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대형마트, 다이소의 색을 닮아가다

덥고 무거운 여름의 습도까지 실내에 머금고 있는 대형마트의 자동문이 조용히 열릴 때, 바람 대신 코끝에 닿는 것은 익숙한 쇼핑의 냄새뿐만이 아니었다. 이젠, 거대한 진열대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현란한 색의 진열선, 집집마다 필요한 일상용품들이 가지런히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마치 다이소의 한 풍경을 연상케 했다. 생활용품, 그리고 초저가라는 새로운 기류가 이 대형 유통 매장의 공간을 장악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다이소화’라는 새로운 생존 게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전국을 누비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들이 최근 들어서는 주부들의 작은 쇼핑 바구니까지 채워줄 만한 1~2천원대 생활 소품, 주방·욕실·청소·욕용품 코너에 정성을 쏟는다. 목욕타월, 플라스틱 집게, 연필꽂이, 차 받침 등 원색의 실용 소품들은 애초 다이소의 상징이었던 일상친화적 가격과 다양성으로, 어느새 소비자의 손길을 부른다. 저마다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이 정도면 다이소 저렴이 아닌가요?”를 절묘하게 건넨다. 다이소는 특유의 촘촘한 매대와 저가정책으로 오랜 시간 밑바닥 수요를 차지했다. 그 촘촘함이 대형마트 매장 한켠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방문자들은 익숙한 대형창고식 매장 안에서, 예기치 못한 구석진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휘황한 식재료 코너, 무채색의 전자제품, 대형 텔레비전이 늘어서 있던 곳 사이로 ‘천원숍’식 생활용품 진열존이 등장한다. 평범했던 쇼핑이 사소한 재미로 다시 색이 입혀지는 변화다. 마트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의 경기침체와 긴축 소비 트렌드, 각종 물가 인상에 지친 고객들이 생활비 부담을 좀 더 덜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한다. 가벼운 장바구니, 짐작 가능한 가격표, 예쁘고 실용적인 생활 소품이란 변화의 키워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저가 경쟁 이상의 문화적 배경을 품는다. 다이소의 성공 서사는 ‘가성비’라는 한마디로 축약되지만,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일상과 기분 전환이 만나고, 경제적 제약 안에서도 쇼핑의 소확행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욕망이 담겨 있다. 대형마트가 이 다이소만의 문법을 채용함으로써, 마치 거대한 생필품 도서관 속을 헤집으며 ‘순간의 행복’을 발견하는 특별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쇼핑이 단순한 소비 이상이 되는 경험, 그것이야말로 험난한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는 새로운 무기가 되었다.

그러나 질문 하나는 남는다. 오랜 시간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할인 행사, 대용량 구매의 상징이었다. 다이소 클래식 문법에 한 발을 깊게 들인다면 그 기존의 매력은 약해지는 것일까? 마트 본연의 풍성함, 공간의 너그러움, 단대형 프로모션 이미지와 혁신적 가성비 전략이 손을 마주 잡은 일이니만큼, 각자의 정체성과 새로 가져온 개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초저가 생활용품 진입은 유통업계의 이익률 구조에 새 그림자를 남긴다. 다이소가 구축한 강력한 공급망과 PB개발, 저비용·고회전 전략은 하루 이틀 배워 흉내 낼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들은 자체 PB에 힘을 실으면서도, 협력사와의 관계, 산출원가 절감, 물류·마케팅 경로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양측의 경쟁이 격해질수록 중소기업, 유통 채널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전이되는 부작용도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은 더 넓어지고, 필요한 물건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 이면엔 수많은 유통·생산 인력들의 고단한 발걸음이 쌓인다.

하루의 피로가 쌓였다면, 마트의 한 켠에 숨겨진 다채로운 생활용품 코너에 들러 작은 모양의 수저받침을 집어드는 기쁨을 느껴볼 만하다. 비록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아도, 일상의 모서리에 드리운 작은 색과 반짝임을 우리는 필요로 한다. 변화의 물결 위에서 대형마트들은 자신만의 온도를 찾아가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일상과 공간의 감성은 우리를 조금 더 다시 마트로 걷게 할지도 모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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