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가성비’는 과거의 유산, 오늘은 ‘프리미엄’의 시대

한때 ‘가성비 천국’이라고 불리던 홈쇼핑 시장이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주요 홈쇼핑 채널들은 합리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아이템 중심의 상품 큐레이션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전자제품, 주방용품, 패션, 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고가·고품질 제품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방송 구성부터 소비자 타깃, 판매 방식, 마케팅 키워드까지 ‘기분 좋은 사치’와 ‘가치 소비’에 한껏 방점을 찍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브랜드 셀럽 협업과 고급 소재·기술력으로 무장한 패션, 뷰티 아이템의 연이은 론칭이다. 홈쇼핑은 더 이상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대량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 아니다. 오히려 플래그십 스토어 못지않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삼각지대이자, ‘홈카페’, ‘홈파티’, ‘스마트 리빙’ 등 트렌디 라이프스타일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등 3대 홈쇼핑사들을 살펴보면, 패션 카테고리에서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독 론칭이나 한정 수량 에디션이 연이어 선보여지는 분위기. 천연가죽이나 친환경 패브릭, 신소재를 접목한 고가 가방·구두·스카프를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하고, 셀럽이 직접 출연하는 스타일링쇼, 실시간 크리에이터 피드백으로 스토리를 더한다. 홈쇼핑 소비자들의 구매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최근 주요 방송에서는 2040 여성뿐 아니라 가치소비에 적극적인 50대 이상 중장년층, ‘셀프 선물’ 트렌드를 즐기는 MZ세대까지 포괄하는 큐레이션이 주효했다.

홈쇼핑이 프리미엄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 가격 인상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주요 홈쇼핑의 프리미엄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 현대홈쇼핑의 경우 BMW, 테슬라 등 자동차까지 라이브로 판매하거나, 200만 원대 고급 에어프라이어, 특수 제작된 워치·주얼리 컬렉션 출시 등 대담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CJ온스타일도 파인 주얼리, 아트 컬래버레이션 소품, 이탈리아산 그릇과 침구, 럭셔리 실내복 등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매주 증설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독점권 거래, 시즌 한정 판매와 같은 희소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온라인 한정 특가 등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현장 관계자들은 ‘홈쇼핑이 명품·프리미엄 브랜드의 뉴채널로 진화 중’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변화한 라이프스타일도 영향을 끼쳤다. 집에서 보낸 시간이 늘어난 이후 ‘내 공간에서의 품격’을 중시하는 경향,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에 투자하며, 나만의 만족을 중시하는 ‘나심비’(나의 만족이 소비 기준) 소비자가 급증했다. 과거에는 홈쇼핑을 ‘보통 사람들의 합리적 쇼핑 채널’로 생각했지만, 이제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프리미엄 그릇 위에 새로운 기준을 올려놓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패션·뷰티 외에도 와인, 위스키, 한우, 한정판 그로서리 등 식음료 프리미엄 상품이 급성장하는 흐름이다. TV와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서 고급 레스토랑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호텔 고메 박스, 다이닝 기프트, 프리미엄 리빙가전까지 홈쇼핑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프랜차이즈의 대량 매입이 아닌, 셰프 큐레이션 한정판 구성을 내세우는 것이 특징. 자연스럽게 제품의 희소성·가치·스마트한 구매 만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비교 소비 성향, 디지털 친화적 브랜드 경험, 라이브 방송 커뮤니케이션의 쌍방향 강화가 바탕에 있다. 홈쇼핑은 단순 상품 전달자에서 ‘스토리텔러+트렌드 리더’로 포지션을 바꾼 셈이다. 단순히 한정 수량만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브랜드·상품마다 이유있는 프리미엄, 콘셉트의 세분화, 그리고 디지털 채널에서의 실시간 소통이 홈쇼핑만의 경쟁 무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하이엔드화가 ‘홈쇼핑 본연의 가성비 정신’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실상 소비자들은 ‘싸서 산다’보다는 ‘나만을 위한 가치’, ‘차별성’, ‘리미티드 스트릿’을 원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MZ, 합리성을 중시하는 3040, 브랜드 신뢰와 경험을 우선하는 5060까지 홈쇼핑의 프리미엄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할인’이라는 공식은 어느새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홈쇼핑은 가성비와 프리미엄, 그 사이에서 더욱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소비자 지갑을 열어갈 것. 소비자는 라이브 방송 속 ‘희소·가치·연출’을 더욱 능동적으로 즐기고, 홈쇼핑 채널은 디지털·모바일·AI 접점까지 트렌디하게 공략할지 궁금해진다. 디지털 시대, 홈쇼핑의 진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 오라희 ([email protected])

홈쇼핑의 ‘가성비’는 과거의 유산, 오늘은 ‘프리미엄’의 시대”에 대한 2개의 생각

  • 이제 홈쇼핑도 진짜 많이 변했네요… 한정판 매력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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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interview

    맞아요 ㅋㅋ 홈쇼핑이 이젠 재미도 주고 프리미엄 가치도 전달하려 애쓴다는 게 보이죠. 예전엔 그냥 저렴해서 샀는데 이젠 브랜드, 상품의 스토리 자체를 경험하는 게 달라진 포인트인 듯. 소비자의 눈높이도 바뀌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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