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극장가, 거대 멀티플렉스의 자존심 대결…스포트라이트는 어디로

도시의 봄밤이 시작된다. CGV 건물 유리벽을 따라 모여드는 관객들, 롯데시네마 매표소 앞 길게 도열한 줄, 그리고 메가박스의 형형색색 네온사인 아래 부산한 스태프들의 손놀림. 2026년 4월, 한국 극장가에는 이례적인 긴장감이 교차한다. 금요일 저녁 8시, 각 체인마다 영화 포스터가 압도적으로 걸려있고, 팝콘 향기와 빠른 플래시가 번갈아 솟구친다. CGV에서는 ‘밤의 여왕’이 정면에 서고, 롯데시네마는 범죄 실화극 ‘사라진 증거’의 티저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틀고 있다. 메가박스에는 설렘 가득한 청춘 멜로가 희미한 조명 아래 차분히 기대를 모은다. 현장의 리듬은 이제 본격 경쟁을 알리는 북소리를 닮았다.

사실상 올 초부터 이어지던 ‘기대작 가뭄’의 기나긴 터널 끝에서 4월, 3대 멀티플렉스는 각자 사활을 건 신작들로 우직하게 파고든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주춤하던 박스오피스가 올봄 반전을 꾀하는 구간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관객수는 전월 대비 19% 증가해 시장에는 회복의 숨결이 감지되고 있다. 침체된 업계에 가장 절실한 모멘텀이다. 현장에서 포착한 세 멀티플렉스 각자의 전략도 무겁다. CGV는 국내외 흥행감독이 주도한 범죄 스릴러와 ‘IFX’ 4DX 상영 기술을 앞세운다. 롯데시네마는 시사회를 통한 입소문 유도, 메가박스는 독립·예술영화 라인을 일부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CGV 담당자는 “메인관에서 줄줄이 매진이 기대된다”며 현장 인기를 실감나게 전했다.

장면 곳곳에서 감지되는 또 한 가지 키워드는 ‘기대의 다변화’다. 특정 블록버스터만 쏠림 없는 다양한 장르, 신규 배급사의 실험, 그리고 넷플릭스 등 OTT와의 협업 시사회까지 힘이 들어간다. 패밀리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대형관을 채우는가 하면, 2030밀레니얼을 겨냥한 청춘물, 베테랑 배우가 도전하는 느와르 서사 등이 나란히 포진한다. 영상기자로서 직접 3개 체인 현장을 확인한 결과, 관객 연령층과 관심사는 분명히 겹치지 않는다. CGV 명동을 찾은 20대 여성 관객은 “이번 달에만 보고픈 영화가 3편 넘는다”고, 롯데시네마 건대점의 중년 커플은 “실화 바탕 작품이라 믿고 본다”며 간단한 포부를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열기 뒤에서는 업계마다 ‘진짜 승부는 다음달’이라는 신중함도 묻어난다. MCU 슈퍼히어로 무비가 5월 줄줄이 개봉 대기를 타며, 일본 대작 애니 역시 출시 임박이다. 따라서 4월 전선은 주도권 탐색전, 일종의 ‘포지셔닝 게임’이란 시각도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일일 관객수 추이는 요일별로 널뛰기를 반복한다. 기자가 촬영한 CGV 강남관 상영관 입장로에서는 화제작 오픈 시점에만 인파가 몰릴 뿐, 나머지 시간대에는 상영관별 온도차가 극명하다. 분위기가 달아오른다는 평가 이면엔 현장 스태프, 기자, 배급사 모두의 긴장감이 또렷이 흐른다.

경쟁의 방식 역시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단순 상영관 수 확보 경쟁, 조조가격 할인에서 벗어나 체험형 상영, VR특별전, 마니아 등급 멤버십 이벤트 등이 잇따라 신설됐다. 극장가는 더이상 영화만의 공간이 아니다. 팝업스토어와 포토존, 굿즈 열풍, 리뷰 인증샷까지 온·오프라인이 매끈하게 맞물린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 SNS 라이브 방송도 즉석 리뷰로 이어지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메가박스 신촌지점에서 만난 관객은 “단순 관람을 넘어 친구들과 교류하는 놀이터 같다”는 말로 변화를 요약했다. 이런 역동 뒤엔 ‘극장의 미래가 걸렸다’는 위기감이 자리잡는다.

업계가 체감하는 이번 4월은 단순한 셈법 이상의 복잡성을 갖는다. 코로나 시기를 겪은 멀티플렉스들은 객석 간 거리두기 해제, 리셋된 프라임타임, ‘3대 체인 동시 히트’라는 옛 공식이 돌아올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각사 담당자들도 “짧은 기대작 과열 후 침체로 다시 빠져들 수도 있다”라며, 흥행의 ‘롤러코스터’를 예감한다. 각자 개봉일부터 거는 기대, 역대 최다 예매 실적, 개별 마케팅 카드까지 플래시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한 장면, 저녁 10시 흩어지는 관객들 사이로 CGV와 롯데, 메가 박스 로고가 각각 네온에 반짝인다. 매점 스태프들은 마감 청소에 분주하고, 영화의 여운이 짙은 복도엔 다음 기대작 포스터가 덩그러니 서 있다. 올봄 극장가 전선이 거센 이유, 무대는 클리셰가 아닌 ‘살아 숨쉬는 현재’라는 현장감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감소, OTT 한파, 온라인 콘텐츠의 조명 속에서도, ‘영화관 체험’만의 감각은 다시 한 번 호흡을 되찾는 중이다. 영화계의 다음 장면, 이미 카메라는 치열한 광고판 밖 현실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4월 극장가, 거대 멀티플렉스의 자존심 대결…스포트라이트는 어디로”에 대한 7개의 생각

  • 요즘 영화관 왜케 사람 많냐 ㅋㅋ 줄서면서 팝콘 흘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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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서 이기나 저기서 이기나 결국 똑같은 대충영화만 양산될 듯!! 극장만 살아남고 관객은 재미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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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가족이랑 극장 나들이🤔 줄 세우는 것도 한몫, 요즘 이벤트 많아서 다녀오는 재미 쏠쏠함 😆 이번 달은 여러 영화 챙겨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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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가 열기 ㄷㄷ 팝콘값이 더 오를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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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ger_cupiditate

    진지하게 이번 달은 영화 팬들에겐 축제의 달 아닐지. 기술도 발전했고, 체인별 경쟁도 선의로 이어지길. 중복 상영 편중은 좀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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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열기 언제까지 갈지🤔 솔직히 5월이 더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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