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장수하면 자녀 건강 수명 13년 더 길다”…건강 수명 늘리는 ‘희귀 유전자’ 발견

한 연로 부부의 차분한 일상. 이른 새벽, 거실에서 차를 마시는 김정숙(74)씨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의 건강한 생활이 만든 ‘아름다운 노년’이 묻어난다. 옆자리에 앉은 남편 박노식(77)씨는 “내 부모님도 90은 넘기셨죠,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셨고 우리 아이들도 그 유전자를 물려받길 바랄 뿐”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평범한 가정의 소망을 과학이 뒷받침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국제 공동연구팀이 부모의 장수가 자녀의 건강수명을 최대 13년 이상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장수 유전자’의 존재를 대규모 집단 표본 속에서 밝혀냈다. 건강수명, 즉 별다른 질병 없이 살아가는 시간의 결정적 열쇠가 우리 가족력과도 밀접하다는 것이다.

연구는 유럽, 아시아, 북미의 다양한 인종과 연령(5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가족력·의료기록·생활습관·유전체를 교차 조사했으며, 부모 중 한쪽 혹은 양쪽이 90세 이상까지 활발히 활동한 가계에 속한 자녀가 건강수명이 13년가량 더 길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부모가 오랜 시간 만성 질환 없이 지냈을수록 자녀 세대 역시 비슷하게 암·성인병 취약률이 낮았다. 연구진은 이른바 ‘희귀 장수 유전자’ 그룹에서 특정 염기서열이 면역 조절, 노화 방지, 염증 완화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추가로 밝혀냈다. 과거 건강수명과 일반 기대수명은 완전히 같은 개념처럼 쓰였으나, 신체 누적 손상 없이 보내는 ‘제2의 청춘’이라는 관점에서 전자를 더 중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하지만 생명과학의 획기적 발견이 단순 축복으로만 남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가족 구조, 출산 및 육아의 현실 또한 다시 조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 강동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장은우(39)씨는 “최근 노부모와 어린 손주가 함께 살아가는 3세대 가족이 거의 없어요. 부모도 맞벌이로 지치고, 손주-조부모 간 소통이 줄면서 가정 내 ‘건강 스토리’도 같이 희미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출산율이 낮은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의 건강 유전자도 적게 이어진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젊은 층에 내재하는 듯하다. 또래 모임에 나간 워킹맘 박선화(36)씨는 “우리 부모님은 60대 초반에 요양병원에 들어가셨죠. 저도 건강 걱정이 많아졌고, 아이가 뭘 물어봐도 자신 있게 얘기해줄 ‘우리 집 건강 이력’이 있나 되묻게 돼요”라며 고단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길은 한 번 정해진 유전자에만 매달려 결정되지 않는다. 사회적 환경, 일상 습관, 정서적 지지가 건강의 미래를 크게 좌우한다는 연구도 계속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수현 교수는 “장수 유전자라는 게 존재한다 해도, 건강한 생활습관(절주, 금연,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이 그 유전자 발현을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놓치면 오히려 ‘나는 유전적으로 오래 못 산다’는 사회적 체념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족력이 불리하거나, 희귀 유전자가 없더라도 꾸준한 관리와 치유적 공동체의 힘은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분명히 바꿀 수 있다.

우리가 ‘건강의 유산’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녹록지 않다. 가난으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던 과거와, 오늘날 간병·의료비 걱정에 쫓기는 맞벌이 젊은 부부의 현실.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촘촘히 얽혀 건강수명을 줄이거나 늘릴 수도 있다. 장수 사회의 이면엔 고령화로 인한 돌봄 부담, 재정 압박 등 구조적 문제가 상존한다. 희귀 유전자가 밝혀진 현장 이면에서, 누구나 건강하고 오래 살 자격이 있다는 ‘사회적 안전망’의 실질적 확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가족 건강사랑 프로젝트, 지역별 건강관리센터, 직장-학교-지역을 잇는 체계적 지원 없이는 유전적 가능성도 현실에서 금세 빛을 잃는다. 어디서나 쉽게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 구술 기록을 남기며 세대를 잇는 관심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님의 허리 곧은 뒷모습, 힘겨웠던 환절기마다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던 모습. 이 모두가 우리 가족,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 자산이다. 이번 유전자 연구가 모든 이들에게 획일적인 ‘장수의 열쇠’를 쥐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 이야기 속 건강의 의미와, 다음 세대로 이을 생활 속 실천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은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 유전자의 놀라운 힘, 그리고 결국은 보통 사람들의 작은 손길이 만드는 건강한 미래. 변함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이 이야기를 오래 기록해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부모 장수하면 자녀 건강 수명 13년 더 길다”…건강 수명 늘리는 ‘희귀 유전자’ 발견”에 대한 6개의 생각

  • 와 이런거 들을때마다 허탈… 다 부모덕이었으면 난 이미 글렀지 뭐🤦‍♂️ 근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 좀 나아질…까? 희망회로 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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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자=운명? 직접 관리도 중요하겠죠😊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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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사람들에겐 점점 더 각박해진 세상… 희귀 유전자 타고난 소수만 살아남는 시대 오려나. 부모님도 힘들고 자신도 힘들고. 기사 마지막이 그래서 더 씁쓸하게 와닿네요. 사회가 바꿔줘야 한다는 말, 결국 누구도 바꿔주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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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세상은 타고나야!!!! 부모님 건강하면 인생이 펴는 건가. 사회탓도 좀 해야 할 판이네; 일단 우리집엔 해당 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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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도 결국 복권이네😅 우리도 잘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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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건강 얘기는 언제나 핫하네요. 부모님 건강 챙기며 나도, 우리 가족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작은 정보도 큰 힘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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