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와 폭염, 임신 노동자의 이중고…지켜지지 않는 ‘태아의 권리’
최근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격무에 시달리는 임신 노동자들의 자녀 건강 손상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전국 일선 산업 현장에서 임신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폭염과 업무 스트레스, 장시간 근로 등 복합적인 건강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현장 실태다. 기사에 따르면 공식적인 통계 수치로 드러난 것 외에도, 임신 노동자 본인 및 태아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땡볕에 노출된 실외 취약직업군뿐 아니라, 실내 사무 직군에서도 냉방 불균형, 업무 강도, 야근 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임신 중 극도의 스트레스와 고온 환경이 태아의 성장·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산부인과의 집계 결과 여름철 조기 진통, 출혈, 유산 위험이 확연히 증가했다는 사례가 공유됐다. 이에 임신 노동자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시간 단축, 배려 공간 제공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눈치’와 인력부족, 사업주 인식 부족 등 장벽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임신 노동자는 “권리를 요구하면 ‘민폐’ 취급을 받거나 차후 불이익이 두려워 체념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포괄임금제, 근로기록 미작성 등 불투명한 노동환경이 피해 공식화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근로기준법 제74조(임신근로자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현장 계도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상적 관행과 인식 변화를 뒷받침할 실행력 있는 감시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와 노동부는 올 여름 기업 대상 특별 실태 조사·익명 신고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1회성 점검보단 상시 감시체계 구축과 피해자 신원 보장, 법 적용 확대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임신 노동자가 야외에서 근무하거나 장시간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일터라면, 즉각적인 업무 배치 조정과 유연근무 도입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고용상 불리한 처분이 현실화될 경우 명확한 처벌이 뒤따라야만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
비단 산업현장만의 문제가 아닌 일상 속 구조적 한계 역시 뿌리 깊다. 상당수 임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동료의식 저하, 모성권 보호에 대한 기업 문화 부재 속에서 고립감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비교적 제도 이행이 잘 되는 편이지만, 중소기업·비정규직·자영업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임신 사실을 드러내기도 힘들고, 보호받을 권리가 쉽사리 무력화되는 이중고가 피해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는 곧 태아 건강권 결손이라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임신부 무더위쉼터’를 확대하거나 이동형 쿨링버스를 배치하는 등 방안이 도입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붙는다. 쉼터 정보 부족, 이용 시간·공간 제약, 사업장 내 무관심 등으로 체감 효과가 이미지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과 여성단체들은 ‘예방 중심’ 지원정책 마련과 함께 장기적으로 전사회적 문화 개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사업주뿐 아니라 직장동료, 가족, 사회 전반에 임신 노동자 보호 필요성과 건강·권리 존중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익숙한 복지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이 역사적 저점을 찍는 상황에서 임신 근로자의 안전과 권리 보장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 단 한 생명의 건강도 경시되는 사회에서는 젊은 세대가 미래를 맡길 신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실효성 있는 노동 환경 변화와 모두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다양한 사례 속 목소리와 현장의 좌표들을 성실히 귀기울이고 숙의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