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휴직 4.5배 ‘폭증’… 선거철 파열된 선관위의 건강과 신뢰

손등에 붙인 의료용 밴드, 잠시 벗어난 팔찌, 그리고 병원 진료확인서. 지난 지방선거 전, 선거관리위원회 A팀장의 책상 위엔 이런 것들이 나란히 놓였다. 주변 동료들은 진심으로 걱정하며 “몸 좀 챙기라”며 지나갔지만,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선거철이면 반복되는 ‘선관위 질병휴직’ 논란. 단순한 아픔의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로 드러난 숫자는 우리 사회 신뢰의 균열, 일터 복지의 허점을 동시에 반영한다. 올해 들어 선관위 직원들의 질병휴직이 평년보다 4.5배 급증했다. 평소 한 자릿수이던 월별 신청 건수가 선거를 앞둔 최근 3개월 사이에는 두 자릿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문제는 휴직 사유의 절반가량이 심리적 고통, 극심한 스트레스,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한 점에 있다. 선관위를 상대로 한 외부 압박, 정치권의 공방, 겹겹이 쏟아지는 민원과 각종 비난에 스스로 ‘숨구멍’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버티기 힘든 조직이 된 현실이다.

어느 선관위 직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선거에 돌입하면 2, 3주 연속 야근이 기본이고, 최종 개표일까지 팀원 모두가 번갈아가며 병원진료를 받는다”라며, 업무환경이 매우 비상식적임을 토로했다. 한 부부 직원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아이돌봄이 중단되자 노인 부모님 손을 빌려야 했고, 지방 발령이 겹쳐 가족이 반년 넘게 떨어져 지내기도 했다. 단일 사례가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선거 뒤 휴직계를 내고 ‘쉬었다 돌아오겠다’는 말이 일종의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질책부터 ‘동기부여 부족’, ‘공직자 책임감 실종’ 등 곱지 않은 시선이 가해진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업무환경이 심리적·신체적 소진을 부르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분명하다. “업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인력 보충은 없고, 야근 수당은 제한적이고, 매일 언론·정치권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하소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의 ‘선관위 흔들기’가 노골화된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선거를 앞두고 소위 ‘공정성 시비’가 증폭되면, 선관위는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인다. 국민적 불신은 내부 관리자들의 심리적 압박을 배가시켰다. 올해 선관위 공무원노조가 내부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지만, 내 건강·가정을 먼저 챙겨야만 한다는 현실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렇듯 단순한 ‘직원의 아픈 몸’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노동현장의 존엄, 그리고 공공행정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공감의 영역’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 보다 깊은 공감과 지원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최근 타 기관 사례를 비춰볼 때, 이미 한국사회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악화가 만성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예를 들어, 교원·경찰관 집단 번아웃, 지자체 공무원 극단 선택 증가 등 곳곳에서 유사 신호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업무환경 개선, 정원 확대, 유연근무 도입, 조직 내 심리 상담 지원을 한목소리로 주문한다. ‘개인의 취약함’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허점임을 인정하고 제도개선 신호탄을 쏘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역설적으로, 일부 보수언론은 “선관위 책임자들이 선거철만 되면 의도적으로 휴직을 남용한다”며 공정성까지 문제 삼으나, 그 이면에는 기계적인 책임론을 넘어선 울분과 구조적 피로가 누적됐다.

실제 서울·경기권 외 출신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자정 넘는 퇴근 이후 ‘밤샘 회의’가 반복됐고, 선거법 위반 민원이 실시간으로 접수돼 집에 들어가서도 종종 출근복장을 벗지 못했다. 누군가의 ‘휴직’이 다른 동료에게는 더 큰 강도의 노동 가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악순환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구성원들 사이에도 “연차 쓰기도 눈치 보이는 곳에서, 병가 신청을 당연스럽게 여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병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는 숫자의 상승만으로 소란을 만들기보다, 그 배경에 깔린 ‘사람 이야기’와 ‘노동의 현실’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누구나 선거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를 원하지만, 그 그림자를 짊어진 이들의 삶은 각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탈진 끝에 마주한 벼랑 끝에서 누군가는 잠시 멈추고, 누군가는 조용히 울음을 삼킨다. 사회의 신뢰와 일터의 존엄 모두가 지키기 쉬운 것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한다. 건강하게, 안전하게 ‘공정한 선거’를 기대하는 마음만큼, 그 뒤에서 묵묵히 버티는 이들의 고통과 내면에도 진정한 관심이 닿길 소망해본다.

공직사회의 건강권, 그리고 우리 모두의 신뢰를 위하여.

— 김민재 ([email protected])

질병휴직 4.5배 ‘폭증’… 선거철 파열된 선관위의 건강과 신뢰”에 대한 6개의 생각

  • 맨날 반복….그래도 누가 바꿔주는 거 한 번도 못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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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히 선관위만 이런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이 번아웃 시대임ㅋㅋ 그와중에 정치권은 공정성 탓만… 고생은 전가되고 책임만 따짐. 야근-휴직 반복도 악순환임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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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아픈 거… ㅇ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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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순환이 반복…국가 그냥 구경만함!! 뭐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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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놓고 또 결과 이상하면 선관위 탓하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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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 보고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국민은 결과만 바라지만 그 뒤에서 버티는 이들 건강은 점점 무너져 내리는군요. 근본적 개선 없이는 반복될 문제. 공무원도 사람이고, 가정과 삶이 있는데 무작정 책임만 묻는 건 나라 전체에 손해 아닐까요. 정치 공방에만 휘둘리며 직원들 병가는 비난하고, 정작 정책적 대책은 하나도 없으니… 우리 사회가 너무 서로에게 냉혹해진 것, 기사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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