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내려앉은 로맨스, 무대 위 설렘은 어떻게 탄생하나
‘서정과 익살 가득 ‘설레는 사랑’…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온 무대’라는 제목에서 시작한다. 최근 한국문학계와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현실에 끌어내려, 무대 위 ‘설레는 사랑’을 창조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도드라진다. 2026년, 우리의 극장은 여전히 사랑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집요하게 탐문한다. 유치하다고 지적될 수 있는 감정이지만, 무대 위에 오르면 서정과 익살이라는 양면적 에너지가 관객의 마음을 슬며시 열어젖힌다. 각종 신작 극들 속 주인공들은 이상화된 환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볼 법한 이웃, 친구의 얼굴을 닮았다. 바로 그곳에서 사랑이 현실로 옮겨온다.
이 기사에서 조명하는 무대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이를테면, 최근 주요 연극상 후보에 오른 신작 ‘푸른달의 마지막 밤’이나 ‘사랑의 점선’ 등의 작품은 모두 ‘슬픔과 웃음’을 오간다. 관객은 잔잔한 서정 위에 떴다가 순간 현실의 차디찬 기운에 툭 떨어진다. 이들은 감정의 극단을 오가지만, 결코 과장되지 않는다. 인위적인 신파도, 만화 같은 캐릭터도 없다. 연출자는 객석에 있는 관객이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느새 다가선 설렘, 자신을 비추는 공감의 거울을 건넨다. 최근 또 다른 신작 ‘궤도 밖의 연인들’에서는 소소한 일상 대화가 향수를 부르고, 두 주인공의 어눌한 농담 한마디에서 삶의 익살이 묻어난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종종 목격하는 미화된 사랑이 아니라, 각자의 결핍과 오류까지 품은 ‘진짜 사랑’이다.
작은 극장들의 시도는 더욱 재미있다. 과감하게 배우들의 애드리브와 관객의 동시 호흡을 유도하며, 전형적 구조에서 벗어난다. 예를 들어 ‘은하수 아래에서 웃다’는 객석과 무대 사이 경계를 무너뜨렸다. 관객 참여형 로맨스극이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나 실험하는 것이다. 배우들은 현실 연애의 불확실함과 결정장애, SNS 실시간 깨톡 대화까지 극에 녹여낸다. ‘사랑하며 사는 게 쉽지 않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설렘. 이 지점에서 무대는 현실 위에 그려진 환상이 아니라 현실의 본질적인 감정 그 자체가 된다.
배우와 연출자들은 스타일적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감정선의 한 땀 한 땀을 짚어가는 배우들의 섬세함이 특히 두드러진다. 팬데믹 시기 ‘떨어져 있는 사랑’과 ‘재회’라는 메시지에서 출발했지만, 2026년 들어서는 ‘있음’과 ‘존재’의 가치를 말한다. 사랑의 케미도 단순히 설레임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배우 오지현은 생활형 연애의 불안과 우울, 상대의 실수까지도 따뜻한 유머로 덮어버린다. ‘너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사랑한다’는 씁쓸한 현실 인식에서 작은 유머가 살아난다. 익살은 감정의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당히 막아주는 언어다.
무대미술, 음악, 의상 역시 현실성을 강조한다. OTT 기반의 극장 중계와 관객 소통 방식 변혁은 이런 시도에 힘을 더한다. 배우들이 감정이입을 도우며 집이나 거리와 닮은 무대를 걷듯 오간다. 비슷한 흐름은 유럽 로맨스극 ‘Life in Square’ 시리즈와도 닮았다. 해외 비평가들도 이미 2024~26년 사이 실사적 사랑극이 전면에 떠오르며, 감정의 본질로 복귀하는 경향을 짚었다. 이를테면 파리 오데온 극장이 자주 택하는 ‘발견되는 사랑’ 같은 작품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 무대에는 감정선 사이에서 오가는 유머와 섬세함, 아시아적 정서가 더 섞인다는 차별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의 사랑’을 내세우는 흐름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의 탈환, 일상의 언어로 무대에 오르는 시도는 변치 않는다. 데이터화되고 소비되어버린 로맨틱 판타지, ‘설레임의 진부함’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무대는 여전히 어떤 구체적인 온도를 건넨다. 배우와 연출자는 ‘무대는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식상하지 않도록, 오늘을 사는 관객들의 감정 온도를 정직하게 대본에 담는다. 지역 소극장에서 실험되는 연애극, 라이브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독립극단의 신작들이 주는 잔잔한 울림에서 바로 그 가능성이 감지된다.
OTT와 대형 미디어가 판을 키운 2020년대 중반, 한국 로맨스극은 다시 인간적인 것으로 회귀하고 있다. 설렘은 언제나 새롭다. 익살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리고 무대 위의 사랑은, 결국 관객이 지닌 삶 자체에 맞닿아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다시 ‘설레는 사랑’이 무대에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최근 공연계가 다시 감정선 섬세하게 그리는 건 확실히 반가운 일입니다. 현실 사랑의 불안, 익살까지 담는 시도는 좀 더 다양한 관객층에 어필할 듯.
헐 무대 위 설렘ㅋㅋㅋㅋㅋ 이제 극장에서 연애 못하면 사랑 못 시작함? 너무 감성 폭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