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Love Love Love’ – 시대의 굴곡을 넘어 다시 흐르다

스피커를 타고 번져드는 그 익숙한 첫 소절,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가 다시 거리와 광장, 그리고 각자의 이어폰 속을 채운다. 2026년 새해 벽두, 어느새 음악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 정상에 자리한 이들의 곡에 수많은 귀와 기억이 몰렸다. 흐릿한 조명 아래 작은 클럽에서 울리던 저마다의 외침이, 다시금 디지털 음원차트라는 새로운 무대에 찬란히 빛을 내고 있다.

‘Love Love Love’는 2007년 발매 이후 한국 힙합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곡이다. 당시에는 신선한 앤틱 피아노 루프 위에 세련된 래핑과 수려한 멜로디가 덧씌워지며,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소재를 날카롭고 유려하게 해체했다. 이 곡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신호탄은 온라인 밈과 숏폼 트렌드를 타고 번진 릴레이 영상,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커버와 챌린지가 되기도 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오늘, 이 곡의 급격한 역주행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 각인된 감각적 순간들의 동시대적 소환이다.

에픽하이의 무대는 언제나 공기와 빛을 세밀하게 가른다. 강렬한 붉은 톤의 조명 혹은 딥블루 그라데이션 아래, 퍼포먼스 내내 흐르는 타블로의 목소리는 변주와 음표 사이에서 흔들림 없는 우직함으로 새긴다. 미쓰라와 투컷의 빈틈없는 호흡, 도시의 밤공기에 떠도는 듯한 선율, 이 모든 것이 무대라는 공간을 하룻밤의 서정으로 물들인다. ‘Love Love Love’는 공연장에서 날 선 랩과 합창, 스포트라이트, 때로는 관객들의 눈빛과 발걸음까지도 음악의 일부로 끌어안는다.

음악평론가들은 에픽하이의 도약을 ‘세대를 넘어선 유연함’이라 말한다. 2000년대 힙합의 초기 문법, 2010년대의 대중성과 문학성, 그리고 2020년대의 자기반성과 해체까지. 에픽하이는 지난 십수 년간 변신을 거듭해왔지만,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늘 본질에 가까웠다. 직설적이면서도 쓸쓸한 가사, 공허함과 열정의 이중주, 서정적 감각을 불안의 리듬에 실었다.

최근 음원차트 역주행 현상은 단순한 레트로 열풍에만 머물지 않는다. SNS 환경에서 짧고 파편화된 이미지, 영상이 감정을 자극하는 시대다. 이때 과거 명곡의 해상도가 새롭게 포착되는 순간, 방구석에서 시작된 챌린지가 대중의 물결로 돌아온다. ‘Love Love Love’ 역시, 라디오 개편, 광고, 드라마 OST 삽입 등 여러 미디어 스폿을 경유하며 듣는 이들의 무의식과 일상을 관통했다. 디지털 시대의 리와인드, 동시에 감정의 보물찾기다.

팬들은 다시 이어진 무대를 기다린다. 실제 최근 콘서트 예매 대란과 온라인 라이브에서 보듯이, 에픽하이의 음악은 다중적 호흡을 촉진한다. 구슬픈 후렴, 반복되는 리프, 그리고 단 한 구절의 더딘 감정이, 객석과 무대를 연결한다. 개개인의 체험은 유튜브 커버,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챌린지로 이어져 세대를 잇는 공동 기억의 밧줄이 된다. 심지어 이 곡이 한때 사회적 해프닝(이별 바이럴, 개그 밈)으로 변주되면서 논쟁과 유머도 낳았지만, 결국 웃음과 눈물, 체념과 희망이 교차하는 집합적 정서로 완결됐다.

포스트 팬데믹 시기 이후, 음악은 경계 없는 흡수와 확장의 영역이 됐다. 에픽하이의 곡이 되살아난 것은 이 새로운 음악 생태계, 그리고 청취자들의 집단적 감성 진화와 맞물린다. 여기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소셜 바이럴의 기술적 논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스토리와 리듬을 찾으려는 개개인의 간절함이 있다. ‘Love Love Love’의 다시 듣기는 기억의 투명한 재생, 혹은 미래형 멜랑콜리의 선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주행 현상에는 가벼운 유행과 무거운 역사, 그리고 다층적 의미가 함께 서려 있다. 빠르게 소모되는 이슈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란 무엇인가. 에픽하이의 음악이 쉽게 소비될 것 같으면서도, 오랜 시간 애틋하게 사랑받은 이유는 지금 우리 각자가 ‘사랑’의 의미를 새로이 물음표로 가져가는 시점과도 닿아 있다. 차트 정상이라는 숫자 뒤편에, 각자의 기억과 이야기, 함께 부르던 목소리와 어깨동무, 도시의 야경이 배경이 되는 서사적 풍경들이 겹쳐진다.

새로운 한 해, ‘Love Love Love’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장난거리로, 또 어떤 이에게는 흘러간 감정의 부메랑처럼 다가온다. 음악이란 그렇게 반복되고, 다시 쓰이고, 각기 다른 심장에 묻힌다. 오늘, 다시 이 노래가 사랑받는 풍경 한가운데서 우리는 묻는다. 그리고 또다시, 사랑한다고. — 서아린 ([email protected])

에픽하이 ‘Love Love Love’ – 시대의 굴곡을 넘어 다시 흐르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이렇게 좋은 곡이 다시 빛보다니 너무 기쁩니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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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젊은 세대가 다시 이 곡에 빠지는 거 보면, 음악의 힘이 대단… 에픽하이만의 서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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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음원 역주행하면 대체로 바이럴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에픽하이 이 곡은 진짜 시간이 지나도 감성이 달라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가사 속 한 문장이 이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하네요. 과거에 들었던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현상, 앞으로도 더 많이 나타날 것 같아요. 오랜만에 무대에서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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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명곡에 대한 재조명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곡이 이렇게 다시 빛을 보는 모습, 정말 좋네요.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의 힘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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