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 돌봄, 부모의 자폐 스펙트럼 영향에 더 깊이 주목해야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이 극심한 정신적 부담과 위기를 겪고 있다는 현실이 최근 다시 조명되고 있다. 특히 부모 본인의 자폐 스펙트럼 특성이 자녀 양육 과정, 그리고 가족 전체의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 연구 추정보다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전문가 및 현장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 이번 보도는 이러한 상황을 다양한 실질적 사례, 통계 근거, 관련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세밀히 비춘다.

부모들은 아이의 치료, 교육, 일상생활 적응을 위해 지속적인 긴장감과 피로에 노출된다. 많은 사회적 편견에 더해, 24시간 돌봄에 가까운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외 연구는 부모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특성을 갖고 있을 때, 스트레스나 우울·불안이 더 쉽게 누적된다는 특수성이 부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과 자폐가족 지원단체의 상담 현장에서 ‘자녀보다 부모의 ASD 특성이 가족 내 위기 유발 요소로 더 크게 작동하는 듯하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부모 중 한쪽 또는 양측이 경미하건 중등도건 자폐 스펙트럼 특성을 갖고 있으면, 양육 과정에 소통의 어려움, 반복적 일상 패턴 강박, 심리적 취약성 등이 겹쳐 복합적 돌봄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가령 모 아동발달센터에서 만난 이 모씨(41, 여성)는 “늘 최선을 다하지만 나나 남편 모두 사회적 관계에 쉽게 지치고 집안 갈등도 반복되다 보니 아이와의 교감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해당 상담센터뿐 아니라, 전국 가족상담 기관에서 ‘자녀 자폐 양육보다 내 안의 특성이 더 힘들게 한다’는 사례 보고는 수년 새 증가 추세다. ‘건강한겨레’ 등 다수의 보건의료 매체가 지적하듯, 기존에는 아이의 치료·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성인(부모)의 특성과 심리지원 필요성도 본격적으로 논의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미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에선 자폐 아동 가족 전체를 기초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통합 모델이 확산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가족단위 심리·정서 지원 서비스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자폐 스펙트럼 특성이 양육 스트레스뿐 아니라 부부 관계, 취업 유지, 이웃과의 교류 등 사회생활 전반에 압박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자폐 자녀 돌봄 가정의 68%가 양육 자체보다 부모 본인의 심리적 소진이 더 치명 중 요인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모 중 단 한 명이라도 ASD 특성이 있을 경우, 우울·불안 증세가 2배 이상 빈번하게 나타나는 등 뚜렷한 상관관계가 관찰된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자폐 아동 부모 대상으로 진행된 상담 교육 프로그램 후기를 보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특성에 대한 성찰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증언이 줄을 잇는다.

실제 달라진 세대와 사회 환경에서 이러한 현상은 점점 표면화되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선 자폐 자녀를 둔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는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가족 전체, ‘보호자-아동 쌍방향’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폐 아동 양육이 오래된 ‘희생적 돌봄’ 패러다임을 넘어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구체적으로는, 자폐 아동이 있는 가정에 심리상담·가족치료 바우처를 확대 제공하거나, 부모의 정신건강 검진과 관련 교육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논의된다. 서울대병원 사회사업실 관계자는 “가장 힘든 상담은 ‘나조차 어디서 무엇을 지원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들’의 무력감 상담”이라며 구조적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폐 아동 양육이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며, 부모의 ASD 특성 또한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름’ 그 자체를 인정하고 가족 각자의 차이 속에서 지원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실제 서울대 콜라보연구소, 고려대 임상심리팀 등은 부모-아동 쌍방 스펙트럼 특성에 초점을 맞춘 가족중심 치료모델을 시험 도입 중이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접근과, 사회적 편견의 해소, 상담·교육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필요하다.

정책적으로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이주가정의 경우 부모 주 양육자가 자폐 스펙트럼 특성이 있을 때 돌봄 공백이 심화된다. 현장 사회복지사들은 “국가·지자체가 단편적 상담 지원에 머물지 말고 ‘가족의 일상 전체’를 돌보는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실효성 있는 예산 투입과, 돌봄·교육 연계 서비스 구축 없이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를 줄이기 어렵다. 이런 대화와 노력이 사회 전체의 열린 공감과 연대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자폐 아이를 둔 부모들도 결국 우리의 이웃이자 동료 시민이다. 단순히 ‘강인한 부모상’을 촉구하거나, 개인의 특성만을 탓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모두를 아우르는 돌봄의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자폐스펙트럼 가족이 겪는 현실을 입체적으로 청취하고 공공 정책에 반영하는 세밀한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자폐 아동 돌봄, 부모의 자폐 스펙트럼 영향에 더 깊이 주목해야”에 대한 2개의 생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