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자 성추행 재판’ 총장, 취임 하루만에 ‘직위해제’ – 충격과 책임의 무게
캠퍼스의 초여름은 원래라면 졸업과 새 출발을 준비하는 설렘이 가득해야 하지만, 한 국립대의 총장이 성추행 혐의로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취임한 지 하루 만에 직위해제당하며 암울하게 시작됐다. 대학 사회와 2만여 학생, 그리고 교직원들에게 닥친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은 단순한 해프닝 그 이상이었다.
피해 학생의 직접적인 고통에서부터 학내 공동체가 겪는 신뢰의 상실까지, 그 충격은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대학 내 젠더 권력 구조, 그 치명적 맹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취임 하루 만에 내린 직위해제란 결정을 뒤늦게나마 내린 대학 당국의 판단 역시 많은 시민들, 학생들에게 이미 뒤엉킨 공분과 허탈감을 온전히 덜어주기엔 부족했다. 또 비슷한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겪어온 대학 사회의 오래된 상처가 다시 곪는 듯하다.
총장에 선출된 이 인물은 실제로 1년 전 제자에게 장기간 묵시적으로 행사된 권력형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지만, 대학을 비롯한 선거 주체들은 ‘정확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무죄 추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목소리가 외면당했고, 엄정한 검증이라는 말도 무색하게 작동한 걸, 이번 사태가 다시금 증명했다.
이 총장은 2026년 7월 23일 공식 취임식을 치르고 학생·교직원·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바로 다음날 대학 이사회는 졸속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그 배경에는 교육부와 여론의 급격한 압박, 학내 집단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론적 가치가 조금이나마 반영되었다. 실제로 학생회, 교수협의회, 총동문회의 연속 집회와 성명은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피해자와 약자가 뒷전이 되는 구조’를 바꾸라는 호소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학 측은 “공정성, 피해자 보호, 대학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뒤따라온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인물이 왜 후보로 나왔는지, 왜 사전에 거를 수 없었는지”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대학 본부 일부에서는 여전히 ‘재판 진행 중이라 예단 곤란’ 논리를 반복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는 매 순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대형 대학 성 비위 사건이 잊을 만하면 터지는 현실을 접하면서,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신입생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내일 모레도 이 학교에 출근하고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한다는 게, 그 자체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누구도 실감 못 한다는 게 진짜 슬퍼요.” 가족, 친구, 그리고 캠퍼스가 더 이상 온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는 절망감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호함, 연대, 변화의 움직임 역시 현장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대학 알림판 곳곳엔 ‘2차 피해 그만’, ‘피해자 옆에 있습니다’라는 자발적 메시지가 붙었고, 동료 학생들은 연이어 집회와 성명을 이어나가며 연대의 틀을 지키고 있다. 또, 기존의 대학 비위 처리 관행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대학 사회의 자정 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느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기자가 만난 피해자 학과 동료들은 “이런 일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잠자던 상처가 다시 욱신거린다”며 “이제라도 강단과 교정이 힘 있는 자보다, 약한 자들을 먼저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더는 권력 남용과 은폐의 보호막이 될 수 없음을 사회 전체가 제대로 인식해야만, 반복되는 피해와 2차 희생을 막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발성 사과와 책임자 교체, 그리고 형식적인 성의 표명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대학은 자성의 기회로 삼아 미래의 인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교직원 모두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는 확실한 보장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위와 명분이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캠퍼스를 되찾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작은 용기로부터 시작된 피맺힌 호소를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진정한 변화에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귀 기울이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 대학 본부도, 교육당국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책임의 무게를 나눠져야 할 때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