 시장 구조에서는 장기 투자자 실종과 단기 수익만을 쫓는 투기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혁신적인 기술기업부터 급등락을 일삼는 테마주, 미확인 실적 기대감만으로 몸값이 뛰는 소형주까지 혼재한다. 시장 안정성을 위해 정부는 기업 실적 공시의 엄격화,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등 다양한 제도보완책을 시도해왔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혁신기업이 정당한 가치평가를 받고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는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며 “코스닥만의 특성을 살리되, 지나친 투기성과 유사 도박장을 근절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5년간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순매수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반면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해외 주요 기술주(테슬라, 엔비디아 등)와 달리 국내 성장주에 대한 장기 투자 인프라가 취약하고, 급등락식 투자문화가 뿌리 깊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혁신기업들이 단기 시세차익에만 주목하는 투자자와 소위 세력주, 작전세력에 시달리면서 자금조달과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겪는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의 제도 미비와 신뢰 부족이 혁신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코스닥 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완화 및 투자자 보호 정책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에 적용되는 상장요건 완화, 공모절차 투명화, 분기 실적 공개제도 강화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코스닥 시장이 투기적 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투자자 스스로의 위험인식, 기업의 투명경영, 감독당국의 실효적 제재 등 다각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중론이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나스닥은 초창기 ‘신기루장세’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건실한 기술주 중심의 투자문화, 장기 인덱스펀드 활성화, 상장심사제도의 엄격화 등을 통해 성장 스토리와 투기성을 연착륙시켰다. 이에 반해 코스닥은 테마주, 급등락주가 끊임없이 거래되는 현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건강한 혁신생태계와 자본시장의 사회적 신뢰가 결여된 시장에선 ‘한국의 테슬라’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투자자 보호 강화가 시장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혁신기업 성장 지원 정책과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자율과 규율의 균형,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꾸준히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미래 코스닥 경쟁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시세 변동폭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혁신기업의 도전 정신과 투자자의 신뢰라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는지에 있다. 시장이 그간 견지해온 단기투기 중심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 정책의 명확성, 투자자와 기업, 제도적 신뢰 구축이 필수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