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K리그1, 마지막 휘슬이 남긴 ‘잔혹한 드라마’: 대구의 10년 만의 추락, 수원FC·제주의 ‘생존 전쟁’ 서막

K리그1 2024시즌의 대단원은 그야말로 한 편의 잔혹한 드라마였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자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아쉬움과 충격을 안긴 팀은 바로 대구FC였다. 10년 만에 K리그2 강등이라는 쓰라린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절규는 단순한 패배를 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팀의 갑작스러운 추락을 상징했다. 반면, 극적으로 직강등을 피한 수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는 승강 플레이오프(PO)라는 또 다른 생존 전쟁의 서막을 열며 길고 긴 시즌의 마지막 발걸음을 떼게 됐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물러선 이들의 어깨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또 다른 중압감이 실려 있었다.

대구FC의 추락은 단순히 한 시즌의 부진으로만 설명하기에는 깊은 전술적, 심리적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즌 초반, 기대를 모았던 외인 공격수들의 부진은 팀 공격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었다. 특히, 세징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다른 공격 루트의 개발을 방해했고, 이는 상대 팀들에게는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전술로 비쳤다. 역습 위주의 단조로운 플레이는 효과적인 빌드업 부재와 맞물려 상대에게 쉽게 파훼당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중앙 미드필드 싸움에서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수비는 매 경기 압박에 시달렸고, 이는 잦은 실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특히,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수비 집중력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간발의 차이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거나, 쉬운 패스 미스로 빌미를 제공하는 장면이 반복되며, 필사적인 잔류 경쟁 속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치명적인 실책이 나오며 자멸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때 팀을 지탱했던 에드가와 세징야 등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적인 한계와 새로운 젊은 피들의 성장 지연은 팀 전체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요인이었다. ‘대팍’을 뜨겁게 달구던 끈끈한 조직력과 다이나믹한 역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홈에서의 강점마저 퇴색됐다. 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결국 현실은 냉혹했다. 10년 만의 강등이라는 결과는 비단 선수단만의 문제가 아닌, 구단 운영과 전력 강화 방향성 전반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미래를 위한 대구FC의 재정비는 강등의 아픔을 넘어선 더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수원FC와 제주의 잔류 싸움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혈투였다. 두 팀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직강등의 위협에 시달리며 예측 불가능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수원FC는 시즌 내내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며 화끈한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수비 라인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득점 이후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고, 이는 곧 중요한 승점을 놓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승우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의 번뜩이는 움직임과 개인 기량은 종종 경기를 지배했지만, 수비진의 조직력 부재와 미드필더의 수비 가담 부족은 아찔한 순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시즌 중반 이후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지며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남기일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팀은 전술 변화와 선수 로테이션 속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구자철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은 팀 전력에 큰 공백을 안겼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마지막 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정신력을 끌어올리며 기어코 승점 1점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투혼을 보여줬다. 수원FC는 막판 집중력으로 실점을 막아냈고, 제주는 끈질긴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승강 PO 진출권을 사수했다. 비록 승강 PO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이들은 최소한 ‘직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한숨은 잠시 뿐, 더욱 치열한 벼랑 끝 승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K리그1의 시선은 승강 PO로 향한다. K리그2에서 올라온 팀들과의 맞대결은 단순한 기량 싸움을 넘어 정신력과 경험 싸움이 될 것이다. 수원FC와 제주는 K리그1 잔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1 특유의 스피드와 피지컬을 바탕으로 K리그2 팀들을 압도해야 하지만, K리그2 팀들 역시 K리그1 승격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가지고 필사의 저항을 펼칠 것이다. K리그2에서 잔뼈 굵은 팀들은 K리그1 팀들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치밀한 전술을 준비할 것이며, 거칠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기선 제압을 노릴 것이다. 수원FC의 경우, 공격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수비 안정화를 어떻게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역습에 취약한 수비 라인을 어떻게 보완하고, 미드필드에서부터 효과적인 압박을 가할지가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제주는 시즌 막판의 흔들림을 수습하고 단기전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템포 조절과 세트피스 활용 등 단기전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승강 PO는 그야말로 외나무다리 승부이며,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극한의 심리전이 될 것이다.

K리그1은 매년 예측 불허의 드라마를 선사하며 팬들을 열광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선수단과 팬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잔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강등은 한 팀의 역사를 뒤흔들고, 승격은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다. 대구FC의 강등은 K리그1에 새로운 경각심을 던져주는 동시에, 모든 팀이 매 경기 결승전처럼 임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다가올 승강 PO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한 시즌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걸고 펼치는 처절한 생존 게임이 될 것이다. 이들의 뜨거운 투지가 겨울 축구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K리그의 모든 순간은 살아있는 드라마이며, 우리는 그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지켜볼 것이다.

— 한지우 (jiwoo.han@koreanews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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