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디자이너 세대교체의 신호…7일간 3명 퇴장 ‘왜?’
패션 업계의 중심축이 흔들린다. 불과 일주일 만에 메이저 브랜드에서 세 명의 수석 디자이너가 자리를 내려놓았다. 섬세한 직조만큼이나 무르익었던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 리더 간의 케미스트리도 끝을 맞았다. 이번 변화는 해외 컬렉션 시즌 직후 발표됐으며,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디자이너 물갈이’ 현상에 소비자와 업계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눈에 띄는 사건은 지난 7일간 세계적 하이엔드 브랜드 A사, 익스페리멘털 감각이 강했던 B사, 그리고 K-클래식의 재해석을 이끌던 C사까지 모두 창의적 리더와의 짧은 이별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월드와이드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온 인물들이다. 그들의 퇴장은 비단 인사 발표이기 이전에,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좌우하는 기준의 변화임을 의미한다. ‘박스 오버핏’, ‘뉴클래식’, ‘오브젝트 레이어링’ 등 트렌드 키워드를 직조해내던 손길이 사라진 것.
글로벌 패션 산업에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동시에, 그리고 단기간에 이어진 ‘물갈이’는 패션 시장의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주요 해외 매체들은 디지털, 지속가능성, MZ세대 취향 등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기 위한 ‘리브랜딩’의 한 축이자, 팬덤 중심 소비 패턴의 부작용이 현실화된 결과로 해석한다. 브랜드는 기존의 성공 공식에 머무를 수 없다. 기술과 빠른 커뮤니케이션, 신진 디자이너의 유연성이 요구되면서, 보수적인 전통 명가들조차 과감히 방향키를 틀고 있는 것. 가령, 최근 ‘디자이너 스타 시스템’의 무게감보다 팀 플레이어 중심의 집단 창작이 패션 하우스 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B사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는 사임을 알리며 “집단 창의의 시대”를 언급했다.
국내 패션 시장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는 옷의 기능과 태도를 넘어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패션을 소비하는 데 점점 더 도전적이다. 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옴니채널 소통, 친환경 소재 탐구, 그리고 하이패션과 미니멀리즘의 도발적 융합,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하지만, 다크 호스처럼 돌진하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라보 붐, 그리고 ‘특색 없는 메가브랜드’에 대한 피로감이 맞물려, 기존 크리에이티브 리더들의 교체나 자진 퇴임이 잦아지고 있다.
각국 패션쇼와 시즌별 룩북에서는 올해 특히 ‘반(反) 아이덴티티 현상’이 두드러진다. 누구의 옷인지 알 수 없는 소프트 마케팅, ‘정체성 해체-다시 구축’ 흐름이 빠르게 감지된다. 브랜드 측은 “혁신적 파트너 탐색”으로 설명하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디지털 추구와 재무적 압박, 예상 못한 소비자 취향 변화가 명분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놓치기 어렵다. 팬데믹 이후 전체 브랜드 가치와 성장률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구독형 소비, 즉시성 소비 등 시대의 흐름이 패션의 창의적 리더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창작자의 ‘브랜드 피로’ 역시 축적되어 왔다. 실제 3인의 디자이너 모두 SNS 메시지에서 “새로운 도전, 자신만의 시간”을 언급했다. 이는 명백히 조직 중심 가치와 일개인의 창의 욕구 사이의 균열이다. 트렌드 감각이 화려한 듯 보여도, 이면엔 끊임없는 ‘생존과 소진의 교차점’이 작동한다.
소비자 심리는 복합적이다. 팬덤 기반 하이엔드 브랜드 대중속 프로토콜로 정착한 시대에, 고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시그니처 룩’의 소멸을 우려한다. 동시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신선함)과 불안감(일관성 상실)이 공존한다. 요즘 패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밀레니얼, Z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스토리와 정체성에 투자’라는 점. 브랜드가 조직 중심 혁신을 우선할 때, 오히려 개개인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는 점점 브랜드 밖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 ‘브랜드 팬심’과 ‘디자이너 팬덤’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서 동시 퇴임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건 개별 브랜드가 더 이상 개인의 영감만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라는 현실을 드러낸다.
새로운 디자이너 영입이 단순 세대교체일지, 혹은 창의성-경쟁력 사이의 본질적 재정립일지 관전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브랜드마다 ‘OMO(Online-Merge-Offline) 감각’, 지속 가능성과 취향의 혼합, 그리고 구성원의 자율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소진 속도, 소비자의 취향 변화,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 미묘하게 얽히며, 패션은 끊임없이 자신을 리셋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소비자의 ‘감정적 결속’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트렌드란 언제나 물이 고일 틈이 없는 강줄기처럼 흐르지만, 그 사이 크리에이터들의 사라진 자리를 소비자와 브랜드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그 감각적 충격에 패션계 이목이 쏠려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