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의 무게, 교사 혼자의 몫이 될 수 없다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희미해진 시대, 교실은 지금 새로운 시련의 시간에 놓여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교사가 자기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순간이 늘고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 ‘참교육’이란 가치가 서 있습니다.
서울 남서권 한 초등학교의 국어 시간. 5학년 장지은(가명) 학생이 같은 반 급우의 머리를 세 번 두드렸습니다. 담임교사 B씨는 수업을 잠시 멈췄습니다. 학생들을 조용히 모아 앉히고,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에 천천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오랜 대화 끝에, 이 상황에서 누구도 다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의 입장을 상상해보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심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상황은 다시 소용돌이칩니다. 학부모가 ‘왜 내 아이만 유독 타겟 삼느냐’며 교무실에 항의 전화를 걸어왔고, 다음 날엔 교장까지 중재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던 모습. 바로, 2026년 대한민국의 한 교실에서 교사들이 마주한 ‘참교육’의 현실입니다.
최근 교권 보호 강화와 ‘참교육법’의 현실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현장의 자료와 신문 아카이브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학부모 민원과 언어·물리적 폭력, 명예훼손성 고소가 동시에 급증하며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규칙 강조나 처벌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가운데, ‘교사 혼자 싸우게 두지 말자’는 교육 공동체의 요구가 오늘날 정책적·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교권보호국’ 설치가 법제화되고, 전국 교사단체 연대가 본격화되는 현장의 흐름을 들어보면, 여전히 시스템은 더딥니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교사가 한 번 더 몸을 낮추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합니다. 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내가 수업 중 학생을 관리하다 욕설을 듣고도 민원이나 고소가 무서워 침묵해야 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나는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토로합니다.
‘참교육’이란 단어에는 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사명감, 인간에 대한 신뢰가 응축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참교육의 현장이 혼자가 되어버리면 곧 무력한 책임, 지켜주지 못한 진심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특히 올해 6월 들어 일부 교사가 학생 분쟁 중간에 휘말린 뒤, 단순한 사과 요구부터 형사 고소, 인사 징계까지 이어진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공공의 안전장치’ ‘교사 집단의 집단적 대응권’ 논의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유사한 문제는 사회 다른 영역에서도 이미 반복돼왔습니다. 복지 현장, 응급실 의료진, 보육 교사 등 모두가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미명 아래,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간적으로 지지받지 못한 채 더 깊은 상처를 겪어왔지요. 교육의 본질은 늘 ‘함께 걷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 사회가 공공의 안전망을 촘촘히 만드는 출발점임을 학교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원단체 등이 제안하는 교권보호 방안은 교사 단독 대응 대신 교육청-학교-지역사회가 함께 개입하고 조정하는 ‘공동 보호 시스템’ 구축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높은 정책적 공감과 예산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교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국가적 변화입니다. 대규모 세미나, 설문조사, 공청회를 넘어서, 작고 구체적인 ‘교사의 목소리’ ‘학부모의 고민’에 귀 기울일 때만이 진짜 해법의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기사를 집필하며 만난 현직 교사 김현수(39) 씨는 “혼자 벽에 기대 우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교실 밖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동료 교사 박은희(31) 씨는 “내가 무력감을 느낄 때, 학부모와 학교, 행정 당국 모두 실질적 연대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절실함을 개인의 감정으로만 떠넘기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과거 교실은 ‘배움과 성장의 공간’이라는 공감 위에서 존재했습니다. 오늘의 현실은 대화와 신뢰, 보호와 책임이 오롯이 교사 한 명에게 쏠리지 않게끔, 모두가 공동의 주체로 다시 한 번 한데 모여야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참교육이 ‘분투’가 아니라 ‘공동의 약속’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교권보호국 설치와 제도 개선,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연대와 지지는 오늘 교실의 막막함을 지워나가는 첫 걸음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서로 손을 맞잡는 작은 변화들이 학교 현장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길 기대하게 됩니다. 오늘 교사의 눈물은 학교의 미래 한 구석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사람 중심의 교육, 그리고 따뜻한 어른의 품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숨 쉴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