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발달검사·부모상담 무상화, 돌봄 책임의 사회적 전환 신호

이천교육지원청이 무상 발달검사와 부모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은 육아 환경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지역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지닌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영유아 발달문제에 대한 접근성과 연령별 개별화 지원의 필요성은 현장 목소리로 누적되어 왔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히 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단 이후 부모 상담까지 연계해 지원의 실질성과 신뢰도를 높인 것이다.

국내 아동발달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보면, 최근 몇 년간 ‘발달지연’, ‘정서행동 문제’, ‘언어장애’ 등 조기 개입의 사각지대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2023)와 고양시 등 타 지자체들에서도 영유아 발달검사 및 상담비 지원 제도를 확장하거나, 국공립 어린이집-보육교사-정신건강 전문기관 간 협업 모델을 늘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소도시에서는 ‘한 번 검진, 그 후의 방치’가 일상화된 탓에 발달 문제의 만성화, 방임으로 인한 2차적 사회이슈가 뒤따르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천교육지원청의 조치는, 사교육이나 민간 심리센터 진입장벽에 부딪혔던 취약계층에게도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프로그램은 만 3~7세 자녀를 둔 가정에 발달·언어·정서 등 분야별 맞춤검사와 개입방안을 안내하며, 부모가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와 불안을 덜어주는 정서지원 과정도 포함한다. ‘돌봄은 가정의 책임’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지역사회가 초기 신호를 발견하고 지원하는 동반자’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이다.

특히 현장 청년 교사와 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부적절한 진단과 과잉낙인이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거나 가족 내 양육관계에 긴장을 유발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이천교육지원청의 상담연계 강화는 전문가 중심으로 결과를 해석하고, 개별 가정 환경에 따라 맞춤 피드백을 제안함으로써 ‘정답 찾기’가 아닌 ‘함께 성장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마침 저출생·고령화로 맞벌이 부부, 1인 청년 부모 가정이 증가하면서 공적 돌봄의 영역이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닿는다.

다른 시·도 사례를 보면, 부산과 대구, 경기도 일부 시군도 이미 2022~2023년부터 유사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하며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사업운영의 주체(교육청 vs. 보건소 vs. 복지센터) 간 분절, 정보 부족, 인력·예산 한계, 사후 관리 체계의 미비 등이 한계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 맥락상 ‘우리 아이는 괜찮다’는 가족 내 은폐 심리나 발달 지연 자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 역시 여전히 현장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역기반의 신뢰도 높은 초기진단과, 이후 전문기관-보육교사-부모가 참여하는 다자간 상담, 지역사회 지원팀 연계 같은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상 검진·상담 지원정책이 단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돌봄 인프라 속 ‘조기발견-심층지원-지속관리’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려면 보다 촘촘한 예산과 인력 투입, 그리고 연계기관 간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나아가 저소득·이주민 가정, 시군 단위 외곽지역 등 사회안전망 밖에 있는 집단까지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홍보와 상담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효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현장 수혜자, 청년 부모, 교사들의 생생한 의견과 경험을 반영하는 유연하고 지속적인 보완 역시 필요하다.

영유아 발달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 발견’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모두에게 ‘함께 성장할 시간과 지원’을 제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번 이천교육지원청의 노력은 육아 부담의 사적 책임이 아닌, 공동체적 과업으로 나아가는 작은 걸음이지만, 이런 지역 기반의 꾸준한 시도가 결국은 누구도 돌봄에서 뒤처지지 않는 사회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강지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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