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초고령사회 일본은] 로봇 돌봄, 새로운 일상 만들어내나
신년을 맞은 일본 사회는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통계청, 일본총무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약 30%에 달하며, 이로 인한 돌봄 인력난과 복지 부담 증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돌봄 노동자의 심각한 부족 현상이 드러난 가운데, 정부 및 지자체, 민간 복지기관들은 로봇 도입을 통한 근본적 혁신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의하면 2024년 말 기준 요양현장 인력은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에 일본 정부와 복지시설은 사람의 손길을 대신할 각종 돌봄 로봇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이동·이송을 돕는 보행 보조 로봇, 대소변 처리를 자동화하는 로봇, 치매·인지장애 환자를 위한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 식사 보조기령 등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도입 현장—도쿄나 오사카, 아이치 등 대도시 중심 노인요양시설—에서, 로봇은 단순 노동을 대체해 요양사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일상적 도구가 되고 있다. 특히 근력 부족을 자동으로 보완해주는 외골격 로봇(파워 슈트)은 요양사가 허리디스크를 얻지 않고도 중증 노인을 쉽게 돌릴 수 있게 해 줬다. 어르신 입장에서도 대기 시간이 줄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반복되는 ‘요청의 눈치’ 부담이 완화됐다는 반응이 많다.
도입 확대의 배경에는 일본 내 고령층 증가와 함께, 젊은층 요양인력 충원이 극히 어렵다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있다. 간호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돌봄시설 내 신규 인력 충원율은 60%를 하회한다. 젊은 세대의 육체노동 기피, 이직률 증가, 낮은 임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돌봄로봇 투자는, 단순 업무를 효율화해서 경험 많은 인력이 ‘정서적 돌봄’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지난 2023년 ‘로봇복지기기 실증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벤처와 대기업 협업을 촉진했다. 실증사업 성과를 발판으로, 점진적으로 전국 시설에 로봇 보급을 확대 중이다. 정책 현장에서는 로봇 실증단계에서 얻은 ‘노인 친화적 디지털 설계’, ‘데이터 보호 및 사생활’ 이슈 해결 노하우가 공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술만능 불신’ 회의론이나 로봇 자동화로 인한 고용불안 등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제 비교 시, 일본은 노인복지 로봇화로 독일, 북유럽, 싱가포르 등과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성과 측면에선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 일본노인복지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 현장에서 약 68%가 “업무 부담 경감 효과를 체감했다”고 응답했지만, 활용 빈도와 기술 안정성 향상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또, 대화형 로봇이나 인공지능 안내기기 등은 의사소통 기능 자체보다 ‘정서적 교감’이 부족해 일부 노인에겐 거부감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사례 분석 결과, 효과적 로봇 도입의 조건으로는 사용자(노인, 요양사) 친화적 인터페이스, 지속적 교육,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설계, 안전 관리 등이 제시된다. 실제 한 요양시설에선 보행 로봇 도입 초기 오작동·충전 문제 등 잡음이 있었지만, 지속 보완을 거쳐 노인 입소자 만족도가 꾸준히 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돌봄로봇 산업 표준화, 인증제도, 보험 적용 등 후속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일본 사회 내 ‘정서적 복지’에 대한 인식 변화도 흥미롭다. 기존엔 ‘사람 대 사람’ 돌봄이 효율적이고 친근하게 여겨졌으나, 반복된 노동강도와 사회 변화 속에서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과 프라이버시 보장”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선 노인이 스스로 로봇을 조작하며 자율성을 느끼는 등, 고령자 주체성 강화 효과도 나타난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여타 초고령사회 진입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정책적으로는 단순 설비보급에서 나아가, 현장 맞춤형 지원,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감성친화적 로봇 기술 개발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기술 자체의 효과 못지않게 복지종사자-어르신-가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합의 과정이 꾸준히 요구된다.
요약하자면, 초고령사회 일본은 복지, 노동, 기술 정책이 입체적으로 결합한 최전선에서 돌봄로봇 실험을 현실화하고 있다. 제도의 세밀한 보완과 사회적 공감대, 현장 피드백이 조화롭게 추진되어야 안정적 ‘돌봄 혁신’의 길이 열린다. 일본의 경험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고령사회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용적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 이수진 ([email protected])


노인 돌봄 대체를 로봇이 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다양한 기술발전은 필요하겠지만, 정서적 교감은 여전히 중요하지 않을까요.
로봇 대체 논쟁, 사실 고민할 가치 충분. 실제로 정서적 케어를 어디까지 로봇이 감당할런지. 현장 적응, 안전 문제 등 단점들도 반드시 개선해야 제대로 활용 가능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