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들의 고언, 민주주의 위기와 한국 정치의 길

2026년 10월 29일,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이 타계하며 정치권은 숙연한 공기를 맞이했다. 빈소 문에는 ‘지금 정치 이래선 안 된다’는 무거운 메시지가 흐른다. 원로 정치인들의 애도와 더불어,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날 선 고언이 이어진다. 주요 정계 인사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함과 동시에, 국가를 이끌어온 기성 세대는 실상 현재 한국 정치가 겪는 위기의 본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아끼지 않았다. 금번 조문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단순한 한 인물의 작고가 아닌, 민주주의 시스템의 경고음이자 사회적 현상으로 귀결된다.

정치 원로들이 던진 고언은 단순히 노회한 세대의 과거 회고가 아니라, 현재 한국 정치가 겪고 있는 구조적 난맥상에 대한 본질적 경고다. ‘정치 이래선 안 된다’는 지적은 최근 국회 내 극심한 양극화와 진영 간 극단적 대립, 정책 결정의 비효율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명확한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에서는 ‘전략적 모호성’ 채택이 요구되며, 국내적으로도 국익 중심의 정무 판단보다 정파적 이해가 앞서는 정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정치 시스템의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넘어야 할 구조적 병목점과 직결돼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외교, 경제, 사회 전 분야의 글로벌 경쟁 압박, 그리고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더욱 우려스럽게 드러난다.

한미동맹의 기로에 선 국가이자,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지정학은 그 자체로 첨예한 실체적 균열을 내포한다. 지난 3년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적 스탠스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의 역할이 요구됐지만, 내적 정치는 승자독식 구조에 갇혀 역동적 대외정책을 스스로 제한해 왔다. 외교·경제군사 등 주요 현안에서 정파적 갈등에 따른 정책 흔들림은 국제적 신뢰 저하로 이어졌고, 이는 곧 실질손익으로 연결된다. 원로들의 직언은 이런 현 국제질서의 맥락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영의 안목을 과거 혁신기에서 찾았던 세대의 고언은, 관리자의 오류를 질책함에 그치지 않고, 진영정치와 포퓰리즘의 한계까지 겨냥하고 있다.

스웨덴·독일 등 유럽 복지국가들이 정치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한국 역시 ‘협치’의 부재가 곧 사회적 신뢰의 결핍, 제도 신뢰 하락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에서도 동아시아의 안보 불안과, 기술경쟁·산업정책의 밸런스 상실은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귀결된다. 최근 경제지표 둔화와 청년세대의 정치불신, 자산양극화, 신뢰도 하락 등 구조적 문제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를 시사한다. 행정체계 혁신, 제도적 장치 강화, 정파적 대립 완화 등의 해법이 논의되나, 정치 원로의 고언처럼 시대적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무엇보다 국가 리더십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요인은 외부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주체들이 얼마만큼 신뢰 회복, 협치 복원, 미래 지향적 시스템 전환에 스스로 나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세대교체나 당면 정쟁을 넘어서 사회 전체 생태계로 파급되는 민주주의 위기를 막는 데 목적이 모아진다.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오늘, 국제사회는 한국 정치가 사분오열 속에서 국가적 리더십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주목한다. 역사적으로 정치가 사회분열을 심화하면 외교·경제·사회 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졌던 사례들은 무수하다. 원로들의 충언은 한국에 남겨진 역사적 과업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번 최형우 전 장관의 배웅길에 모인 정치의 원로들은, 현 시대 자문과 비판을 동시에 전하는 ‘민주주의 최후의 담론’을 현실적 언어로 던졌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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