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막이’ 박항서의 쓴소리와 손흥민, 체코전 이후 한국 축구가 마주한 미묘한 진심
한국 축구 대표팀이 체코와의 경기 직후, 박항서 전 감독이 직접 손흥민을 찾아가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이 사건을 통해 최근 대표팀 내부의 소통 문제, 선수단 분위기, 그리고 지도자-선수간 역할 변화가 단면적으로 드러났다. 박항서 감독은 ‘방패막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대표팀이 혹독한 외부 비판의 태풍 한가운데 서 있을 때마다 선수들을 지키는 인물로 회자됐다. 하지만 이번 ‘작심 발언’의 배경에는 그간 쌓였던 우려와 현실 진단,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체코전이 남긴 오롯한 장면은 단순한 졸전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내내 뚜렷하게 체계적 약점이 드러났고, 이강인-손흥민 라인과 중원의 불균형도 분명했다. 박항서는 이 점을 직설적으로 짚으며, “선수 개개인의 페이스가 빠르고 유럽파가 많아졌지만 조직적인 움직임은 예전만 못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체코전의 빌드업 장면을 다시 보면, 우리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 간 거리 조절이 느슨하게 풀리면서, 상대 압박에 고전했다. 손흥민에게 볼이 투입될 때마다 수적 열세가 노출됐고, 공격 전개 속도와 패턴 다변화 모두 한계를 드러냈다. 박항서 감독이 손흥민을 개인적으로 불러낸 것도, “엉덩이 한 번 두드려주는 격려”가 아닌, 전력적 리더로서 더 단단해지라는 요구였다는 뒷얘기가 축구계에 퍼졌다.
대표팀 분위기의 가라앉음은 필드 위에서만이 아니다. 최근 몇 달간 대표팀 내 소통 문제설, 주장 손흥민을 향한 책임론, 그리고 특정 감독과의 화학적 결합 실패 이슈까지 이어지며 ‘케미 붕괴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해당 경기 이후에도 벤치, 그리고 기술위원회 사이에서 전술적 주도권을 둘러싼 대화가 오갔고, 한 축구연맹 관계자 역시 “선수단 내부가 각자 생각이 있는 듯”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의 솔직함 속에는 지금의 소통 구조의 결함, 그리고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손흥민이 박 감독을 찾아온 진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주장이 된 후 더욱 외로워진 손흥민이, 경험 많은 방패막이 지도자에게 다시 한 번 현장 리더십에 대해 조언을 구한 셈이다.
전술적 측면에서도 이번 사안은 시사점이 크다. 여기서 익숙한 구질구질한 패턴 반복이 문제였다기보다, 상대(체코)가 강하게 압박하면 한국은 셋업 플레이가 무너지고, 당황한 수비진이 불필요한 롱볼로 선회한다는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항서의 발언은 마치 4백 시스템에서 풀백과 윙어가 따로 노는 혼란을 보는 듯, 축구의 기본 중 기본인 거리 유지와 선수 간 신뢰에 대한 비판이었다. ‘개인의 역량’이 팀 전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결정적 순간, 어김없이 선수 탓 혹은 감독 탓으로 불똥이 튄다. 대표팀에 단단하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 “니가 리더 해!”라고 등 떠미는 게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 전진해야 하는 ‘하프라인 압박 트렌드’ 그 자체다.
또 다른 시각에서 박항서의 이번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언론이 ‘쌀딩크’의 쓴소리만을 강조하지만, 그의 본질은 ‘시스템 복원과 책임 분산’에 있다. 한 예로, 베트남 대표팀 부임 당시 리더십을 선수단 내에 서서히 위임하면서 각자 역할 인식을 강화한 바 있다. 한국 대표팀에는 아직 이런 세부적인 문화가 녹아들지 않았다. 뒤에서 등 떠미는 어른의 ‘방패막이’가 존재해야만 얼굴을 드러내는 책임감, 그리고 별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말수가 줄어드는 팀 분위기까지, 변화가 절실하다. 박항서의 지적이 통렬한 이유다.
이번 사안 이후 축구계에서는 손흥민을 둘러싼 책임론이 좀 더 정제되고, 새로운 전술 실험에 대한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강한 압박과 템포 전환을 견디려면 선수단 내 전술 수용도와 리더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박항서, 손흥민, 그리고 대표팀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를 ‘방패막이’로 만들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위기의 순간, 한국 축구는 엇박자를 면치 못한다. 이처럼 한 경기, 한 장면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위한 직설적 드리블이 더욱 필요하다—한국 축구, 아직 할 일이 많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