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로의 한정이 남긴 새로운 고민

강서구의 작은 약국에서는 오늘도 오랜만에 코로나19 처방전을 들고 온 이가 있었다. 4년에 걸친 팬데믹의 중력에서 이제 겨우 벗어난 듯싶었지만, 2026년 새봄이 문턱에 들어선 지금도 코로나19의 그림자와 국민들은 쉽게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팍스로비드’로 한정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그런 현실을 다시금 각성시킨 사건이다.

치료제 공급의 변화는 단순한 정부 행정 조치만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병상에 엎드린 노모와, 아이를 등원 보내지 못하는 젊은 부부의 하루에 새겨지는 깊은 변화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2022년 1월 국내 긴급사용 이후 약 4년간 꾸준히 처방돼 오면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씩 덜어온 ‘친근한’ 약이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약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 부작용 논란, 그리고 선택권 축소에 대한 우려 등 사회 각계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질병관리청은 왜 지금, 그리고 왜 ‘팍스로비드’만을 남긴 것일까. 백신 접종률이 정체되고 변이 바이러스가 산발적으로 확산되는 현실에서, 국내 도입되었던 ‘라게브리오’ 등 타 먹는 치료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조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라게브리오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추가 데이터 확보가 지연된 점, 다국적 제약사의 공급 문제 등이 맞물리며 궁극적으로 ‘선택의 단일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럽 및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임상 동향에도 크게 차이는 없다. 최근 미국 CDC도 팍스로비드 단일 처방이 주축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장에서는 그럼에도 불안이 여전하다. 중증 위험군과 면역저하자에게 팍스로비드는 지금도 최선의 무기가 되지만, 간과 신장 질환 환자, 특정 항생제와 상호작용이 심한 환자는 처방이 어렵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한별 교수는 “더 이상 대체할 수단이 없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고민이 깊어졌다”며, 충분한 대안 탐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는 수치로만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경험과 고통을 함께 본다는 관점에서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한정’이라는 단어는 필연적으로 선택지의 축소와 신뢰 저하라는 심리적 여진을 남긴다. 분당에서 만난 76세 김영순씨는 최근 병원 예약을 잡고도 먹는 치료제가 한 가지뿐임을 듣자, “딸네가 인터넷으로 열심히 다른 나라 약을 검색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정보가 부족한 고령층,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운 나쁘면 못 구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홍보와 약국 안내, 상담 인력 확충은 지금까지의 성과와 비교해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의약품 개발과 허가과정에도 신중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2023~2025년 사이에 국내 제약업계 역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팍스로비드’ 수준의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쌓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는 ‘팬데믹’이라는 압도적 위기 상황에서 연구개발의 속도가 더 이상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아쉬움이자, 2026년 현재 의료정책 혁신에의 요구로 이어진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 삶은 약의 이름처럼 서로 다른 의미로 겹쳐져 있다. 2026년 봄, 방역체계가 고요히 정착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복지와 안전망의 세밀한 조율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상회복을 꿈꾸는 국민들은 한 번 더 자기 삶 주변의 ‘변화된 의료지도’를 읽고 있다. 선택된 한 가지 치료제에 대한 정직한 설명, 처방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투명한 소통이야말로 ‘사회적 신뢰’를 다시 쌓는 단초가 될 것이다.

지금은 질병관리청의 결정에 만족하거나 불만을 갖는 것을 넘어서, ‘진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에 다시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국가는 새로운 방역 정점에서 국민의 일상에 중심을 두고, 안전망을 세밀하고 따뜻하게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남긴 상흔 위에, 이제 우리는 어떤 사회적 손길을 얹을 것인가. 질문은 지금도 우리 곁의 누군가에게 ‘현재형’으로 던져져 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로의 한정이 남긴 새로운 고민”에 대한 6개의 생각

  • 하나로 한정한다고? 좀 더 다양한 선택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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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팍스로비드뿐이라니🤔 뭔가 불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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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놓고 갑자기 또 새 치료제 나오면 정부 입장 바뀌는 거 아니냐!! 약국 갈 때마다 긴장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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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bbit_American

    ㅋㅋ 이쯤 되면 우리나라도 신약 개발에 좀 더 힘써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의료진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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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 보여주는 행정의 무감각ㅋ 각자도생 시대답게 알아서 치료제 구하라는 신호인가 봄ㅋㅋ 책임은 또 국민몫🙄 정책이 이렇게 단순할 수 있다니 감탄 중… 종합정책 말뿐이네. 과연 팍스로비드에만 기대는 게 맞나 싶음. 이미 답 없어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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