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또 포효했다’ 젠지, 한화생명 3-1 격파→LCK 최초 ‘8연속 결승’…2연패 정조준 [SS시선집중]
젠지 e스포츠가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2026 LCK 서머 플레이오프에서 젠지는 강력했던 한화생명을 3:1로 꺾고, 무려 8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LCK 최초 대기록을 세웠다. 한 팀이 8번 연속 결승이라는 건 단순히 단기적인 기량만이 아니라, 꾸준한 로스터 관리, 메타 분석력, 그리고 국내외 어느 팀보다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실행에 옮기는 젠지만의 시스템 덕분이다. 단연코 지난 5년간 LCK는 젠지의 시대였다. 강팀의 밸런스유지도, 미친 미드라이너들의 집결도, 결국 젠지가 잡고 있는 승부처의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결과였음을 이번에도 입증했다.
4강전에서 만난 한화생명은 젠지에게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다양한 작전, 한 타임을 끌고 가는 플레이, 핵심 선수 Peanut(한왕호)의 노련하고 창의적인 정글 동선, 무엇보다 기동력과 한타 집중력이 돋보였던 카즈와 비디디의 호흡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젠지는 1세트부터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공격적 운영으로 흐름을 쥐었다. 단순히 교전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오브젝트 싸움과 라인 압박, 그리고 당시 메타의 핵심이었던 미드-정글 시너지, 이른 바 ‘미정핵(미드-정글 핵심구도)’에 젠지 식의 압도적 전개를 더했다. 선수들의 개별 피지컬도 빛났지만, 전 세트에 걸쳐 집요하게 오브젝트를 관리하고 상대가 한타각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견제 플레이의 정교함이 진짜 차이였다.
이번 젠지의 결승 진출은 한화생명이 새로운 챔프 조합으로 ‘업셋’을 노린 시도조차 매번 풀어내는 위기관리 노하우도 증명했다. 한화생명은 2세트에서 ‘이렐리아-바이’ 시너지를 통해 중반 한타 연승과 스노우볼을 굴렸지만, 젠지는 맞불을 놓는 ‘트리플 테크’ 운영(탑-미드-정글 3라인 유기적 전환)을 통해 급격한 리턴을 만들어냈다. 특이 포인트는, 젠지의 미드 Chovy가 판을 읽는 능력을 시즌 내내 보여줬음에도, 이제는 ‘도전자’들이 예상을 뚫는 픽으로 진짜 변수를 만들지 못한다는 현실. LCK가 글로벌 메타를 쫓는 게 아니라, 젠지를 중심으로 메타가 확장/변형되는 중이다.
이날 경기의 숨은 MVP는 ‘페이스’로 불리는 젠지의 상체라인. 상체가 단순 라인전에서 압도 또는 솔킬만 잡아주면, 초중반 스노우볼이 롤드컵 결승처럼 굴러간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한 건 정글러 Peanut의 시야장악과 라인케어 각 잡기에 있다. 동일 포지션 탑티어 선수가 수없이 몰리는 LCK에서도, 결국 이 ‘정글-미드-탑’ 3각 연계가 지금 LCK 메타의 심장부다. 한화생명이 아무리 조커카드(특이픽)를 준비하고 라인 스왑이나 5분대 다이브 같은 변칙 서브플랜을 가동해도, 제압력 앞에선 기회가 실종됐다. 세트 내내 핵심 변수는 ‘찬스에서의 결정력’이었다.
이번 젠지의 연속 결승행이 시사하는 건 명확하다. 시즌을 통틀어 메타 대응력, 선수단 트랙레코드, 벤치의 인게임 개입까지, LCK는 이제 전통적 강팀-도전자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계절별 변칙 조합이 절대 통하지 않고, 피지컬만으로 승부내는 올드-레전드 구도가 완전히 소멸했다. 실질적으로, 패치/밸런스 변화의 대응력을 유기적으로 학습하는 게 결국 ‘최장 집권’의 새 기준이 된 셈이다. 경쟁팀들도 ‘서프라이즈 전략’만 고집하지 않고, 젠지식 멀티포인트 운영, 라이트-다크 combinations(빛/그림자 조합)까지, 다양한 시나리오 확장이 필수가 됐다.
2026년 LCK 결승 무대. 이젠 단순 우승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깊고 넓게 메타를 설계하느냐, 즉 ‘리그를 설계하는 자’가 주인공이 됐다. 젠지는 이미 8연결 우승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 그 사이 LCK는 메타, 라인업, 밴픽 전략의 실험장이 아니라, 글로벌 e스포츠 트렌드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다. 모두 젠지라는 ‘호랑이’가 또 포효했기 때문이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