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모델’의 발전, AI가 현실세계의 물리 법칙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 10년. 그동안 AI는 언어, 이미지, 데이터 처리에서 뛰어난 능력을 입증했지만, 물리적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일관되게 제기돼왔다. 최근 업계와 학계 곳곳에서 ‘월드 모델’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AI가 물리 세계를 해석하고 결정하는 방식으로까지 진화할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AI 초창기에는 체스나 바둑과 같이 규칙이 명확히 규정된 세계, 혹은 게임 내 가상 환경에서 AI가 인간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로봇 청소기나 자율주행차, 산업용 로봇처럼 실제 현실에서 움직이고 의사결정까지 내리는 AI는 ‘방’의 구조처럼 불확정성, 불완전성이 있는 복잡한 물리적 세계 앞에서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언어모델 기반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단 한 번도 책장에서 넘어져본 적 없는 AI가 쓰러진 로봇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 것인지는 전혀 설명할 수 없다. 이 지점이 바로 ‘월드 모델’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대목이다.
월드 모델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환경을 통계적, 논리적, 물리적으로 추상화하여 ‘내적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AI가 단순히 입력에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공간·사물·시간 등을 자기만의 맥락에서 구조화하여 예상 가능한 미래상황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MIT 등에서 시도중인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이 꼽힌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신경망은 무수히 반복된 도로 데이터와 차량 센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 바로 뒤에 사람이 있을 것”같은 상황을 미리 추론한다. 구글과 딥마인드 연구진은 최근 첨단 AI가 실제 로봇팔에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내적 세계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물체가 떨어질 때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잡은 물건에서 놓치는 순간 얼마나 빨리 반응할 수 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같은 기술은 기존의 ‘뷰 기반(appearance-based)’ 인식, 즉 눈에 보이는 데이터만을 해석하는 방식과 선을 긋는다. 월드 모델이 산업 현장에서 결정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공장 자동화 로봇이 예측 불가한 장애물에도 유연하게 적응하고 물류 드론이 변화무쌍한 기상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보스턴다이나믹스, 현대차,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는 차세대 로봇 제어플랫폼의 설계 철학을 ‘월드 모델 내장’으로 전환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일반적인 딥러닝 기반 제어 대신, 월드 모델로 실제 공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월드 모델의 완성까지는 기술적·철학적 난제도 적지 않다. 첫 번째는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추상화할 모델 구조 설계다. 현재 딥러닝 신경망이 지나치게 방대한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불확실한 환경에서 의외의 오류를 일으킨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데이터량과 비용 문제. 자율주행처럼 복잡한 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학습시키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환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갖는 직관적, 물리적 이해-예를 들어 ‘유리잔을 놓치면 깨진다’ 같은 상식이 학습만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남아 있다. 이러한 “상식 추론(common sense reasoning)”의 문제는 월드 모델 연구의 미해결 난제로 꼽힌다.
하지만 산업 및 정책적 전망은 분명히 낙관적이다. 현재까지의 AI 발전 곡선을 보면, 일상과 경영환경에서 월드 모델 기반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는 “월드 모델이 뒷받침되는 AI가 실세계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예측하는 능력을 갖추면, 자율주행이나 홈케어 로봇만이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에너지, 물류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지능적 기계’의 적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AI 기술의 이러한 진보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다 복잡한 작업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자동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술 낙관주의자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차원에서도 ‘월드 모델’형 AI의 국제 기술표준화, 데이터 신뢰수준 검증, 윤리·안전성 가이드라인 수립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 EU, 일본 등은 자율로봇의 월드 모델 내장 기준에 대한 세부 규칙 및 시험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있고, 한국 정부 또한 로봇 및 모빌리티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인증·산업육성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향후 월드 모델의 기술 성숙도가 올라가면, 데이터 프라이버시·안정성·윤리적 사용방안 등 후속 쟁점에 대한 논의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월드 모델이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순간,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가 사는 현실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하는 ‘새로운 행위자’로 진화한다. 기술이 만드는 도전과 변화, 그리고 인간과 기계가 함께 구축하는 미래의 일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이도현 ([email protected])


월드 모델 들으면 뭔가 철학적인 느낌도 드는데!! 역시 기술 발전이 여기까지 왔다는 게 안 믿겨요!! 근데 기술이 이렇게 빨리 발전하면 일자리 문제도 신경써야 할듯…
월드 모델이니 뭐니 멋진 말들로 포장하지만 결국 출발은 데이터빨이지!! 기술이 현실 따라가기 얼마나 걸릴지 두고보자고~ 인류가 자기 상식조차 머신한테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니 참 묘하다.
AI가 점점 더 인간 활동의 범위를 따라오고 있네요!! 다만 월드 모델이 실제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예기치 못한 변수들에 대한 안전망도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업 현장에 적용될 때 정부와 기업 모두 준비가 잘 돼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