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러 왔지, 번호 주러 왔나요?”…서점 헌팅 기승에 ‘독서권’ 침해 논란

책이 펼쳐진 공간마다 공기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서점. 그 고요한 시간 위로 책장 넘기는 손끝에 집중하려던 한순간, 불쑥 다가오는 낯선 대화의 파문이 우아한 균형을 흔든다. 최근 독립서점들의 공간적 의미가 커질수록, 이따금 들이닥치는 ‘헌팅족’과 얼룩진 독서 경험이 ‘책의 숲’ 한구석으로부터 스며나와 논란이 된다. 2000년대 동네 만화방, 예술 영화관을 지나 이제는 너도나도 찾는 공간이 된 책방. 그곳에서 책의 향기가 아닌, ‘번호 좀 줄래요?’라는 질문마저 반복되는 지금, 독서는 더 이상 온전한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게 됐다. 기사에서는 한 서점 직원에게서 시작된 풍경을 전한다. 일반 독자라고 생각하고 다가온 손님이 사실은 처음부터 책보다 ‘사람’을 목적으로 방문했음을 알았을 때, 그 공간은 더이상 순수하지 못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서점에서 번호 따이느라 책 한 쪽도 못 읽고 나왔다’던 익명의 한탄이 꼬리를 문다. “혼자 책 읽으러 갔다가 눈치 보며 나올 줄은 몰랐다”는 목소리, ‘혼자 있는 여성 손님’만 노리는 시선까지. 서점이라는 이름 밑에 들어선 익숙한 아지트는 낯선 불청객들의 사냥터로 변해버렸다. 외부 손님의 불쾌한 접근이 고요함을 깨트릴 때, 책 읽는 권리는 침해당한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자리잡은 독서 공간’ 수요는 대폭 늘었다.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책 한 권에 빠질 수 있는 카페형 서점, 복층 독립서점, 24시간 북스테이가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2024년 기준 전국 독립 및 소규모 서점만 2500여 곳에 달했다. 그러나 이렇게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환상이 뒤틀리는 순간은 예상 외의 침입에서 발생한다. 다른 언론 자료에 따르면, ‘서점 헌팅’ 문제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닌 일상적 경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후기들은 점잖은 카페, 심지어 대학 도서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수능 끝난 고3부터, 회사원, 심지어 출장 온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시대가 바뀌며 데이팅 문화는 훨씬 더 개방적이고 가벼워졌지만, 배경과 분위기와 상관 없는 접근에는 ‘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커진다. 독서의 시간, 공간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 태풍처럼 몰려온 건 바로 ‘관계 맺기의 방식’이다.

책에는 묵직한 사색도 있지만, 익명의 불청객이 뿌리는 가벼운 말장난에 쉽게 휘청인다. 많은 서점들이 “대화가 필요할 땐 밖에서 해 주세요”, “책 읽는 사람의 시간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내건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손님은 공간적 경계 없이 낯선 이에게 말을 튼다. 실제로 SNS에는 “책방에서 번호 물어봤다가 거절당하니 민망해서 주섬주섬 나왔다”는 경험담, “혼자 온 여성만 공략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는 문제 의식이 회자된다. 공간이 공적임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 더 큰 보호막이 되어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나타난다. 책은 창밖이 폭풍우라도, 내면의 빗속에서 우산이 되어주었다. 그 아늑함까지 낯선 시선에 취약해지는 순간, 문화는 상처받는다. 오월의 가벼운 바람에 실려 오는 햇살 아래, 누군가는 책 표지 위 심장이 요동쳤고, 누군가는 숫자만 적힌 쪽지를 손에 쥐고 뒤돌았다. 비단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지키고 싶어서 빈자리를 골라 앉아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에 마음이 쪼그라졌다. 독립서점 업계는 “손님 간 직접적 접촉을 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속속 마련했다. 일부 서점은 카페 좌석과 같이 좌석 간 거리 두기를 두어 자연스러운 대화 시도 자체를 막는 레이아웃으로 바꿨고, 사건이 반복되자 자체 규정까지 추가했다. 어떤 곳은 아예 ‘헌팅 금지’라는 레터링을 책상마다 붙여 방문객에게 일종의 심리적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보호막이 마련될 수 있을까.

책과 독서 공간을 둘러싼 헌팅 논란은 사회 문화 현상으로서 독립서점이 포용해야 할 ‘공간의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어로 ‘look, but don’t touch’라는 말이 있다. 모든 만남이 자유롭게 열려 있지만, 그 안에 지켜야 할 예의와 경계를 누구도 함부로 넘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고요함을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책의 세계’에 어울리는 규칙 아닐까. 2020년대의 서점이 설렘과 불편함 사이에 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의 온전함을 즐겨야 할 공간에서 타인의 관심이 부담이 될 때, 우리는 소통과 자기 존립의 새로운 경계를 고민해야 한다. 독립서점, 대형서점, 동네작은책방 모두에게 요구되는 건 ‘촉’이 아니라 ‘존중’이다. 만일 서점이 또다른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면—그곳에서 먼저 지켜야 할 건, 독서의 권리와 서로의 안전하다 느껴지는 감각임을 잊지 말길. 책을 읽는 것은 나만의 시간을, 공간을, 상상을 지켜내는 것. 오늘도 우리는 조심스럽게 조용히 페이지를 넘긴다. 울컥한 문구 하나에, 세상과 거리두고 우리만의 서사시를 쓴다. 하지만 그 사적인 시간, 개인의 서사를 존중받지 못할 때, 우리는 다시 조용히 또 다른 쉼터를 찾아 떠나야만 하진 않을까. 문득 책장이 멈춘 이유. 그것이 누군가의 시선이었다면, 서점의 미래도 다시 질문해야 할 때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책 보러 왔지, 번호 주러 왔나요?”…서점 헌팅 기승에 ‘독서권’ 침해 논란”에 대한 4개의 생각

  • 서점에서 저런짓…;; 대체 무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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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답없다. 지능적으로 사적 공간 침범하면서 본인은 멋있다 착각하는 부류들. 왜 한국에선 혼자 있는 시간이 항상 위협받아야 하나? 사회적 약자인 척, 사실은 본인들 욕구 못 컨트롤하는 현실. 서점이 마지막 남은 조용한 공간도 아니고, 결국 이런 헤프닝에서 사회적 무례함만 드러내는거지. 경계 없는 교류, 끝에 뭐가 남나?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건 결국 다같이 손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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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에서 번호 따는 게 유행이면 이젠 도서관도 안전지대 아니라는 건가…? 사회 어디까지 망가지는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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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가지는 의미는 단지 책을 파는 것, 소비 행위의 거래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고요 속에서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 타인의 간섭이나 사회적 관계망에서의 요구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장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공간에서조차 사적인 관심이 공공연하게 드러나 법적 권리인 ‘독서권’이 논란이 될 만큼 침해받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갖는 경계의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개인의 공간이 점차 사라지는 현대 도시에서 제3공간의 의미와 존중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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