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부모상담, 그 긴 시간 동안 남겨지는 아이들의 자리

서울의 한 평범한 오후, 직장인 박진희 씨(44)는 회사에서 달려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진희 씨의 아들은 9살 발달장애인이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부모상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 진희 씨는 상담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결국 동행을 택했다. 상담실 유리창 너머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진희 씨는 익숙한 마음의 무거움을 안았다.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시간에, 정작 아이가 방치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회 곳곳에서 지원 정책의 빈틈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복지제도의 한계를 경험하며 부모들은 긴 한숨을 내쉰다.

9월 9일 한겨레의 보도는 이런 부모들의 현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지원정책의 사각지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제공되는 상담 프로그램이 ‘보호 대책’ 없이 운영되는 경향을 지적하며, 현장의 시선과 가족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비췄다. 자녀 상담이나 부모 대상 심리상담이 진행될 때, 상담 시간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돌봄 공백이 된다는 지적. 서울시, 광역시 할 것 없이 사회복지관, 복지센터 등 각종 기관 상황은 유사하다. 가족들이 상담받는 몇십 분, 아니면 몇 시간 동안 발달장애 아동 혹은 성인 당사자는 대기실이나 복도, 때로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당국의 개입 지점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취재를 이어가며 만난 안산의 권미경(47) 씨는 “상담받으러 오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상담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만큼 우리 아이 누가 봐주나요? 돌봄 인력이 있다고 해도 외부인한테 맡기기 불안하기만 해요.”라며 주먹을 꽉 쥔 손을 어루만졌다. 상담실 안에서는 부모의 마음을 돌보고, 그 바깥에서는 또 다른 마음의 곤궁이 쌓인다. 2026년 현재, 발달장애 가족 전체가 겪는 ‘동행의 부담’은 여전히 제자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2025년 ‘장애인부모상담 지원법’이 개정되었고, 몇몇 시도에서는 돌봄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은 남아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대책은 “짧다”, “역부족이다”, “실질적으로 엄마, 아빠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장애아동 돌봄 인력의 부족, 낮은 임금, 불안정한 신분 등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대타 역할을 해줄 인력이 부족하다.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결국 상담을 포기하거나, 동생까지 불러 함께 아이를 지켜보게 하는 것 외엔 뚜렷한 선택지도 없다.

정책 현장에서는 ‘긴급돌봄 인력풀’ 확보 논의가 이어지지만, 발달장애 자녀의 특성상 기본적인 안전 관리 외에도 개별적 특성을 이해하는 인력이 요구된다. 김태은 성동구청 소속 복지사는 “돌봄 교대나 대리 인력을 구한다 해도 30~40분 짧은 시간 내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은 드물어요.”라고 토로했다. 사회복지사의 입을 빌려 보면, 상담 프로그램과 현실적 인프라 간 연결고리가 부실할수록 가족의 부담은 고스란히 남겨진다.

이 논란은 일차적으로 가족 간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돌봄합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발달장애 가족은 개인의 사적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일본·프랑스·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보호자가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대기 돌봄’ 제공을 전제로 한다. 전문가들은 “통합적 장애인 가족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전한다. 상담뿐만 아니라, 상담 전후 돌봄 연계, 안전관리, 감정노동에 대한 실질적 보상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의미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해법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곳은 상담시간 동안 짧은 시간 돌봄 인력을 매칭한다. 하지만 예산·인력 충원 없이 임시방편에 그친 사례가 많다. 한편 일부 젊은 부모들은 “상담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아이를 등교시키는 시간대에 맞춰 상담을 예약하는 현실적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가 모두 일하거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경우 해법을 찾기 어렵다.

발달장애 부모들에게 상담은 단순한 ‘치유’가 아니다. 그 시간조차도 가족의 복잡한 돌봄구조 위에 어렵게 올려진 ‘작은 쉼표’이자, 자존감을 겨우 회복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쉼표가 곧 공백이 되어, 다시 부모의 ‘죄책감’과 ‘불안’으로 되돌아오는 현실. 한국 사회는 더이상 이 지속적인 빈틈을 ‘각자도생’의 몫으로 돌릴 수 없다.

발달장애 가족이 겪는 이중고, 즉 ‘상담을 받는 동안 남겨진 아이’에 대한 복지정책적 무관심은 시민 모두의 관심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아이와 부모 모두의 시간에 안전이, 그리고 작은 안도가 깃들 것이다.

김민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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